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905
빈 둥지 증후군
김여화
요즘 한창 새끼가 부화해서 아침저녁으로 요란스런 때까치들의 지저귐을 듣는다. 새끼를 까서 그 새끼가 자라 둥지를 떠나가고 새끼를 길렀던 어미 새도 떠나버린 빈 둥지를 이따금 볼 수 있다. 어느 날 하도 시끄럽게 느껴지는 때까치 소리에 건너편 해송 숲을 바라본다. 어제 단비에 피어버린 층층나무 흰 꽃이 푸른 나뭇잎과 함께 마치 떡시루인양 켜켜로 피어 있는 것이 아, 벌써 때까치가 한 배 새끼를 쳤구나! 시키지 않아도 절로 찾아와 기다리지 않아도 계절을 알고 찾아와 가족을 늘리는 것이 사람보다 낫다. 집 마당에 서면 텃논 건너 가까이에 숲이 있어 요즘 같은 아침을 꾀꼬리 노래를 듣게 되고 때까치 가족들의 즐거운 아침이 되어있느니 혼자 미소를 문다. 저렇게 요란스레 놀다가 어느 정도 날자가 지나면 제 갈 길로 떠나가는 것은 조물주의 이치일 것이다. 사람도 그러하다. 자식들을 여러 명 키울 적에는 온 동네가 시끌작 하다가 자식들이 제 살길 따라 떠나가고 나면 덩그런 집에 부부만 남고 그 부부마저도 오랜 세월이 지나면 아예 세상을 등지거나 도시로 떠나가고 사람 떠난 빈 둥지는 종내는 쓰러지고 무너져 내리기 마련이다. 최근 빈 둥지 증후군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그게 무엇인가? 빈 둥지란 새끼들이 떠나간 빈집을 말함이고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 마을만 그런 것이 아니며 그렇게 부모들이 부부만 외롭게 살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빈 둥지 증후군이란 말이 생겨났나부다. 마을 마다 빈 둥지에서 빼빼마른 모습으로 허리는 구부러지고 손은 장작개비 같고 다리를 절룩절룩 기우뚱 기우뚱 걷는 우스꽝스런 노인들의 걸음걸이 혼자 끼니도 해결하기 싫어서 그러저럭 동가식서가숙 한다고 할까? 다 망해져가는 빈 둥지를 들랑거리는 늙은 까마귀 같은 분들을 날마다 본다. 조류 중에서는 까마귀가 효자라고 한다. 까마귀는 늙으면 자식 까마귀가 먹이를 가져다 바친다고 알려져 있다. 음력으로 6월 7월 대낮에 까마귀가 날며 흉측한 소릴 들을 수가 있는데 이것은 부모 까마귀가 자식까마귀 한테 앙받아 먹으려고 자식을 부른다는 말이다 앙이 무엇인가. 어른들 말씀이 부모까마귀는 자식까마귀에게 내가 너희를 길렀으니 이제는 너희가 날 먹여 살리라 그런다는 말이다. 물론 그것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엊그제 설문조사에서 부모가 귀찮고 부모 때문에 일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20대 젊은 층에 상당수라고 했다. 예전 우리는 당연히 부모를 모셔야 한다고 믿고 있지만 그게 아니라는 말이다. 때때로 뉴스에서는 부모에게 용돈을 타려다 용돈 안준다고 부모를 살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부모를 먼 곳에 가서 버리고 오기도 하는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그런가하면 어떤 부모는 어려부터 자식들에게 투자한 교육비를 모두 기록하였다가 자식들이 장년이 되어 취직을 하자 너희들에게 투자한 돈을 상환 받겠다고 해서 한 달에 얼마씩 정기적으로 상납하라고 지시를 했다고 한다. 물론 그 집 아들들은 이러한 아버지의 명령을 당연 한 일로 받아들이고 시행을 했다고 알려진다. 더구나 그 아버지는 조카들까지 키우고 교육을 시켰는데 자식은 물론 그 조카들까지도 투자한 교육비를 상환하라고 해서 노후에 편안히 자식들과 조카들이 보내주는 돈으로 산다고 했다. 이 경우는 자식이나 조카들이 착해서라고 우리는 말한다. 물론 착한 것도 사실이고 예전에는 그런 경우가 통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요새는 그게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우리나이 오십대 중반만 해도 그런 일을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말이다. 이분은 까마귀의 앙받아 먹으려 한다는 말과 같다. 그래도 그 아버지가 지혜롭다. 자식들에게까지 투자한 교육비를 상환 받는 터에 조카들이 못하겠다고 하겠는가? 당연히 찍소리 못하고 큰아버지께 상환을 하고 있다는 말에 지혜로운 아버지라고 웃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통상적인 경우가 통하지 않는다. 아니 자식들에게 그렇게 요구 할 수가 없다. 내경우도 그와 같다. 본시 자식들을 대학원까지 가르치지 못하였으니 저희들도 살기 빠듯한 세상에 어떻게 용돈 달라고 하겠는가? 행여 내 자식이 부모노릇 잘해달라고 주문 할까봐서 전전긍긍한다고 하면 과장 된 표현인가? 우리부부는 둘이만 살게 된지가 꽤 된다. 물론 둘이만 살면 편하다. 솔직히 말해서 큰아들이나 며느리가 손자들과 함께 며칠 묵어가면 손님처럼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더구나 혼자 살아버릇해서 식구가 많아지면 모든 일이 걱정스럽다. 이제 자식들은 손님이다. 어차피 아이들은 서둘러 가야 하기 때문에 붙잡을 수도 없는 처지다. 그렇다고 작은 아들도 며칠씩 묵어갈 처지는 못 된다. 벌써 십년 넘게 우리부부만 살면서 익숙해진 생활이 아들들이 오면 여러 가지로 신경 쓰이게 마련이다. 지금이야 우리가 아직 풀기가 있으니 집을 휘어잡고 가꾸며 산다지만 머지않아 우리부부도 빈 둥지에서 둘이 늙어가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빈 둥지 중후군 이란다. 집은 우리가 힘이 없어 손대지 못하면 낡고 달아질 것이다. 그때는 우리집도 빈 둥지가 되어 초라하게 변 해 있을 것이다. 우리마을에는 혼자사는 노인도 많지만 거의 부부만 사는 집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없으니 빈둥지만 남은 셈이다. 아직은 내 빈 둥지는 튼실해 보이지만 아마 이집도 낡은 둥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