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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 ‘제9기 단기출가’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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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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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 펼쳐진 백지위에 가위와 금강도(삭발기계)가 놓여있다. 공손히 무릎 꿇고 앉아 머리를 숙인다. 철컥 소리에 한 묶음의 머리카락이 잘린다. 잘린 검은 머리카락이 하얀 종이에 쌓인다. 한 묶음 한 묶음 쌓일 때마다 머리끝이 허전하다. 가볍다. 그 순간 금강도가 머리끝으로 다가온다. 남아 있는 마지막 머리카락 끝자락마저 사라진다. 모르는 사이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진다. 어금니를 꽉 깨물지만 흐르는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 왠지 마음은 가볍다. 시원한 바람이 가슴을 쓸고 지나간 듯 상쾌하다. 쌓였던 번뇌가 사라진 듯 마음이 가볍다.
세속과 단절 선언 ‘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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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삭발식. |
한 달 동안 자기 자리를 비울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 자리가 엄마의 자리인 사람도 있고, 직장의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경우도 있다. 학생인 경우도 있고, 스승인 경우도 있다. 어떤 자리일지라도 지금 자기가 갖고 있는 자리를 잠시 내려놓기란 쉽지 않다. 자리에 목매어 살아야 하는 현대인에게 한 달은 결코 짧지 않다. 돈이 있다고 해도 시간이 없는 사람이 있고, 시간은 있는데 돈이 없는 경우도 있다.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그 용기로 결단해서 찾아 온 자리다. 무릎에 부딪히는 돌멩이가 아픔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땀방울로 육신이 훔뻑 젖어도 피곤함만을 느낄 수는 없다.
사진설명: 삭발탑 앞. |
수계식이다. 이제부터 세속인에서 출가자가 되는 것이다. 호계합장하고 연비한 후 법명을 받아 지녔다. 나를 버리고 그 속에서 나를 찾는 한 달간의 긴 여행의 시작이다. 출가자가 출가자의 옷을 입었다고 해서 출가가 아니다. 세속을 벗어나 산에 살고 삭발을 했다해도 아직은 출가가 아니다. 집착의 집에서 벗어나 마음에 걸림이 없어야 그것이 출가다. 그 길의 시작이다.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가.
참가자들은 교사의 꿈을 안고 공부중인 사람, 서울대 재학생, 캐나다에서 유학중인 학생, 대학 교수, 사업가 등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7기 행자로 참여했던 여행자가 동생에게 권유해 참가한 남행자도 있었다. “단기출가에 참여한 후 변한 누나의 모습에 참가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설명: 수계식. |
이들 행자들은 앞으로 매일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 새벽예불, 백팔대참회문, 운력, 발우공양, 교리 공부, 사시불공, 간경, 사경, 참선 등 행자생활과 동일한 일정대로 움직인다. 세속의 편리를 버리고 그들은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에 들어간다.
찰중스님은 “많이 가져도 만족하지 못하고 적게 있어도 만족할 줄 아는 것을 배우게 된다”며 ‘자아 찾기’를 강조했다. 또한 스님은 “출가는 부처님이 되기 위한 첫 발”이라며 “마음을 묶지 말라”고 충고했다.
사진설명: 보궁참배. |
찰중스님의 죽비소리에 52명의 행자들은 묵언 합장한 채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각자의 마음은 자유롭게 오대산을 넘나들었다. 한 달 뒤 그들이 그 마음을 잡을 것인지, 세속의 눈과 귀가 월정사로 향하고 있다.
월정사=박기련 기자 / 사진 김형주 기자 [불교신문]
2004년 9월13일부터 시작한 월정사 단기출가는 이번이 아홉 번째다. 매번 100여명 이상이 지원하면서 사회적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청규가 엄격해, 통과하기 쉽지 않은 관문으로 인식되고 있다.
2년 동안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단기출가는 우선 사회적으로 출가(出家)에 대한 인식을 크게 변화시켰다. 그동안 출가는 힘든 세속의 삶을 포기하고 세속과 단절된 산속으로의 도피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에이 살기 힘든 세상 절에나 가서 편하게 살아야지.”, “복잡한 일 다 잊고 머리 깎고 살아야지”라는 말은 출가를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을 대변하는 말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월정사 단기출가에 대한 소식이 언론을 통해 상세하게 알려지면서 출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크게 변화했다. 특히, 참가자들이 교수, 변호사, 교사, 기업가 등 전문직종이 대거 참여하면서 ‘왜, 그들이 편한 생활을 접고 출가했을까’라는 진지한 고민이 제기됐다. 그리고 그 힘든 체험의 길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힘든 수행과정
편견 없이 알려지면서
승단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존경심 높아져
출가의 힘든 여정이 오해와 편견 없이 알려지면서 출가승단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도 높아졌다. 스님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체험하고 이것이 제대로 알려지면서 “스님이 됐다는 하나만으로도 마땅히 존경받아야만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월정사 단기출가는 출가자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월정사 단기출가 참가 후 정식으로 출가의 길을 걷는 행자가 매기수마다 3~5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월정사는 집계하고 있다.
[불교신문]
# ● 이색 참가자 / 범심.범효 美 쌍둥이 고교생
사진설명: 범심(왼쪽).범효 형제. |
월정사 단기출가에는 매기수마다 관심을 끄는 출가자들이 있다. 이번 제9기에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쌍둥이 형제가 방학을 맞아 단기출가에 참여했다. ‘범심’과 ‘범효’의 법명을 받은 두 행자의 속세 이름은 김가람.김하늘(17)이다. 이란성 쌍둥이다. 미국 미시간주 그린힐스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이다.
동생 범효 행자는 “아버지가 권유해 오게 됐다”고 밝혔다. 형인 범심 행자는 “불교학자가 되고 싶다. 3년 전에는 동생과 함께 미얀마에서 3개월간 수행했다. 한국불교를 깊게 알고 싶어 월정사 단기출가 소식을 듣고 오게 됐다”고 말했다. 솔직함과 단호함이 묻어 있다.
형제는 미국서 태어났다. 12년간 미국생활을 하다 지난 2002년 한국으로 와 중학교에 입학했다. 2년간 한국생활을 한 후 중학 3년에 도미해 공부중이다. 형은 장래에 불교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동생은 철학도가 되고 싶어 한다.
이틀간의 출가생활에 대해 묻자 형인 범심행자가 “오후불식이 없어 미얀마의 생활보다는 쉬울 것 같다”며 한 달간의 행자생활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동해 범효 행자는 “좌선하는 것이 힘들지만 견딜 만 하다”고 밝혔다.
짧은 이틀이지만 “마음이 크게 안정됐다”고 말했다.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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