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 접근법 464 - 꽃을 그리는 사람들
하고 많은것들 중에서 특히나 많은 화가들이 꽃을 그린다. 꽃그림을 정감을 제공하고 풋풋한 감성을 준다. 꽃이 지닌 다양한 의미와 내용들이 감상자로 하여금 친숙함을 느끼게 한다. 꽃을 싫어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짓을 위한 거짓이거나 어떤 개인적 이유가 있다. 꽃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했으며, 수없이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에 등장한다. 꽃은 여성성을 지니고 있다. 사랑과 풍요, 번영과 미래, 재생과 생명 등을 상징한다. 전통 민예품뿐만 아니라 음악이나 문학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가끔씩 꽃을 왜 그리냐는 질문을 받는다. 꽃에는 그리는 사람의 정서와 바라보는 이의 즐거움이 있다고만 답한다. 꽃을 그리는 이들은 꽃의 아름다움이나 색채와 관련된 외형을 그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꽃이 지닌 상징성을 감성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작품을 보면 거기에 담겨진 뜻을 찾는다. 주변에서 쉽게 발견되는 물건이 그려진 그림을 보면 자신이 살아온 과정에서 주어진 의미를 찾아간다. 이렇듯 꽃은 손쉬운 상징성을 유입할 수 있는 자연 사물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선물하는 장미꽃은 사랑이며, 스승의 날 어버이날 가슴에 달아주는 카네이션은 존경이라는 의미를 누구나 알고 있다. 누군가 임종하였을 때에는 조의(弔意)의 뜻으로 흰 국화를 던진다. 경험과 인식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름을 얻지 못한 어느 계곡에서 발견한 꽃이라 할지라도 심산유곡의 꽃이 아니라 주변에서 발견되는 많은 꽃들 중의 하나로 인식한다. 자연과의 일체로서 자유로움의 구가이다.
사람들은 자연과 함께 조화로움을 꿈꾼다. 거기에서 삶의 가치를 찾아간다. 상징이거나 염원이거나 장식이거나 상관없다. 사람이 지닌 의미를 꽃이라는 사물을 통해 상징화시키면서 단순히 무엇을 보고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감성과 이성을 담는다. 인간이 자연물(사물)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고 표현하는 것은 예술이 자연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형이상학으로 보충하려는 것이다. 꽃은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꽃을 비유하여 좋은 말도 있지만 덧없음을 의미하는 말도 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나 근화일조몽(槿花一朝夢)이라는 말이 있다. 열흘이상 붉은 꽃이 없다는 화무십일홍, 근화(槿花)는 무궁화로서 여름부터 가을까지 지속적으로 피지만 꽃 한 송이는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시든다는 근화일조몽은 인간의 부귀영화가 덧없음을 뜻한다.
같은 꽃이지만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것도 있다. 도이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라는 말은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는 열매가 좋고 꽃이 좋아 지나는 이들 스스로 찾아 자연스럽게 길이 생긴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오얏이(李)는 자두나무를 뜻한다. 반면 도방고리(道傍苦李)라는 고사도 있다. 晉(진)나라 왕융(王戎)이 일곱 살 때 일이다. 길가에 자두나무 열매가 많아 아이들이 달려가 열매를 따는데 왕융만 가만히 있었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물으니 ‘길가에 있는 자두나무 열매가 저렇게 남아있는 이유는 맛이 없거나 떫기 때문이다.’고 답하였다 한다. 결국 같은 자두나무지만 하나는 필요에 의해, 다른 하나는 쓸모없음으로 비유되기도 하였다.
남녀의 사랑의 의미하는 꽃의 의미도 많다. 작약지증(勺藥之贈)은 작약 꽃을 선물한다는 의미로서 남녀 간의 정을 두텁게 한다는 말이다. 화조사(花鳥使)는 중매쟁이를 말한다. 낙화유수(落花流水)는 힘이 약해진다는 의미도 있지만 꽃과 물을 여와 남으로 비유해 세월이 흘러도 만나지 못하는 연인을 뜻하기도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