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거미'는 몸통이 마치 게 등딱지 같고
앞 긴 다리를 접으면 게의 발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죠.
그런데 등에 피어난 무늬가 '不' 자 같대서 불자게거미라 한다는데
아무리 보아도 아니 불 자의 모양은 아니 그려집니다.
不의 기둥 선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노랑 무늬가 아닌 검은 바탕 무늬를 오려보아도 마찬가집니다..
여하튼 다 자란 게거미는 꿀벌 대비 제법 큰 몸집 같던데
이 아인 아조 어려보이는데 저 커다란 꿀벌의 주둥이를 물고
고양이가 쥐 물고 돌아댕기듯 아무렇지 않아요
독에 마취 당한 꿀벌은 죽은 듯 미동이 없고
한참을 저러고 있던 게거미는 칙칙거리며 다가서는 훼방꾼을 피해
좀 더 은밀하고 달콤한 꽃잎 공간으로 끌고 들어갑니다.
움집에 비해 먹이가 너무 크군요.
(저걸 언제 다 먹을까? 다 먹고나면 꿀벌처럼 커지겠죠? - 어린왕자의 질문)
꽃잎을 대강대강 잡아당겨 거미줄로 고정시키니 꽃이 마악 피어나려는 듯
불규칙한 모양이라서 인간의 눈도 다 속겠는데,
꽃잎 뒤나 꽃받침 밑에 납작 엎드렸다가
번개처럼 먹이를 낚아채는 기술이 여간 아니랍니다.
이녀석의 집은 원시인들의 움막 같군요.
꽃침대에서 꿀을 찾아 기어드는 개미며 애벌레들을 먹고 또
점점 자라면서 꽃등에, 무당벌레, 매미충 등 큰 것들도 사냥한다죠...
바다의 게도 바위틈에 숨기를 잘하더니 사람이 다가가 사진 한 방 찍으려 하면
이것들은 꼭 줄기 뒤나 꽃 뒤로 잽싸게 숨어버려요.
보통은 살받이게거미가 흔하던데 요번엔 자주 못 보던 불자게거미!
구절초 꽃숭어리 하나에 한 마리가 차지하는 꼴로 여럿 보고 놀랐지요.
'佛者'인줄 알았어요.
하긴 살생을 저토록 즐기는 녀석에게 어찌 부처님의 자비로운 한자를 갖다대겠어요?^^!
"스님,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어헛, 뜰의 보리수나무니라"
선문답의 힘은
느끼되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니 깨달음도 그 형상을 쉬 표현할 수가 없겠지요...
게나, 나나 한 세상에 태어나서 살고 싶지 죽고 싶겠어요?
내가 살려니 남을 죽여서 취하게 되는 섭생을 또 피할 길이 있는가요.
목숨이 하나인 것은 게나 나나 한 가지이니 벌 또한 존엄한 것.
개, 소, 돼지, 닭, 오리들이 다 오래 살고 싶은 것.
제 수명대로 살다 죽고 싶은 것! 윽, 다만 가여운지고! 미안한지고!
꽃도 뿌리를 들어 칼로 긁어대면 내 몸의 약이라서 귀하고
더러 노두 위로 초록 싹을 몇 내밀며 다음 생을 준비하는 네 몸이라서
그 눈부심 역시 따갑고 슬프고 애틋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