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랬었던가 5월의 신부가 가장 아름답다고들,,
눈부시게 맑은 야외 웨딩홀에 간밤에 광이 날 정도로 잘 닦여진듯한 흰 장식기둥들은
아기 침대보 마냥 푹신푹신한 잔디에 일렬로 쭈욱 늘어져 있었고, 제일 끝으로 보이는 분홍색의 동그란 풍선은
누가 만들었는지 심문해보고싶을만큼이나 아름답게 아치모양으로 뻗어져 있었다.
좌우로 늘어진 객석위로 색색깔의 색종이들이 흝날리면서 조용한 오르골소리가 울려퍼진다.
흰 순백의 드레스가 땅에 질질 끄일새랴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자락을 잡고 함께 걸어오는 아이들은
아마도 여기 앉아있는 여러사람들중 한명의 아이일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면사포를 뒤로 넘기면서 장식된 꽃만큼이나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던 여자는
당장이라도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공주님 마냥 아름다운 모습으로 천천히 음악에 맞춰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그 끝에서는 여자만큼이나 동화책에서 튀어나온것 같은 왕자님같은 사내가 쑥쓰러운듯이 시선을 한곳에 두지못한채
양 볼이 빨개진채로 그녀의 웃음에 기뻐하고 있었다.
분할정도로 축복받은 결혼식장에 더이상 있기 싫었던건
단순한 심술이었을지도 몰랐다.
_위험한 도박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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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녕이뭐냐...다큰어른이..."
날이 더워서 그런건지 아니면 이런 상황들이 짜증나서인지
나도모르게 퉁명스레 말을 내던지고는 에어컨이 얼굴을 사정없이 건들여대는 명당에 앉아서
보지도 않을 서류들을 뒤적뒤적거리며 넘겨보기 시작했다.
의외의 반응에 민망했던지 삐죽거리며 내옆으로 오던 녀석은
키는 작은 주제에 깔끔한 정장이 눈부실 정도로 잘 어울리는 호남형이었다.
옛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것같은 뚜렷한 이목구비에 날렵한 콧날과 고풍스러운 외모는
키만 조금더 컸더라면 금상첨화일텐데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할 정도였다.
조금은 주접스럼운것같은 수다쟁이에 목소리를 어찌나 앵앵 거리는지,
다른사람들이 들으면 기생오래비도 아니고 뭐 저렇냐라고 딴지걸기 딱 좋은 목소리에다가
손가락은 어쩜 그렇게 부드러운지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나 있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본인은 태어날때부터라고하지만, 염색을 한듯한 천연 갈색머리칼이
밖의 무더위에 지쳤었는지 에어컨 앞에서 살랑살랑 거리고 있다.
"뭐야....삐졌어?? 혼자 하와이 갔다왔다고?"
"좋더냐?"
턱을 괸채로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입이 귀에 걸린 녀석을 바라보는 꼴이라니...
내일모레 20대인생도 끝날 내 인생에 있어서 저녀석은 꼴불견 그 자체였다.
"너도 봤지?? 결혼식장에서 우리 자기말이야~~ 천사가 따로 없지 않디??"
"어이쿠, 그놈의 마누라 자랑....신혼초기라서 아주 시끄럽구만"
"에?? 아하하하 선배도 참~ 선배도 작년이맘때 난리셨으면서"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양볼을 붉히던 녀석이 장난스레 말을 던져버릴때마다
여자 한명없는 사무실 분위기가 꽃밭에 온것마냥 화사해지는건 두말할 것도 없었다.
왠만한 여자만큼이나 애교성이 있던 녀석인데다가 외모도 르네상스미소년수준급이니까...
사무실내 선배들이며 후배놈들이 녀석을 싫어할리가 없지...
"그나저나...냥아! 너 왜 중간에 가버렸냐? 인사도 없이?? 급한일 있었어?"
"냥이라고 부르지 말랬잖아...."
"왜에~ 귀여운데..."
"네놈 헤벌쭉한 얼굴 보기싫어서 갔다 왜"
아주 익숙하게 내 얼굴 가까이 얼굴을 드리밀던 녀석의 뽀얀 볼살을 힘껏 꼬집으면서
들고있던 파일더미를 녀석의 책상에 우를 쏟아버렸다.
"신혼여행간동안 밀린 업무, 오늘중으로 다할것"
"에??"
"그럼 난 담배피러 간다"
울상이되어서 파일더미와 날 번갈아 보던녀석
그럼그렇지, 5초도 되질 않아서 옆자리의 선배들에게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
"야! 한진혁"
"응?? 왜왜 줄여주게???"
"네녀석 자필아니면 통과 안될줄 알아라"
사무실 가득 녀석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진다.
이건 권위를 이용한 족쇄
내가 저녀석을 바라본건 20년인데
고작 만난지 2년도 채 안되는 여자한테 보기좋게 뺏겨버릴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하긴, 그 미모에 그 몸매면 안넘어갈 남자는 없겠다만...
어차피 평생을 같이 살 여자가 생겼다면, 회사에서 권력을 이용해 잡아놓는게 녀석에게의 심술이었다.
첫댓글 >ㅁ<
근데,,,, 저 쥔공은 결혼 한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