달러 약세와 정치 갈등 겹쳐 방문객 급감, 관광청 규제 강화 부작용 인정
호텔 객실과 카지노서 자국 화폐 가치 인정, 8월 말까지 한시적 행사 진행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캐나다인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대외 정책과 캐나다 달러 약세가 겹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방문객은 3백10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2% 감소했다. 2025년 1월부터 11월까지의 누적 방문객 역시 3,546만 명에 그쳐 전년 같은 기간 3,827만 명보다 7.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청은 비자 수수료 인상과 소셜미디어(SNS) 심사 강화 등 외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연방 정부의 정책이 국제 관광객 유입을 가로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대 시장인 캐나다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2024년 1백40만 명에 달했던 캐나다 관광객이 20% 이상 줄어들 경우 약 28만 명의 방문객을 잃게 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항공업계 수치는 상황이 더욱 심각함을 보여준다. 해리 리드 국제공항 자료를 보면 10월 한 달간 웨스트젯 이용객은 5만9,260명으로 전년 대비 33.2% 폭락했다. 에어캐나다와 포터 항공도 각각 26.3%, 22% 감소했으며 저가 항공사인 플레어는 71.4% 줄어든 2,296명에 그쳤다.
관광객 감소 배경에는 정치적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언급하거나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강경 발언을 쏟아낸 점이 캐나다인들의 거부감을 샀다. 여기에 1캐나다 달러당 0.725달러에 불과한 환율도 라스베이거스행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현지 호텔업계는 파격적인 대책을 내놨다. 서카 리조트, 디 라스베이거스, 골든 게이트 호텔을 소유한 데릭 스티븐스 대표는 캐나다 달러를 미국 달러와 동일한 가치로 인정해 주는 이른바 '앳 파'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오는 8월 말까지 이 호텔들을 이용하는 캐나다인은 환율 손해 없이 결제할 수 있으며 카지노에서도 최대 500달러까지 일대일 환전 혜택을 받는다.
스티븐스 대표는 국가 간의 갈등으로 관광객이 줄어드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캐나다인들에게 여전히 환영받고 있다는 확신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여행업계에서는 이번 프로모션이 환율에 민감한 이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으나 정치적 기류와 국경 보안 강화가 여행 심리를 40% 이상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바다 대학교 라스베이거스 경제학과의 스티븐 밀러 교수는 전체 방문객은 줄었으나 고소득층의 소비는 여전해 1인당 지출액은 오히려 늘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역 경제의 한 축인 국제 관광객, 특히 캐나다 시장의 위축은 라스베이거스 관광 산업 전체에 큰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