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산친구들과 등산을 함께했다. 부산 금정산, 홀가분한 기분으로 산을 오르며 세상사는 이야기를 곁들였다.
눈에 읶은 곳이라 어느 코스를 갈까 망설이다 비교적 긴코스를 택했다. 그래보았자 걸음 좀 더걷는 하루코스다.
오늘따라 어느 대학이나 단체에서 왔는지 젊은이들의 북적임이 있었다. 참 바람직한 현상이다. 나도 직장 다닐때 단체등반에서 길 없는 곳을 내달리다 보니 산돼지란 닉네임을 받았었던 추억이 생각난다.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 하였던가? 산을 오르면 좋은 점은 평소의 감정을 이완시키고, 내면을 바라보는 명상효과는 물론 삶에 지친 사람에게 세상을 다시 안을 수있는 여유와 힘을 준다고 하였다.
메마른 땅 먼지 날리는 하산길의 막다른 곳, 우리들을 막아선 키를 훌쩍넘는 철문을 타고넘고, 이어진 길을 다시 찾아 진행해야 했다.
오후 4시쯤 하산해서 구포시장 근처, 예전 등산길에 한두번 들렀던 작은 식당에서 배낭을 벗었다.
메뉴에 없는 별미 해물탕을 주문하고 주인장과 함께 감자 사리, 라면 넣어 새로운 레시피(Recipe)를 연구했고, 소맥으로 맛의 부족함을 보완하고자 했다. 오랜만에 산친구들과 주고받는 쓴술잔엔 활짝열린 우정의 마음이 담겼다.
2년전쯤 '구포 00'이라는 이곳 주인장의 아픈과거와 힘든 삶의 사연을 온라인에 올렸었고, 많은 격려의 댓글을 주인 대신 받았었다.
그때 딸아이가 다음날 수능시험이라기에 지갑을 열어 엿값쪼로 적은 성의를 건넸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녀의 삶이란 가난한 어린시절, 불행했던 결혼생활, 이혼과 삶의 고통, 자식을 위해 험난한 생활을 감내해야 하는...뭐 그런 예전에 자주 들었던 실비집 아줌마의 사연 같은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고 말해 두고싶다. 당장 나 주변에도 돕고 있는 어려운 가정이 있으나 그 애기는 가슴에 안고 가야겠다.
나는 이런 정감어린 전통시장이 참 좋다. 돌아신 어머니를 모시고 시골장을 다녔던 추억도 있고, 소박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어 그들의 세상사는 모습을 제대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갈수록 나빠지고, 서민들의 삶이 고달프다. 그럴수록 이곳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들 것 같다.
뉴스를 선점하며 으쓱대는 위정자들의 좁은어깨 너머에는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의 아픈 삶의 한숨이 숨어 있다.
이풍진세상 무엇을 기대하며, 사는 것인들 별거 있겠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인생, 사는게 다 그렇다. 그래도 후회 남기지 않게 정직하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