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정보 및 정보기술 불법 활용한 소비자 권익 침해 집중 조명 -
- ‘개인정보보호법’ 입법 가속화 및 온라인 시장규제 강화 전망 -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3.15 완후이(晩會)’가 지난 3월 15일 오후 8시 CCTV-2(경제채널)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중국 정부와 중앙방송국(CCTV)가 공동 주관인 ‘3.15 완후이’는 1991년부터 매년 소비자의 날인 3월 15일 중국 소비자 관점에서 기업을 고발해 왔다. 작년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4개월 연기됐으나 올해는 예년대로 ‘소비자의 날’ 당일 방송했다.
2021년 고발사례
2021년 3.15 완후이는 안면인식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 개인정보 불법 수집, 채용정보 사이트 구직자 개인정보 불법 매매, 포털사이트 허위·과장 의료광고 송출, 서우러우징(瘦肉精: 클렌부테롤) 첨가된 사료 먹인 양고기, 자동차 품질안전 및 A/S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미국 콜러(KOHLER), 독일 BMW, 이탈리아 막스마라(Max Mara), 미국 포드, 일본 인피니티(닛산) 등 외자기업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번 3.15 완후이에서 특히 중국 개인정보 보호 미비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진 점을 주목해야 한다. 당일 방송에서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소비자 개인정보 불법 수집 문제가 첫 번째 사례였다. 욕실용품 브랜드 콜러, BMW 자동차, 막스마라 등 글로벌 브랜드들은 제품 문제가 아닌 개인정보 불법 수집 문제로 적발됐다. 중국내 매장에 안면인식 기능 탑재한 카메라를 설치해 방문 고객의 얼굴 정보를 불법 수집했으며 고객 재방문 비율 등을 파악했다. CCTV는 “안면인식 정보는 개인의 생체 식별정보로 마땅히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콜러, BMW 매장에 달린 안면인식 카메라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되지 못하는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레핀망(猎聘网), 즈롄자오핀(智联招聘), 첸청우유(前程无忧) 등 중국 대표 채용정보 사이트들이 구직자 이력서를 불법 매매한 사실도 적발됐다. 이들 사이트에 기업회원으로 등록하고 비용을 지불하면 구직자 개인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으며 이러한 구직자 정보를 불법 매매,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폭로했다.
구직자 이력서 불법 매매한 구인구직 정보 사이트
완후이는 스마트폰 메모리 정리 등 청소 애플리케이션으로 위장해 개인 정보를 탈취하는 문제도 다뤘다. 메모리 정리 등 기능을 내세워 소비자들이 다운하도록 유도한 후 사용자의 정보를 탈취하고 스마트폰에 소프트웨어 자동 설치 등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 이어 온라인 허위광고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 대표 포털사이트인 360검색(360搜索)가 중국 인터넷 검색 엔진을 악용한 의약품 허위·과장 광고를 내보낸 게 문제가 됐다. 알리바바의 UC 브라우저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CCTV는 UC 브라우저가 키워드 검색을 통해 소비자를 기만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고 비판했다. UC 브라우저에 다이어트, 혈당 조절 등 키워드를 입력하면 허위 광고를 내보낸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검색 엔진을 악용한 의약품 허위·과장 광고
식품 안전, 자동차 결함 등 단골 소재도 올해 대표 사례로 다뤄졌다. 미국 대표 완성차기업 포드와 일본 닛산차 산하 브랜드 인피니티의 일부 변속기 결함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포드는 변속기에 하자가 발견됐지만 소비자에 유상 A/S를 제시했고 인피니티 역시 변속기에 문제가 생겼지만 차주와의 불평등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났다.
허베이성 모 기업의 성장촉진제인 서우러우징(瘦肉精: 클렌부테롤)을 첨가한 사료 먹인 양고기는 중국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서우러우징(瘦肉精: 클렌부테롤) 첨가된 사료 먹인 양고기
자료: CCTV
소비자 보호 트렌드
중국은 소비자 보호에 있어 상품보다 개인정보 및 정보기술 불법 활용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기존 3.15 완후이는 주로 ‘위생’, ‘안전’, ‘품질’, ‘중국-해외 소비자 차별’ 등을 폭로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개인정보 보호 미비’, ‘온라인 시장질서 혼란’, ‘허위 광고’ 등에 초점을 맞춘다.
정부의 관리규제 강화 조치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다. 3.15 완후이에서 전파를 탄 문제점들은 사회적 핫이슈로 급부상하면서 관련 당국의 관리규제 대상이 됐다. 올해 3.15 완후이 직후 시장감독관리부처, 인력자원·사회보장국, 사이버 규제 당국, 검찰기관 등이 관련 기업 조사에 착수하고 관리강화에 나섰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 사이버 보안 강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3.15 완후이 직후 당국의 관리규제 강화 동향
일자 | 조사/규제 분야 | 담당 부처 및 관리규제 강화 동향 |
3.15. | 식품안전 | 허베이성 창저우시 시장감독관리국, 식품안전 긴급 단속 실시 |
3.15. | 온라인 허위광고 | 베이징시 시장감독관리국, 360검색에 대한 조사 착수 |
3.17. | 채용 정보 사이트 | 베이징시 인력자원·사회보장국, 구직자 정보 불법매매로 고발당한 채용 정보 사이트 2개사 즈롄자오핀(智联招聘), 레핀망(猎聘网)에 시정 명령, 관련 문제 조사 개시 |
3.17. | 안면인식기술로 개인정보 불법 수집 | 쑤저우시 검찰기관, 안면인식 기능 탑재한 CCTV의 생산업체 쑤저우 완덴장(万店掌)에 대해 입건 조사 |
3.18. | 개인정보 보호 | 사이버 당국·공안부, 알리바바 등 11개사 대상 딥페이크* 단속 *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얼굴/목소리 등을 영상으로 합성하는 기술 |
자료: 현지 언론보도 의거 KOTRA 베이징 무역관 작성
현지 바이어와 전문가들은 중국 소비자의 권리의식 강화도 소비자 보호 트렌드 변화를 가속화했다고 분석한다. 스마트폰 보급과 SNS 활용도 향상과 더불어 수시로 소비자 고발 신고가 가능해졌다. 최근 중국 소비시장의 주력군으로 부상 중인 바링허우(1980년 이후 출생자), 주링허우(1990년 이후 출생자)들은 권익 수호 성향이 강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들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활용한 콘텐츠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영유아 분유, 마스크 등 민생 관련 제품의 안전문제는 즉각 핫이슈로 떠오른다. 중국 대표 B2C 플랫폼 징둥닷컴의 관계자는 “정부의 소비자 보호체계 구축, 관련 입법 가속화, 시장관리부처의 품질 안전 점검 상시화에 따라 플랫폼, 기업들도 소비자 불만 관리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시사점
최근 중국 소비자 보호를 둘러싼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 기업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온라인 소비 확대와 더불어 개인정보보호, 온라인 시장질서 확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정부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이다. 작년 10월, 중국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법’ 초안을 발표하고 한 달간 의견 수렴하는 등 입법 절차에 들어갔다. 초안은 개인정보 수집·이용 규범화, 불법유통 및 침해에 대한 보호 등 내용을 담고 있으며 다양한 업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바 우리 기업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중국공안부 제1연구소 딩양(丁楊)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최근 사이버보안 및 개인정보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2021년 말까지 ‘개인정보보호법’ 및 데이터 해외 이전 관련 법규가 전인대 상무위(=중국의 입법기관)에서 통과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소비자 보호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체계적인 대응전략 검토가 필요하다. 중국 정부는 양회에서 올해도 소비진작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SNS, O2O 체험형 소비 등 신소비 정책을 강화하는 한편,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안전하고 공정한 소비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3.15 완후이와 별개로 시장감독관리총국과 각 지방정부의 시장관리부처의 관리규제 상시화를 대비해야 한다.
역대 3.15 소비자고발프로그램에 적발된 외자기업 사례(2010~2021)
연도 | 기업 | 고발 내용 | 대응 |
2012년 | 맥도널드 | 식재료 유통기한 문제 | 식자재 유통기한 공개 거부. 베이징 싼리툰 지점 진상조사 약속 |
월마트 |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의 라벨링 조작 | 공식사과 및 자체적으로 ‘식품안전주간’이라는 행사 시행 |
까르푸 | 유통기한이 지난 훈제닭 상품 판매, 토종닭으로 속여 판매 | 사과 성명 발표, 조사를 통한 해당자 엄중 문책 약속 |
2013년 | 폴크스바겐 | 기어변속기 결함 | 즉각 사과 및 총 38만 대 리콜 결정 |
애플 | 제품 보증기간 및 하자제품 교체 시 타국가와 차별정책 | CEO 팀쿡, 홈페이지에 사과문 게재, 보증기간 1년 연장과 하자 제품은 신제품으로 교환해 줄 것을 약속 |
2014년 | 닛콘 | 하자제품에 대해 중국에선 ‘스모그 때문’이라며 교환 거부 | 즉각 SNS를 통해 개선할 것을 약속, 서비스센터 등 개선조치 실시 |
오즈밀크 | 유통기한 조작 | 오즈밀크(호주 분유) 중국지역 총대리상 성명 발표. 고발된 상품은 불법상표라며 해당 기업 엄벌호소 |
2015년 | 닛산, 폭스바겐 | AS 과다 수리, 거액 비용 청구 | 공식 웨이보 통해 재발방지 약속 및 즉각 조치 수행 (전문팀 구성해 조사 및 A/S 감독 강화) |
상하이 폴크스바겐 성명발표 및 사과(대리점의 A/S 감독 강화 약속) |
랜드로버 | 주행중 급발진 등 변속기 결함 | 방송 직후 즉각 사과 성명을 발표(해결방안 마련 중) |
D&G, H&M, ZARA, ARMANI 등 | 변색, PH수치, 포름알데히드, 아조 등 결함 | 공식 대응 없음 |
2016년 | 리틀 타익스, 원더 월드 등 | 질식 유발, 안전성 문제 | 공식 대응 없음 |
2017년 | MUJI, 이온마트 | 일본의 방사능 원산지 식품 판매 | MUJI 라벨상 주소는 본사며, 식품생산지가 아니라고 반박, 상하이 검역국도 언론을 통해 방사능지역 식품 아니라고 입장 표명 |
나이키 | 에어줌 허위 광고 | 공식사과 및 소비자에게 제품가격 3배(4,500위안) 배상 |
2018년 | 폭스바겐 | 수입차종 투아렉 모델의 엔진 침수 피해 발생 | 방송 전 리콜 계획 발표, 방송 직후 사과 성명 발표 및 고객을 위한 1대1 A/S 소통 채널 가동 |
2020년 | GM미중합자법인 (上汽通用五菱) | 기어박스 고장 발생, 피해보상 회피 | 모델제품 분석결과 리스크 존재한다며 일부 제품 리콜 |
버거킹 | 식자재 유통기한 조작 | 문제 매장 폐쇄, 유통기한 조작문제 조사 및 엄중 처리 입장문 발표 |
2021년 | 콜로, BMW, 막스마라 | 매장에 안면인식 기능 탑재한 카메라 설치해 방문 고객의 얼굴 정보 불법 수집 | 공식 사과, 매장 내 카메라 철거 약속 |
포드 | 변속기(DCT) 하자 발견됐지만 소비자에 유상 A/S 제시 | 무료 A/S 제공하기로 약속 |
인피니티 | 변속기 문제와 발생했음에도 차주와의 불평등 계약 | 차주와 1:1 면담하기로 약속 |
자료: 현지 언론보도 의거 KOTRA 베이징 무역관 작성
자료: CCTV 등 KOTRA 베이징 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