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석위로모여라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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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칼럼입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샤이니가 돌아왔다. 애도상담가로서 이번 샤이니의 컴백활동이 특히 더 반갑고 기쁘다. 종현의 빈자리를 애써 감추지 않고 대신 채우려 하지도 않는다. 그냥 멤버 각자가 성장했고 4인조 완전체가 되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샤이니가 지난 2월 22일 돌아왔다. 샤이니 공식 채널에 구독과 좋아요를 누르며 컴백을 기다렸다. 팬심을 갖고 누군가를 진득하게 좋아할 만한 성격이 아닌 나는 평생 누구의 ‘빠’가 되었던 적이 없다. 하지만 샤이니는 달랐다. 그들의 컴백을 기다리며 유투브 알고리즘의 파도에 따라 각종 영상을 정주행하며 '샤월'이 되어갔다. (* 샤이니 팬덤에 대한 애칭으로 샤이니 팬클럽 이름 샤이니 월드를 줄여 샤월이라고 한다.)
컴백은 성공적이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의 음원 사이트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며 각종 음악방송과 예능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음악, 스타일링, 안무에 대한 호평에 더해 멤버 각자의 매력이 모두 돋보일 수 있는 예능 출연을 보고있노라면 이들이 컴백을 앞두고 신중하고 영리한 고민을 얼마나 많이 했을지 알 수 있다. 5인조에서 4인조가 되는 과정에서 이들은 성장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반갑고 기뻤던 것은 누구보다 그들 자신이 즐겁고, 신나며,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는 점이다. 이렇게 돌아와 줘서 정말 다행이다, 고맙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2017년 12월 멤버 종현이 사망했다. 재능 많던 탑 아이돌의 멤버였던 종현의 죽음이 사람들에게 미친 충격은 꽤 컸고 오래갔다. 지금도 그러하듯 우리는 자살로 사망한 사람을 공적으로 어떻게 애도하고 추모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자살자와 주변사람들을 모독하기도 하고, 흠결 없는 고결한 사람이라고 추앙하기도 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딱 한 번뿐이며 그래서 누구도 죽음을 경험한 적이 없기에 각자 자기 방식으로 그 죽음을 해석한다. 해석의 과정에서 고인의 것인지, 내 것인지 모를 서사가 덧 입혀지곤하는데 자살이라는 죽음은 더욱 그러한 것 같다.
당시 그의 팬이건 그렇지 않건 그의 죽음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다. 상담실에 찾아온 몇몇 내담자들도 종현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울해 하거나, 그의 죽음으로 인해 우울한 자신을 어쩔 줄 몰라했다. 그의 대단한 팬도 아니었는데 죽음 이후 그의 마지막 행적을 추적하는 자신이 좀 이상하지 않냐고 묻기도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라디오 방송을 찾아봤고, 공개된 유서를 보고 궁금증을 가졌고, 유서 속 문장 하나 하나 곱씹어 읽어보았다. 오래된 예능 출연분을 보면서 도대체 언제부터 그가 죽음을 생각해 왔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전문가랍시고 그의 유서를 놓고 이러쿵 저러쿵 멋대로 분석하는 전문가의 영상을 보고 분노와 혐오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의 가족도 지인도 팬도 아니었던 내가 이렇게 그의 죽음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종현의 가족과 다른 멤버들의 안부가 걱정되었다.
종현의 사망 후 2018년 5월, 6개월 만에 샤이니는 ‘데리러가’라는 노래로 컴백했다. 종현에 대한 기억과 추모의 마음을 담았다던 이 노래의 안무는 아름답다. 샤이니 특유의 화려하고 테크니컬한 군무가 아닌 멤버 네 명의 연결감을 강조한 스킨쉽이 많았던 동작들, 카메라를 응시하기 보다는 서로를, 그리고 의자위에 올라가 허공을 향한 움직임. 안무가의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 이 노래의 안무는 먼저 간 멤버 종현을 그리워하고 그들 곁에 다시 부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곡으로 활동할 당시 출연한 방송에서 한 멤버는 한동안 울지 못했음을 고백했다. 어떤 멤버는 주변사람들이 ‘괜찮냐’고 묻는 말들에 대한 불편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즐거워야 할 예능에서 눈물을 삼키며 잠시 무거워진 분위기를 만든 것에 대해 리더는 죄송하다고 했다. 열심히 활동하겠다며, 웃고 있지만 슬퍼보였고 다소 비장함도 느껴졌던 멤버들의 복잡한 표정이 기억한다. 다행인 것은 멤버들 각자가 종현이 일과 관련하여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고 했고, 너무 이른 컴백이 아니냐는 사람들의 걱정에 대해 피하지 않고 그냥 활동을 계속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리고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번 컴백에서 이들은 2018년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그 일 이후로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자신에 그룹에 영원히 따라붙을 그 사건을, 그 사람을 어떻게 기억하고 말해야 할지 조금씩 알아간 것 같이 보였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였다. 컴백 후 음악방송 1위 소감에서 멤버 키는 그 자리에 함께 있으면 좋았을 너무 그리운 멤버에 대해 이야기했다. 너무 보고 싶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한 유투브 채널에서 샤이니 멤버 각각은 샤이니를 알지 못하는 어린이들과 함께 과거 활동 영상을 보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갑자기 한 명이 빠진 앨범 자켓 사진을 보고 어린이가 물었다.
“아, 한 명 없어요?”
“네, 한 명 없어요”
“왜요? 나갔어요?”
“어. 종현이 삼촌이라고 몸이 좀 아파서..”
“아!!!! 그럼 나쁜 삼촌 아니네”
“음 나쁜 삼촌아니고 좋은 삼촌인데...”
“좋은 삼촌....”
멤버 민호는 종현을 좋은 삼촌으로 아이에게 소개했다. 아이는 그렇게 샤이니 멤버였던 종현을 몸이 아파서 지금은 함께 할 수 없는 좋은삼촌으로 기억할 것이다. 가수 아이유의 개인 유튜브 채널 [팔레트]에 출연한 샤이니는 아이유의 노래 ‘이름에게’를 불렀다. 이 노래는 이름을 지녔던 세상의 모든 존재들에게, 이름을 가지지 못했던 세상의 존재들에게, 이름이 잊혀진 모든 존재들을 향한 노래로 알려져 있다. 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샤이니를 바라보는 아이유. 이들은 모두 소중한 동료를 자살로 잃었다. 샤이니가 부르는 ‘이름에게’는 종현을 향한 노래이기도 했지만 같은 아픔을 겪은 아이유를 향한, 소중한 이름들을 잃은 사람들을 향한, 그리고 샤이니 멤버 각자에게 전하는 위로의 노래처럼 들렸다.
샤이니의 이번 컴백은 상처와 슬픔을 안고도 행복한 삶을 이어갈 수 있음을, 내가 신나고 행복하다는 것이 고인을 잊거나 지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좋았다. 고인이 떠오를 때 그가 보고 싶다고, 이 기쁜 순간에 당신이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수 있는 것, 당신과 함께 한 기쁘고 소중한 순간들을 영원히 기억해도 괜찮다는 것을 수많은 자살 사별자들에게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샤이니는 정말 잘 돌아왔다.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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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돌아왔고 샤이니는 성공했다! 샤이니는 이제부터 시작이야
샤이니를 좋아했던 좋아하는 좋아할 내가 계속되게 해줘서 고마워💎
항상 샤이니답게 돌아와줘서 너무 고마워🩵
진짜 잘돌아왔다!! 앞으로도 잘 나아가보자구
돌아와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