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서핑하는 것 같다. 큰 파도가 막 내게 밀려왔다. 그리고 난 그것을 뚫고 나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선풍적인 인기를 실감하는 스타 중 한 명인 한국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 이재(EJAE, 한국 이름 김은재, 34)가 1일(현지시간)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성공이 "꿈처럼 느껴진다"고 털어놓았다.
가공의 걸그룹이 이중생활을 하며 밤에는 초능력을 갖춘 악령 집단에 맞서 인류를 보호한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는 영화는 지난 6월 공개된 뒤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됐다. 사운드 트랙의 뛰어난 노래 중 하나인 업비트 대표곡 '골든'은 이날 발표된 영국의 오피셜 차트 싱글 부문에서 세 계단 뛰어올라 1위를 차지했다. 저스틴 비버의 '데이지'가 2위, 영국 가수 MK의 '디올(DIOR)'이 3위 순이었다. 그 밖에도 '케데헌' 음원인 '유어 아이돌'이 10위, '소다 팝(SODA POP)'이 11위를 차지했다.
재이는 영화 사운드트랙에 담겨 현실의 음원 차트까지 휩쓸고 있는 '골든'과 '유어 아이돌' 작곡에 참여했으며, 극 중 악귀를 무찌르며 시원한 고음을 내지르는 걸그룹 '헌트릭스'의 리더 '루미'의 노래를 들려줬다. 어릴 적 '한국의 비욘세'를 꿈꿨던 SM 연습생이었다가 포기하고, 서른을 훌쩍 넘겨 '아이돌'로 뒤늦게 데뷔할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걸 그룹 에스파의 '아마겟돈' 등 몇몇 케이팝 히트곡의 '톱 라이너'(보컬 멜로디와 가사를 쓰는 사람)란 것 말고는 알려진 게 없었다. 열심히 노력해도 잘 안되는 일이 많아 힘들었다고 과거를 돌아본 그녀는 이번 성공에 "영예로운" 느낌이라고 했다.
이재는 두 노래 외에 'How It's Done', 'the Hunter's Mantra' 작곡에도 힘을 보탰다. 그녀는 "그 노래들을 쓰는 동안 데모 테이프로 노래를 불렀다. 여러분은 내가 노래하는 것에 익숙하실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은 '이봐, 노래를 하고 싶은 거야?'라고 물어보는 것 같았고, 난 '왜 안돼?' 대꾸하는 식"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재는 응원이 쏟아지는 것에 압도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 달 만에 거의 10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늘었다. 이어 "스크린 뒤에서 일하는" 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케이팝 데몬 헌터스 크루들은 '골든'을 쓸 때 이미 "한 방 터뜨릴 줄"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엄청난 인기를 끌지 몰랐다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그 노래가 그렇게 많은 팬을 불러 모을지에 대해선 "우리가 희망하고 사람들이 원하던 적시적소에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이 노래는 아주 희망에 차 있다. 목소리만 높이면 돼 아주 힘이 넘치는 노래다. 어쩌면 사람들이 지금 당장 필요로 하는 것일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오피셜 차트 컴퍼니에 따르면 이 노래는 2012년 싸이의 '강남 스타일' 이후 영국에서 싱글 1위를 차지한 최초의 케이팝이다. 편집장 칼 스미스는 "지금 이 순간 케이팝이 얼마나 인기있는지를 보여준다"면서 '유어 아이돌' 역시 이번 주 차트 10위 안에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두 노래가 "대단한 멜로디를 지닌 놀라운 팝송"이라며 이 영화가 팬들로 하여금 "좋아하는 새 밴드를 그려볼 수 있게" 했다고 지적했다.
애니메이션 영화 사운드트랙이 1위를 차지한 마지막은 디즈니 '엔칸토'(Encanto)의 싱글 'We Don't Talk About Bruno'로 2022년 초 7주간이나 머물렀다. 칼은 '골든'도 비슷하게 차트에 오래 머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올 여름의 노래가 될 수 있다"면서 "그 인기가 세대를 초월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케이팝 전문 사이트 '한류 두잉'(Hallyu Doing)을 운영하는 케이티는 이 영화의 성공이 영국 팬들을 흥분시킨다며 "케이팝 팬이 아니었던 이들이 이 영화를 본 뒤에 가서 보고 싶은 현실의 케이팝 아티스트들을 찾아보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