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뉴 엑센트의 슬로건은 ‘젊은이들의 특권’임을 의미하는 ‘Guy’s License’이다. 개성을 원하는 젊은 오너가 엑센트가 노리는 주고객이다. 뉴 엑센트는 국내에서 사실상 경쟁자가 없다. 위급과도 경쟁할 수 있을 정도다. 동력 성능은 아반떼보다도 좋아 보인다. 단점이라면 실내에서 원가절감의 흔적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안팎 디자인이나 편의장비는 엑센트의 범주를 벗어난 게 사실이지만 실내의 소재는 소형차의 그것이다. 국내 소형차 시장의 회생은 엑센트의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글, 사진 / 한상기 (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뉴 엑센트를 출시하면서 현대가 내선 슬로건 ‘Guy’s License’이다. 슬로건이나 광고를 보면 남자를 주고객으로 노리는 것 같지만 성별 상관없이 젊은층을 겨냥한 것이다. 현대는 23~28세의 젊은 고객을 고려해 개발했다고 했다. 지금까지 나온 국산차 중 이렇게 한정된 연령대를 목표로 했다고 한 적은 없었다.
이는 곧 엑센트가 속한 소형차의 포지셔닝에 현대도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이다. 사실 준중형 밑의 소형차는 초대 엑센트가 나왔을 때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엔트리카 역할을 해야 하지만 준중형에게 다 빼앗겨버렸다. 지금은 볼륨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물론 현대가 전적으로 국내 시장을 고려해 엑센트를 개발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해외 시장의 비중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엑센트가 속한 B 세그먼트는 요즘 들어 가장 각광받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 더 잘 나가길 원하는 현대는 베르나 보다 한층 개선된 상품성의 후속 모델이 필요하고 그게 바로 엑센트다.
해외 시장의 비중이 높다고 해도 내수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잘 알려진 것처럼 내수에서 얻어지는 이익은 만만치 않다. 문제는 그동안 소형차를 등한시한 나머지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게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제는 소형차의 포지셔닝 자체가 모호해 졌다. 국내에서 엑센트의 경쟁 모델을 꼽자면 프라이드 정도다. 현대가 팔리지도 않는 젠트라를 신경 쓸리 만무하다.
그래서 현대는 엑센트를 런칭하면서 강한 캐릭터를 부여하려 했고 고객층도 좁혔다. 앞으로의 마케팅도 슬로건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런칭 행사에도 다른 때와는 달랐다. 최근 본 현대의 시승 행사 중 가장 많은 인원이 동원됐으며 제품 설명을 위한 프리젠테이션도 젊은 사원이 맡았다. 주로 지긋한 나이의 임원이 설명하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임에 틀림없다. 양승석 사장은 엑센트를 소개하면서 소형차 시장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고 했다. 단순히 엔트리 모델이 아니라 타고 싶어 사는 그런 차라는 설명이다.
베르나는 엑센트 보다 더 오랜 기간 생산됐지만 기억은 엑센트가 더 강렬하다. 엑센트가 많이 팔렸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에는 엑센트의 판매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던 것이 10여 년 만에 소형차 시장 자체가 주저 앉아버렸다. 누구의 책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세계적인 트렌드와는 반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확실히 남다른 시장 특성을 갖고 있고 현대는 누구보다도 이를 잘 파악하고 있다. 엑센트가 나오고 국내의 소형차 시장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관심사다.
EXTERIOR
현대의 디자인 파격은 뉴 엑센트에도 이어진다. 아니 이제는 당연시 된다. 가장 센 디자인(쏘나타)을 봤기 때문인지 엑센트의 디자인에 그리 놀랄 정도는 아니다. 아반떼에서도 예고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현대의 디자인 패밀리룩도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한 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뉴 엑센트의 디자인 역시 현대가 미는 플루이딕 스컬프쳐이다. 이번의 테마는 슬릭 온 다이내믹으로 소형차에 맞게 동적인 성능을 주 테마로 잡았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마치 미니 아반떼처럼 보였고 세계 어디에 내놔도 튀는 디자인이었다. 물론 실물로 봐도 이런 느낌은 동일하지만 사진보다는 조금 못하다. 아반떼 디자인을 축소하면서 약간은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고 할까. 그래도 기존의 소형차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고급스러움이 외관에서도 느껴진다.
디테일도 상당히 과감하다. 가장 큰 포인트는 앞 범퍼에서 시작된 캐릭터 라인이 도어 손잡이를 관통해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범퍼나 도어 하단부의 굴곡도 남다른 디자인이다. 헤드램프 상단이 점점 보닛을 파고 들어가는 것은 요즘 유행인 것 같다. 엑센트는 앞보다는 뒷모습이 더 좋아 보인다. 트렁크에 붙은 GDi 로고가 아반떼는 강렬한 빨간색이었지만 엑센트는 차체와 같은 색인 것도 다른 점이다.
차체 사이즈는 4,370×1,705×1,455mm, 휠베이스는 2,570mm이다. 베르나와 비교 시 전장은 70mm, 전폭은 10mm 늘어났지만 전고는 15mm가 낮아졌다. 전고를 줄이면서 다른 사이즈를 늘린 것도 최근 나온 모델과 비슷한 점이다.
타이어는 금호타이어의 솔루 KH25, 사이즈는 195/50R/16이다. 배기량이 있긴 하지만 소형차에 16인치 휠과 50시리즈 타이어가 달리는 것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초대 엑센트 시절에 50시리즈 타이어는 인치업용이었다. 16인치 알로이 휠의 디자인도 나쁘지 않다.
INTERIOR
실내 디자인은 아반떼와 비슷한 분위기다. 다른 것은 센터페시아 디자인이나 버튼에서 멋을 덜 냈다는 것. 엑센트만 놓고 보면 분명 괜찮지만 아반떼와 비교해 보면 차이를 보인다. 그래도 6,5인치 모니터에 피아노 블랙 트림으로 마무리한 센터페시아는 엑센트의 차급을 생각할 때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모니터 좌우에는 내비게이션과 오디오를 나눠 배치해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사용하기도 편하지만 버튼의 터치감도 괜찮다. 공조장치의 인터페이스도 간단하다. 공조장치 액정은 현대가 주로 사용하는 파란색이 적용됐으며 하단의 작은 수납 공간에는 아이팟과 USB 단자가 마련된다. 후방 주차 시 가이드 라인은 스티어링과 연동되지 않으며 룸미러는 ECM이 아니다. 하이패스는 있는데 ECM 기능이 없는 게 이채롭다.
외관 디자인이나 편의장비에는 차급 이상의 고급스러움이 있는 게 분명하지만 소재에서는 다소 실망스럽다. 우선 대시보드의 플라스틱은 너무 딱딱하고 두드려보면 안이 텅텅 빈 소리가 난다. 요즘 타본 차 중 이렇게 텅 빈 소리가 난 차가 있었는지 기억이 가물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시보드 플라스틱을 싼 티가 안 나게 잘 포장한 것이다. 딱딱한 것은 또 있다. 바로 선바이저다. 이렇게 딱딱한 소재의 선바이저는 드물다. 원가를 생각해 동반자석 선바이저의 거울 커버도 없앴다. 아반떼와 달리 엑센트는 실내에서 원가절감의 티가 많이 난다.
시트는 크기가 넉넉하고 가죽의 질도 나쁘지 않다. 방석과 등받이에 적용된 무늬도 신선하다. 시트는 포지션 자체가 높은 게 특징이다. 가장 낮게 해도 약간은 껑충한 느낌이 난다. 그리고 다른 승용차에 비해 처음에는 자세도 약간 어색하다.
스티어링 휠은 림이 미끄럽지만 막상 달릴 때는 그런 점을 느끼지 못했다. 스포크에는 오디오와 핸즈프리 등의 여러 버튼이 마련된다. 오너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계기판 중앙의 작은 액정에는 실시간 연비와 평균 연비, 잔여 거리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2열 공간은 이전의 준중형급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성인이 앉아도 레그룸이 그렇게 옹색하지 않고 헤드룸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 반면 수납 공간은 부족한데, 우선 도어 포켓이 없다. 디자인상 도어 포켓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등받이 그물도 동반자석 시트 뒤에만 마련된다. 엑센트의 하이라이트는 트렁크다. 트렁크 용량이 465리터나 된다.
POWERTRAIN & IMPRESSION
엑센트에는 감마 1.4 MPI와 아반떼에 선보인 감마 1.6 GDi 엔진 두 가지가 올라간다. 출력은 1.4가 108마력, 1.6이 140마력이다. 1.6 직분사의 경우 연비는 16.7km/L로 오히려 1.4 MPI보다 좋다. 변속기도 동급 최초로 6단 자동이 적용된다. 시승 코스는 130km 거리로 짜여졌고 시승차는 1.6 GDi 모델이 준비됐다.
엑센트는 가볍다. 일단 아반떼 보다 차체 중량이 가벼운데 파워트레인은 같다. 동력 성능이 좋은 게 당연하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아반떼보다 두터운 토크감이 느껴진다. 아반떼의 경우 바퀴로 전해지는 토크가 가늘다고 느꼈고 낮은 회전수에서는 높은 출력이 잘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엑센트는 그보다 한 수 위로 보인다. 적어도 150km/h 정도까지는 엑센트가 더 빠른 것 같다.
시승 코스 중에서 속도를 낼 수 있는 구간은 방조제였다. 직선로가 펼쳐져 속도를 내기 좋은 조건이었지만 횡풍이 너무 강하게 불은 게 흠이었다. 직선로에서는 180km/h에서 제한이 걸린 것처럼 속도가 붙지 않았다. 반면 동승자가 운전했던 반대편 구간에서는 200km/h까지 가속된다. 아반떼에서 느꼈던 것처럼 새 1.6 직분사 엔진의 성능이 좋다. 1.6리터 배기량으로 이정도의 속도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1~4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50, 85, 125, 170km/h로 저단의 기어비는 비교적 붙어 있고 고단은 연비를 고려해 낮게 세팅했다. 6단으로 100km/h를 달리면 회전수는 2천 rpm 정도이다. 가속은 160km/h까지는 아주 원활하게 진행되고 이후 조금 주춤해지긴 하지만 어렵지 않게 속도를 끌어올린다. 엔진은 볼륨이 문제가 아니라 음색이 약간은 부담스럽다.
엑센트는 하체, 특히 리어의 움직임이 가벼운 편이다. 댐퍼가 눌렸다 되돌아 올 때의 움직임이 다소 빠른 듯싶고 생각보다는 롤도 있는 편이다. 반면 이런 움직임에 비해 코너링 성능은 좋다. VDC의 개입도 아주 빠르지 않고 자세를 잘 잡아준다. 조향 특성은 약한 언더스티어이다.
엑센트는 차 자체만 놓고 보면 흠 잡을데가 별로 없다. 단점이 있긴 하지만 엑센트의 차급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안할 만하다. 그동안 큰 차에 익숙해져서 국산 소형차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도 흥미롭다. 그리고 1.6 엔진의 엑센트를 살 것 같으면 자연스레 아반떼로 눈길이 간다. 아반떼를 위한 미끼가 될 것인지, 아니면 현대의 의도대로 새로운 소형차 시장을 만들 것인지가 신형 엑센트의 포인트다.
현대 뉴 엑센트 주요 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4,370×1,705×1,455mm
휠베이스 : 2,570mm
트레드 앞/뒤 :1,488/1,493mm
차량중량 : 1,085kg
트렁크 용량 : 465리터
엔진
형식 : 1,591cc 직렬 4기통 가솔린 직분사
보어×스트로크 : --
압축비 : --
최고출력 : 140마력/6,300rpm
최대토크 : 17.0kg.m/4,850rpm
구동방식: 앞바퀴굴림
트랜스미션
형식 : 6단 자동
기어비 :
최종감속비 :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토션 빔 액슬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
스티어링 : 랙& 피니언
타이어 : 195/50R16
성능
0-100km/h : --
최고속도: --
최소회전반경 : --
연료탱크 : 43리터
연비 : 16.7km/l
이산화탄소 배출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