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들은 미 국방성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지원을 받아, 신경활동을 탐지·기록하고 자동으로 뇌를 자극하여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장치를 개발 중이다. @ dailymail
사람의 감정과 행동에 동조(同調)된 전기펄스(electrical pulse)를 전달하는 뇌임플란트(brain implants)가 사상 최초로 인간을 대상으로 테스트되고 있다. 미국 국방성 산하 핵심 연구개발 조직 중 하나인 고등연구계획국(DARPA: 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은 두 연구진이 클로즈드룹(closed-loop) 방식의 뇌임플란트에 대한 예비연구를 시작했다. 이 장치는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기분장애(mood disorder)와 관련된 패턴을 탐지한 다음, 의사의 개입 없이 자체적으로 뇌에 충격을 줌으로써 뇌를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지난주 워싱턴 DC에서 열린 신경과학회(SfN: Society for Neuroscience) 모임에서 발표된 이 장치는 궁극적으로, 현행 치료법에 저항하는 중증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신랄한 윤리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연구자들에게 개인의 내적 감정(inner feeling)에 대한 실시간 접근(real time access)을 어느 정도 허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뇌임플란트를 이용하여 전기펄스를 전달함으로써 뇌활동을 변화시키는 접근방법(참고 1)을 일반적으로 뇌심부자극(deep-brain stimulation)이라고 한다. 뇌심부자극은 파킨슨병과 같은 운동장애를 치료하는 데 사용되고 있지만, 기분장애를 치료하고자 실시된 임상시험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초기 임상시험에서는 '뇌의 특정 영역을 지속적으로 자극할 경우 만성 우울증을 완화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지만, 90명의 우울증 환자들 대상으로 실시된 주요연구에서는 치료받은 지 1년 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참고 2). DARPA의 지원을 받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학자들에 따르면, 초기 시도에서 실패한 부분이 개선됨으로써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번에 사용되는 뇌임플란트는 ① 정신장애를 특이적으로 치료하고, ② 필요할 경우에만 스위치가 켜지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행 치료법의 한계를 많이 학습했다"라고 두 개의 프로젝트 중 하나를 지휘하는 UCSF의 에드워드 창 박사(신경과학)는 말했다. DARPA는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고통을 받는 병사와 재향군인들을 치료한다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참고 3), 창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 외에도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의 연구팀을 지원하고 있다. 두 연구팀은 뇌전증(epilepsy)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험을 통해 자신들의 기법을 개발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해당 환자들이 이미 경련발작 추적을 위해 뇌 속에 전극을 이식받았기 때문이다. 환자들의 뇌를 지속적으로 자극했던 종래의 임플란트들과 달리, 연구자들은 새로운 전극을 이용하여 뇌를 간헐적으로 자극하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기록하고 있다. 1. 기분 지도(mood map) (1) 이번 SfN 모임에서, 창 박사의 연구팀과 함께 일하는 UCSF의 오미드 사니 박사(전기공학)는 '시간경과에 따라 뇌 안에서 기분이 암호화되는 과정'을 기록한 최초의 지도를 공개했다. "나는 뇌에 전극을 이식받은 간질환자 여섯 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뇌활동과 기분을 1~3시간에 걸쳐 상세히 추적했다. 나는 두 가지 유형의 정보를 비교함으로써, 뇌활동으로부터 환자의 변화하는 기분을 해독하는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었다. 이 알고리즘을 이용한 결과, 선행연구에서 기분과 관련된 것으로 밝혀진 영역에서 몇 가지 광범위한 패턴이 발견되었다"라고 그는 말했다. "창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적절한 지원자를 발견하는 대로 새로 개발된 클로즈드룹 시스템을 테스트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라고 사니 박사는 말했다. "우리는 이미 환자들을 대상으로 몇 가지 테스트를 해봤지만, 어디까지나 예비연구이므로 자세한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라고 창 박사는 덧붙였다. (2) MGH의 연구팀은 UCSF의 연구팀과 다른 접근방법을 채택했다. 그들은 특정 기분이나 정신질환을 탐지하는 대신, 여러 가지 정신장애에서 나타나는 행동(예: 집중력 부족, 공감능력 부족)과 관련된 뇌활동 지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들은 이번 SfN 모임에서, 일련의 맞추기 과제(예: 얼굴 표정 읽기, 숫자에 관련된 이미지 연결하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의 뇌를 자극하는 알고리즘의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그들의 발표에 따르면, 의사결정과 감정에 관여하는 뇌영역에 전기펄스를 전달한 결과, 테스트 참가자들의 성적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또한 연구진은 건망증이나 주의력 산만 때문에 과제 수행이 느려지거나 실패하는 경우에 나타나는 뇌활동의 지도를 작성했다. 그리고는 해당 영역을 자극함으로서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었다. 이제 그들은 '뇌활동의 특정 패턴을 단서로 이용하여 뇌를 자동적으로 자극하는 알고리즘'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2. 문제점과 전망 "바라건대, 클로즈드룹 시스템을 이용한 자극이 기존의 심부자극보다 기분장애를 장기적으로 치료하는 데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새로운 시스템은 좀 더 개인화된 알고리즘에 의존하며, 의사의 판단 대신 생리신호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라고 베일러 의대의 웨인 굿먼 박사(정신과학)는 말했다. "시스템의 성능을 향상시키려면 좀 더 많은 튜닝이 필요하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굿먼 박사는 클로즈드룹 시스템을 이용한 강박장애(obsessive–compulsive disorder) 치료의 효과를 테스트하기 위해, 소규모 임상시험에 착수할 예정이다. "기분과 관련된 뇌 영역을 자극하는 데 있어서 문제점이 있다면, 기분을 과도하게 교정함으로써 극단적 행복감을 초래하여 다른 감정들을 압도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윤리적 관점에서 제기될 수 있는데, 클로즈드룹 시스템의 알고리즘이 연구자에게 (행동이나 얼굴 표정에 나타나지 않는) 환자의 기분을 알아차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굿먼 박사는 말했다. "설사 연구자들이 환자의 마음을 읽고 싶지 않더라도, 그들은 환자의 감정을 코딩하는 뇌활동에 접근하게 된다"라고 MGH 팀에서 공학 부분을 담당하는 하버드 대학교의 알리크 위지 박사(신경공학, 정신과학)는 말했다. 창 박사나 굿먼 박사의 팀과 마찬가지로, 위지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신경과학자들과 함께 클로즈드룹 시스템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우리를 비롯한 많은 연구진들이 개발하고 있는 뇌자극 기술은 기분장애를 좀 더 잘 치료하기 위한 첫걸음에 불과하다. 내 예상으로는, 뇌임플란트 임상시험에서 나온 데이터가 연구자들을 도와, 궁극적으로는 두개골을 경유하여 뇌를 자극하는 비침습적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창 박사는 말했다. "클로즈드룹 시스템의 흥미로운 점은, 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을 최초로 보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창문을 통해, 정신질환이 재발할 때 뇌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www.nature.com/news/neuroscience-tuning-the-brain-1.14900 2. Holtzheimer, P.E., et al. Lancet Psychiatry. 4(11):839–849. (2017); http://dx.doi.org/10.1016/S2215-0366(17)30371-1 3. https://www.nature.com/news/the-pentagon-s-gamble-on-brain-implants-bionic-limbs-and-combat-exoskeletons-1.17726 ※ 출처: Nature http://www.nature.com/news/ai-controlled-brain-implants-for-mood-disorders-tested-in-people-1.23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