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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으아아악! 이거 놔요!!"
자신을 잡아끄는 은빛 머리의 두사람에게 거의 발악적으로 소리치는 은해였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더군다나 해가 중천에 뜬지 오래였기 때문에
정령의 기사들과 리안이 깼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 상태에서 엔다이론을 소환해봤자 정체를 모를 궁수들에 의해 정령계로 강제소환 당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이 방법도 소용이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당에 은해는 최후의 방법으로 일명<미친척하며 발악하기>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무관심과 무반응이 은해에게 올 뿐이었다.
"난 절대 수상한 사람이 아니란 말이예요!!! 도데체 어디로 데려가는 건데!!!"
흰색 신전같은 곳을 돌아보며 은해가 소리쳤다.
하지만 곧이어 은해에게 돌아오는 것은 은빛머리의 두사람이 은해를 내동댕이 친 상황일 뿐이었다.
"으악!"
'쿵'
은해와 바닥이 함께 만든 소리가 주위를 울렸다.
'젠장..'
은해는 인상을 찌푸리다 허리를 매만지며 소리쳤다.
"무슨짓이예요!!"
"어라? 여자가 아니잖아? 난 또 여잔줄 알고 기대했지뭐. 이번 마족들은 취향한번 독특하네?"
에델린처럼 툭 내던지는 어투에 은해는 설마하고 고개를 들었건만.
설마가 사람잡는다고...
은해의 앞에는 에델린과 붕어빵인 남자하나가 탁자위에 앉아있는 것 아닌가.
"에..에델린?!!"
"에델린이라고? 호오... 마족에게 감염된 하프엘프가 정신은 말짱하군. 감염된 거 맞아?"
에델린과 붕어빵인 남자가 은해에게 천천히 걸어오며 말했다.
확실히 에델린은 아니라는 결론에 은해 역시 침을 꼴깍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은빛머리의 에델린은 은해 앞에 걸음을 멈추더니 픽 웃으며 말하였다.
"마족들은 보통 하프엘프라고 해도 여성을 골라서 하는 경우가 많아. 여성이 마법적으로도 뛰어날 뿐더러
판단력과 주의력, 심지어 기술도 좋거든.
하지만 난 적어도 네가 남자라고 생각하거든? 그런 만큼 네가 특별하다는 거겠지.."
은빛머리의 에델린은 눈을 차갑게 굳히며 말을 이었다.
"감염된 하프엘프가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 넌 누구지? 더불어 에델린하고는 무슨 관계인거냐?"
'힉!!'
은해는 또다시 얼굴이 굳고 말았다.
<아, 내가 정령의 아이걸랑.>이라며 비꼬며 말할수도 없고,
<그냥 지나가다가 들었어요.>라고 말할수는 더더욱 없는 노릇이었다.
에델린과 닮은 남자가 만약 은해가 정령의 아이라는 걸 듣게 된다면 곧바로
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려보낼 것이 분명했건만, 은해가 망설이는 것은 은해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모험>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은해는 침을 꼴깍 삼키고는 조심스럽게 말하였다.
"제..친구인데..요..."
"치..친구?! 하하하하하하!!!!"
은해의 조심스러운 어투에 아랑곳않고, 에델린과 닮은 남자는 호탕하게 웃었다.
잠시뒤, 웃음을 멈춘 남자는 피식 웃더니만, 은해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끌고가!!"
헉!!!
은해의 얼굴이 파래지고 말았다.
<무슨 잘못된 말을 한것도 아닌데 왜?> 라는 말이 은해의 머리속에서 맴돌았고,
남자는 곧바로 등을 돌리며 말하였다.
"에델린의 친구라고? 말도 안돼는 소리..
그애는 수호령(정령이 탄생할땐, 정령을 돌봐주는 정령이 하나씩 붙었다.)도,
친구도 없는 그저 한낮 정령의 아이를 지키는 수호자 일 뿐이다.
내가 그런 거짓말에 넘어갈것 같아? 천한 마족이 감히 누구 이름을 입에 올리는 가 하였더니만..
별 것 아니었군 그래?"
"그러면!! 그러면 당신은 뭔데요?!! 난 마족이란 것도 아니자만, 에델린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나는 친구라고 생각한다고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순간 은해의 한쪽 뺨이 쓰라리도록 화악 달아올랐다.
은빛머리의 궁수들이 은해를 잡고 있었지만, 그들 역시 남자의 당황스런 행동에 그만 은해의 몸을 잡고있던
손을 놓고 말았다.
은해는 손으로 뜨거워진 뺨을 매만지고는 <이상태에선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라는 판단에
자신을 향해 돌아선 남자에게 도전적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남자는 그저 중얼거리듯 인상을 쓰며 말할 뿐이었다.
"비천한 마족 따위가.."
순간 은해는 입술을 꽈악 깨물고 말았다.
엄청난 분노와 답답함에 자신도 모르고 한 행동이었겠지만, 은해가 물은 입술에서는 피가 약간씩
배어나오고 있었다.
은해는 조용히 말하였다.
"그래요.. 그럼 제가 마족이라는 거라고 쳐요. 끌고가서 고문을 하든 죽이든 상관 없지만,
도데체 당신은.."
그러자 남자는 다시금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은빛 머리를 매만졌다.
한 참뒤, 고개를 숙이며 몸을 반대로 틀더니 남자는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더이상 말하지 않겠다."
"..."
"나중에 만나면 그애에게 전하라. 앞으로 450일 뒤라고 말이다."
순간 은해의 눈이 굳어졌다.
'450일?'
뭔지는 모르지만, 일단 에델린에게 안좋은 일이 벌어질 것 만 같은 예감이 들었기에
은해 역시 표정이 굳어진 것일 테지만, 남자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다신 볼일이 없겠지만."
"뭐라고요?!"
"우리 백색의 엘프들은 너를 마족을 퇴치하는 엘프군에 넣을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족인지 아닌지는 확실히 구별 되겠지.
마족이라면 마계 규칙에 따라 자신의 편을 소멸 시킬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뭐, 만약 니가 감염된 엘프가 아니라고 해도 용병에서 빠져나올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그럼 이 남자들이 모두 백색의 엘프들이란 말이야?!!!>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아무 생각 없이 듣고나니 은해 역시 당황할 뿐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은해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여유롭게 말할 뿐이었다.
"참고로 내 이름은 아나이스. 잘 알아두는게 좋을 껄?"
"이이익-!!!"
그렇게 아나이스는 사라지고 말았다.
이를 갈며 그를 노려보는 은해를 그 자리에 내버려둔채..
***
"도데체 왜 그런걸까?"
조그마한 방(말만 조그마한 방이지, 엘프들의 용병들은 꽤 높은 자리이기 때문에 역시 넓었다.)에 있는
침대에 누우며 은해가 엔다이론에게 물었다.
그러자 엔다이론이 털을 후두둑 털며 말하였다.
[에델린님 일이라면, 간혹 이런 생각을 할수도 있습니다.]
"응?"
[에델린님은 정령의 자연계에서 탄생하신 분이 아니라 마족의 봉인을 달고 탄생된 분이십니다.]
"무슨 말이야.?"
은해는 상체를 벌떡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
엔다이론 역시 은해의 발밑에 앉으며 말하였다.
[지금으로 부터 약 3000년전, 에델린님께서 태어나시기 전의 일이지만- 그때 정령계와 마계와의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굉장히 큰싸움 인지라, 인간들은 제 목숨 부지하려 바뻤고, 나이트 정령들로도
부족해 최후의 수단인 백색의 엘프들까지 불러들인 전쟁이었으니까요..]
".."
[마침내 정령왕들 역시 손 쓸수 없는 지경에 빠지게 되어 결국 마족을 봉인 시키기로 했습니다.
저 역시 그때 그자리에 있었습니다만, 정령왕들은 마족들을 검은 숲의 엘프한명에게 마족을 봉인 시켰지요.
그 분 역시 자청으로 봉인을 맡게 되셨습니다만, 그 분이 바로 에델린의 어머님 뻘 되시는 분이죠.]
"어..어머니?"
[정령들은 부모가 없는 그저 자연을 부모로 삼아 탄생되는 존재이지요. 하지만 그분의 정신력으론
몸속에 봉인된 마족의 기운을 버틸수 없어, 피의 의식을 치뤄 한 정령을 빠른 세월에 탄생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정령이 바로 에델린 님이시지만, 뭐.. 그분은 하급 정령임에도 불구하고 마족의 봉인을 버텨내신 분이십니다.]
엔다이론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말을 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나이스님이 에델린님에 대해 존경을 표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아나이스님께선 백색의 엘프의 대표이시기 때문에 마족들의 표적 중 하나였으니까 말이죠.]
"헤에~ 그럼 진작에 말할 것이지... 근데 에델린하고 되게 닮았더라."
[하긴 뭐- 아나이스님도 정령왕들과 함께 마족을 봉인하셨으니까요. 에델린님은 아마도 검은 숲의 엘프에게
봉인을 받으면서 아나이스님의 영향을 받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구나.."
은해가 수긍이 간다는 듯 침대 쪽으로 상체를 다시 떨어뜨렸다.
그러자 엔다이론이 말하였다.
[아무튼 다행입니다. 전 은해님이 붙잡히자마자 죽으시는 줄 알았거든요.]
"하하- 내가 워낙에 좀 운이 좋걸랑~ 근데 내가 빛의 화살(엔다이론에게 설명받음)을 막지 못했을까?
에루한님의 화살이나, 리안의 공격도 내 기운이 다 튕겨냈는데 말이야."
[에루한님의 화살은 역시 정령의 기운이 주위의 사물보다 강했기 때문에 은해님의 기운이 놀라서 그랬을 것이고,
리안님은 드래곤이시기 때문에 마력이 약간씩 자리잡기 때문에 튕겨냈을 겁니다.]
엔다이론이 약간 고개를 숙이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은해가 더욱 재촉하며 묻기 시작했다.
"그럼 빛의 화살은?"
[아마도- 은해님의 기운은 빛의 기운으로 정화되어 무력화 되는 것일 껍니다.
보통 정령의 아이의 기운은 흑의 기운에 무력화가 되지만, 은해님은 특이한 기운을 가진 모양입니다만..]
"뭐~ 좋은거겠지롱-"
은해가 눈을 감으며 장난끼 있게 말하자,
엔다이론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은해를 향해 말하였다.
[피곤하시면 전 이만 정령계로 돌아가겠습니다.]
"아.. 그렇지- 수고했어. 고마워 엔다이론-"
[천만의 말씀입니다.]
엔다이론은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그대로 푸른빛을 내뿜으며 자리에서 사라졌다.
정령계로 소환되어 정령왕들의 회의실로 온 엔다이론은
도착하자 마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래. 왔냐?"
[왠일이십니까?]
"그건 니가 더 잘 알텐데?"
에반이 퉁명스러운 어투로 물었다.
엔다이론이 찬찬히 살펴보자니 정령의 기사와 리안, 그리고 정령왕들까지 모여있는게
아닌가?
순간 엔다이론은 은해가 사라진 일로 모였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알게 되었다.
[죄송합니다]
"괜찮아. 은해가 가고싶어해서 보내준건 죄가 아니지. 안그래?"
"그래 맞아. 문제는 이 녀석이야."
로웰이 대답하며 실베스터에게 반문하자, 실베스터는 목소리를 약간 낮추며
대답하였다.
푸른 늑대는 실베스터가 가르킨 곳을 향해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역시나 예상대로 에델린이 문제였던 것이다.
에델린은 고개를 숙인채 이프리안의 수정구슬(이프리안은 예언의 능력이 조금 있었다)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나 에델린과 붕어빵인 아나이스가 침대에 누워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모습이 수정구슬을 채우고 있었으며,
에델린은 아나이스를 뜷어지게 보는 것이었다.
"하긴 뭐.. 에델린에게 있어서는 아나이스가 아버지나 마찬가지니까."
"......."
에반이 동감한다는 듯 말하자, 리안은 아무말 없이 에델린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리안은 입을 떼며 말하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거냐? 니 주제에 생각이라는 건 하지도 않으면서 말이야."
"아니.. 그냥.."
<아니.. 그냥..>이라니!!
평소 같지않은 에델린의 반응에 에델린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경악을 하였다.
보통 때였으면 <젠장..너 지금 나하고 해보겠다는 거냐?>라는 어투가 바로 툭 튀어나왔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에델린은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오직 하나의 생각만을 하며 아나이스가
이불을 덮고 있는 것을 볼 뿐이었다.
'450일 뒤...'
*
후아- 12편, ㅜㅜ 많이 걸린 것 같습니다.
좀 허접하더라도 읽고 꼴말 남겨주세요..
ㅜㅜ 작가에게 많은 도움이 된답니다..ㅜㅜ
양돌이 올림..
삭제된 댓글 입니다.
별빛비이님..ㅜㅜ 감사드려욧..ㅜㅜ
재밌게 잘읽었어요^^ 저는 다음편 보러 가여~
미안크크님^0^안녕하세요~
…. 잘 읽고 가요‥, ^-^,
무슨일이 벌어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