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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여자] 19
S#1. 외진 골목 / 밤
가로등 아래서 전화하는 은섭.
은섭 : 니 언니가 널 죽이려고 했다는 결정적 사진이 있어. 보고 싶음 내일 내가 부르는 데로 나와. (끊는다)
S#2. 거 리 / 낮
달리는 사월의 차. 굳은 얼굴로 운전해 가는 사월.
S#3. 거리 일각 / 낮
오트바이 옆에 서 있는 은섭. 핸드폰 버튼을 누른다.
S#4. 분장실 / 낮
도영, 대본 보며 앉아있다. 진동으로 핸드폰이 울린다.
발신자 보고 잠시 멈칫, 이내 받는 도영.
도영 : .......여보세요.
은섭 : (F) 한숙아..... 너 내 말 개코로 들었지? 나 지금 니 동생 치러 간다. 가서 뼈도 못 추스리게 만들어 줄꺼야. (웃는)
도영, 숨이 턱 막히듯 놀라는 얼굴에서!
도영 : 너 지금 어디야!
은섭 : 너도 속으론 좋지? (악마처럼 웃는) 하하하하....
도영 : 지금 어디냐니까!
은섭 : 어디면 오게?
도영 : 빨리 말해.
은섭 : 아, 그래. 니가 오면 더 재밌겠다. 현주랑 같이 셋이 만났던 데 기억 나냐? 그 옆에 창고가 하나 있어.
니 동생 거기서 만나기로 했어. 너도 심심하면 오든지 말든지. (끊는)
도영 : 여보세요!
도영, 소리 버럭 지르는데 상구 급하게 들어온다.
상구 : 선배님! 더빙한 게 잘못됐대요. 녹음 한번 다시 가자는데요. 빨리 오세요.
도영 : 잠깐만. (전화 버튼 누르는데)
상구 : (다급) 아, 진짜! 생방 얼마나 남았다구.... 빨리 오세요.
상구, 도영을 끌고 나간다.
S#5. 거리 일각 / 낮
거칠게 달려가는 은섭의 오토바이.
S#6. 더빙 스튜디오 / 낮
모니터엔 발레의 한 장면 흐른다. 도영, 불안정 하다.
도영 : 한 편의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 까지 얼마만큼의 땀방울이 필요할까요. 오전 10시, 몸을 푸는 클래스를 시작으로
오후 여섯 시까지의 고된 연습. 그 땀의 현장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엔지니어, OK 싸인 보낸다.
도영, 얼른 대본을 내려놓고 전화 버튼 누른다.
(F) : 전화기가 꺼져 있어...........
도영, 다시 핸드폰 버튼을 누른다.
(F) : 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도영, 불안한데 상구 다시 와 끌어낸다.
상구 : 왜 이렇게 정신을 놓고 있어요. 오늘은 출연자들도 많은데.....
S#7. 거리 / 낮
달리는 은섭의 오토바이.
S#8. 공 터 / 낮
인적 뜸한 공터. 사월, 긴장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며 걸어온다.
사월, 어느 쯤에 선다. 주변을 둘러본다. 진동으로 울리는 핸드폰. 사월, 전화기를 본다. ‘신도영’ 뜬다.
사월, 받지 않고 가방에 던져 넣는다.
S#9. 분장실 / 낮
도영, 전화기 들고 있다. 불안한 표정.
경미 : 땀 났어요 선배. (얼굴에 파우더 톡톡하려는데)
도영 : (신경질 적으로 피한다)
경미 : ..........??
상구, 뛰어 들어온다.
상구 : 오늘 야구 중계가 빨리 끝나서 10분 일찍 들어간대요. 스탠바이 해주세요.
도영 : (다시 버튼을 누른다)
상구 : (버럭 화내는) 선배! 지금 뭐하세요!
도영, 일어선다.
S#10. 방송국 복도 / 낮
걸어가는 도영. 은섭의 말이 에코로 웅웅 거린다.
은섭 : (E) 나 지금 니 동생 치러간다.... 너도 속으론 좋지?
도영 : .............
발걸음 느릿느릿 걸어가는 도영.
플래쉬 백 --
2부. 서울역에 지영을 놓고 돌아서는 도영... 다시 뛰어와 애타게 부르는 도영.
도영 : ................(가다 멈춰 선다)
도영, 오던 반대편으로 달려간다. 상구, 걸어오다 깜짝 놀라!
상구 : 선배! 어디가요!
도영, 미친 듯이 달려가고.
상구 : (따라가며) 선배! 미쳤어요! 어디가!
S#11. 도로 / 낮
달리는 도영의 차. 도영, 거칠게 운전 중. 핸드프리로 전화하는.
(F) :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도영 : 지영아..... 너 지금 어디니. 당장 집으로 돌아 와. 내 말 들어 지영아.
달리는 도영의 차.
S#12. 공 터 / 낮
사월, 핸드폰 보면 음성 메시지 1개 떠 있다.
사월, 버튼 눌러 메시지 확인하려는데 멀리서 달려오는 오토바이가 보인다.
사월 : ...........
쇠파이프를 들고 자신에게 달려오는 오토바이를 본다.
사월 : !!
사월, 놀라 서 있는데 오토바이 옆으로 와 빙빙 돈다.
사월, 위기감을 느끼고 달아나려는데 오토바이, 다가와 파이프를 휘두른다. 사월, 피하는데 팔에 비껴 맞는다.
사월 : (팔 잡으며) 윽!
사월, 헬멧을 노려본다. 헬멧사이로 보이는 얼굴 은섭이다.
사월 : .........
은섭, 오토바이에서 내려 헬맷을 벗고 파이프를 들고 다가온다.
은섭 : 잘 있었냐?
사월 : 뭐야! 사진을 보여주겠다면서.
은섭 : 언니가 알면 섭섭하겠더라.... 결정적인 사진이 한 장 더 있단 말에 신나서 달려왔겠지.
넌 지금 언니를 깔아버리고 싶은 애니까.
사월 : ......거짓말이었어?
은섭 : 당연하지.
사월 : 경찰을 부를꺼야. (핸드폰 112 누르는데)
은섭 : (파이프로 핸드폰을 쳐 버린다)
사월 : ......설마........ 언니가 시킨거야?
은섭 : 음........그런 것 같기도 하고........
사월 : 바른대로 말해!
은섭 : (재밌다는 듯 웃는다) 야, 평생 그렇게 싸우면서 살려면 니들 진짜 힘들겠다. (위협적으로 파이프를 윙윙 휘둘러본다)
사월 : 꺼져, 이 개새끼야!
은섭 : 이게!
은섭, 분이 바짝 올라 파이프로 사월의 다리를 친다.
사월, 휘청. 무릎이 꺾이며 풀썩 주저앉는데 저 멀리서 달려오며 소리치는 도영.
도영 : 지영아!
은섭 : (재밌다는 듯 돌아본다)
도영, 달려와 주저앉은 사월 옆으로 간다.
도영 : 지영아!
사월 : (매섭게 도영을 밀쳐 버리는)
도영 : ............
은섭, 쇠파이프를 한 손에 탁탁 때리며 두 자매보고 재밌다는 듯
은섭 : 동생 좀 손봐 달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이래?
사월 : .........
도영 : 거짓말 하지 말고 당장 꺼져!
은섭 : 야! 니 언니 아주 웃긴다. 나더러 널 없애 달라고 신신당부 했었어.
도영 : 가! 경찰을 부르기 전에.
은섭 : 돈은 언제 줄꺼야?
도영 : (소리 버럭) 가라니까! 이 쓰레기야!
은섭, 화가 나 쇠 파이프를 집어 던지는데 도영, 사월을 감싸 안아 쇠파이프를 막는다.
도영 등에 맞는다.
도영 : 악!
사월 : ..........
은섭 : 야, 동생! 니 언니가 너 손 봐달라고 했어. 20년 전 그 때로 돌아가고 싶었던 모양이야.
널 서울역에 버리고 토끼던 때로. 하하하.
은섭, 오토바이 타고 사라진다.
도영 : .....지영아.... 괜찮니?
사월 : .........(분노 가득! 도영의 뺨을 때린다)
도영 : .......!
우르릉 쾅! 천둥이 친다.
사월 : (눈물이 그렁)..... 너 정말 날 죽여달라고 했어?
도영 : 그렇지 않아. 날 믿어.
사월 : 못 믿겠어. 믿고 싶어도 못 믿겠어.
도영 : 지영아...........날 용서해 줘. 그날.... 널 잃어버린 게 아니야. 널 거기 혼자 버려두고 왔어. 니가 없어지면 행복해 질꺼란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널 서울역에 두고 나 혼자 도망쳤어.
사월 : (언니에게 처음 듣는 고백.... 온 몸이 떨린다)
도영 : 버스타고 가다 내려서 다시 널 찾으러 갔어. 정말이야. 그런데 니가 없었어, 그 사이에 니가 없어진 거야.
사월 : 거짓말이야! 거짓말!
천둥치고 비가 퍼붓기 시작한다.
도영 : 거기서 나도 사라져 버리고 싶었어! 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 지영아, 나도 거기서 죽어버리고 싶었어.
사월 : 죽지 그랬어! 니가 어떻게 나한테 그래. 내가 널 얼마나 따랐는데! 내가 널 얼마나 좋아했는데 나한테 그래.
도영 : 미안해 지영아. 용서해 줘.....
사월 : 용서 못해! 죽어도 용서 못해!
도영 : 지영아.........
사월 : 시끄러, 내 이름 부르지 마! 난 니가 무서워!
도영 : 매일 후회하면서 살았어. 나쁜 병이라도 걸려 죽고 싶었어! 높은 데 올라가면 내리 뛰고 싶었어!
사월 : 뛰어 내리지 그랬어. 뛰어내려 죽지, 왜 날 만나서 이 꼴을 당해. 왜!
빗속에서 우는 두 자매. 한참을 서럽게 우는 도영, 사월.
도영 : 병원 가자, 지영아. 일어서.
사월 : ....... 놔!
사월, 다리 절룩거리며 간다.
빗속에 홀로 남겨진 도영.
S#13. 방송국 일각 / 낮
뛰어오는 고훈, 은비. 고훈, 버럭 버럭 소리 지른다.
고훈 : 어떻게 된거야! 신도영은 아직 소식 없는거야? 오늘 방송 펑크야!
은비 : 신도영이 이럴 사람이 아닌데.... 무슨 사고 생긴 것 같아요.
고훈 : 우리도 사고야! 방송사고!
조연출, 시은과 함께 뛰어온다.
조연출 : 선배님! 일단 시은 선배로 가요. 대본 다 읽으셨대요.
고훈 : (화를 버럭) 돌아버리겠네!
시은 : 자신 있어요. 걱정 마세요!
조연출 : 얼른 부조로 가세요. 플로어는 저희한테 맡기시구요.
시은, 조연출과 함께 스튜디오로 뛰어간다.
고훈 : 신도영 이걸 그냥!
S#14. 공터 근처 / 낮
비 내린다. 사월, 운전석에 앉아 우는 사월, 힘겹게 시동을 걸고 차를 움직여 나간다.
S#15. 공 터 / 낮
비 내리는 공터. 도영, 걸어온다. 픽픽 웃는다.
도영 : ..........엄마........ 나 보구 있어요? 엄마 딸 한숙이 보고 있냐구.
힘든 듯 크게 기침하는 도영. 파이프 맞은 등을 손으로 만져본다. 기침.
S#16. 도영네 거실 / 낮
지영, 절룩거리며 들어온다.
정희 : ......지영아.......너 왜 그러니? 다쳤니?
사월 : ......아뇨...... 아무 일도 아니예요.
정희 : 그런데 다리 왜 그래?
사월 : ..........
사월, 계단 몇 개 올라가다 털썩 주저앉는다.
정희 : 지영아!
S#17. 분장실 / 밤
의기양양한 시은, 대본 들고 들어온다.
경미 : 수고하셨습니다. 와 선배, 잘 하시던데요?
시은 : 그치? 내가 더 낫지?
경미 : 도영 선배는 어떻게 된 거예요?
시은 : 몰라, 걔 요즘 인생이 꼬이는 것 같더라.
S#18. 방송국 사무실 / 밤
조연출, 은비, 상구 전화 받느라 바쁘다.
조연출 : 갑자기 몸이 좀 아프셔서요.... 네, 죄송합니다....
은비 : 네, 부장님..... 도영씨랑 통화되는 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상구 : 네, 죄송합니다. 다음 주부턴 절대 이런 일 없을겁니다.
고훈, 들어와 자리에 털썩 앉는다.
고훈 : 아우 심장이야. 아직까지 다리가 벌벌 떨리네.
조연출 : 당장 시말서 써서 국장실로 오시래요.
고훈 : 아우 머리야.....
은비 : 상구 넌 신도영 다리를 걸어서라도 못 가게 막았어야지.
상구 : 그럴 새가 없이 뛰어나가셨어요.
조연출 : 어딜 간거죠? 도영선배가 생방송 까지 펑크내가면서?
고훈 : 요즘 사생활적으로 문제가 많은 것 같아, 신도영. 어디 불안해서 같이 일하겠나.
은비의 핸드폰 벨이 울린다. 은비, 발신자 보고 놀라 전화받는다.
은비 : 신도영! 어떻게 된거야.
도영 : (F) 오늘 정말 미안해.... 갑자기 몸이 안 좋아서 쓰러진 걸로 해줘. 부탁해.
은비 : 신도영!
팀원들 모두 은비에게 집중.
고훈 : 뭐야, 신도영이야?
은비 : 신도영 살아있는데요.... 오늘 펑크, 몸이 안 좋아서 갑자기 쓰러진 걸로 해 달래요. 정신도 말짱해요.
S#19. 도영네 거실 / 밤
도영, 들어온다.
정희 : 넌 어떻게 된거니. 집으로 전화가 수십 통 왔었어. 방송까지 펑크내고 뭘한거야?
도영 : ............
정희 : 혹시 지영이 다칠 때 너도 같이 있었니? 지영인 무릎 인대가 나가고 팔꿈치가 깨져서 들어왔더라. 나 혹시 아는 거 있니?
도영 : ...........
정희 : 왜 얘들이 왜 말을 안 해. 지영이도 한마디 안하구. 둘이 짰니?
S#20. 지영 방 / 밤
문 살짝 열어보는 도영.
사월, 팔에 링겔 꽂고 잠들어 있다. 링겔 꽂지 않은 다른 팔에 압박붕대를 잔뜩 감은 모습.
도영 : ......... 지영아.... 자니....
사월 : .............
도영 : .......어떻게 나보다 홍은섭 같은 애 말을 믿니. 걔 말 거짓말이야, 지영아.
도영, 방을 나선다.
눈 감은 채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 사월.
S#21. 도영 방 / 밤
도영, 들어와 털썩 앉는다. 핸드폰 진동으로 울린다.
도영 : .........(받아) 동우씨.
S#22. 거리 일각 / 밤
동우, 통화중.
동우 : 어떻게 된거예요?
도영 : .....일이 좀 있었어요.
동우 : 나 지금 집 근처에 왔어요. 잠깐 나올 수 있어요?
도영 : 아뇨 동우씨..........지금 나가면 영원히 이 집에 들어올 자신이 없어질 것 같아..... 미안해요.
동우 : 근처에 있을 테니까 힘들면 언제라도 연락해요.... 힘내!
동우, 전화 끊는다.
S#23. 준세 집 / 밤
준세, 핸드폰 들고 있다. 신호 가는데 받질 않는.
S#24. 도영 방 / 밤
진동으로 울리는 전화, 발신자 ‘준세씨’ 물끄러미 보고만 있는 도영.
S#25. 태문 빌딩 외경 / 낮
비서 : (E) 회장님, 찾았습니다!
태문 : (E) 명한이를 찾았어?
S#26. 도 로 / 낮
달리는 차. 조수석에 비서. 뒷자리에 태문, 앉아있다.
비서 : (E) 김명한씨는 아직 찾질 못했고 그 딸을 맡겼던 보육원을 알아냈습니다.
태문 : (E) 딸 이름이 뭐야. 명숙이야, 한숙이야.
비서 : (E) 김한숙이고 제성보육원에 맡겨졌다고 합니다.
달리는 차. 태문 조급하다.
태문 : 좀 더 빨리 못 달려?
S#27. 제성 보육원 원장실 / 낮
태문, 불안정하게 서성거리고 있다.
비서 : 원장님이 군청에 회의 가셨다 오시는 길이랍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됩니다.
태문 : 용실장!
비서 : 예, 회장님.
태문 : 손수건 있음 좀 빌려다오.
비서 : ....예, 여기! (손수건 건네준다) 밖에 있겠습니다.
태문, 손수건을 꼭 쥐고 왔다갔다...... 눈물이 난다. 손수건으로 찍어 누르고.
S#28. 방송국 연습실 / 낮
파일럿 PD와 시은 사월, 현숙 모여 앉아있다.
시은 : 구성안 너무 재밌지 않어? 우리 코너만 튈 것 같아요.
현숙 : 코너 키워서 우리가 아예 프로 하나를 만들지 뭐.
시은 : 내 말이! 난 이번에 목숨 걸었어.
PD : 그나저나 윤사월씨 부상으로 야외촬영을 좀 미뤄야 할 것 같아요.
사월 : 죄송합니다.
PD : 어쩌다 다친 거예요?
사월 : 엎어졌어요. 금방 나을 꺼예요.
시은 : 다들 어제 내가 원더우먼쇼 하는 거 봤어?
현숙 : 잘하긴 했는데 좀 어색한 건 있더라, 그건 역시 신도영이 어울려.
시은 : 신도영네서 잼 한번 초대했다고 너무 편들어 주는 거 아냐?
현숙 : 어떻게 알았수? 원더우먼 쇼 탐내지 말고 자긴 우리 코너나 열심히 할 생각해.
시은 : (발끈) 아이디어 자기보다 많이 냈잖아.
PD : 도영씨는 어제 왜 펑크낸 거래요?
시은 : 아팠다잖아요, 믿을 순 없지만.
사월 : .............
현숙 : 2년 동안 생방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죠. 아 배고파, 우리 점심이나 먹고 회의 계속하자.
PD : 오케이! 오늘 식당 메뉴, 아주 훌륭해요.
시은 : 어우 뭐야 구내식당 싫어.
현숙 : 나두 싫어, 나가서 먹자.
‘스파게티 땡긴다 ’ ‘난 냉면에 수육! 내가 쏠게 가요’ 시은과 현숙 계속 쫑알거리고 네 사람 우르르 나가 걸어가는데
사월, 옆방 연습실을 힐끗 본다. 고훈과 도영, 한 쪽에 서서 얘기 중.
사월 : ................
옆 방 연습실. 고훈, 도영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 중.
고훈 : 어떻게 신도영이 방송 펑크를 내. 나 어제 사무실에서 골딱 밤 샜어. 광고주들 발끈하고 본부장도 놀라서 전화했더라.
도영 : 면목 없어요, 죄송합니다.
고훈 : 과로로 갑자기 쓰러졌다고만 얘기했어. 신도영이 생방 앞두고 미친 사람처럼 뛰어나갔다면 누가 믿겠냐구.
도영 : 죄송해요.
고훈 : .....집에 무슨 문제 있는 거지?
세 사람, 가다가 사월을 돌아본다.
사월, 먼저 가라고 손짓. 전화할께요, 모션.
세 사람, 가고.
도영 : ......아이 없는 집에 입양됐구요, 제가 입양 된 후에 동생이 태어났는데 그 아이가 윤사월이예요.
다섯 살 때 잃어버렸다 20년 만에 찾았어요.
고훈 : .............
도영 : 사월이는 저를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요. 같이 나갔다 동생을 잃어버린건데 제가 일부러 자기를 버리고 왔다는 거예요.
아무리 얘길 해도 믿어주질 않아요.
사월 : ....................
고훈 : 그 친구도 괘씸하네. 그래서 그런 연극 소재를 김은비한테 준거래?
도영 : 혹시 윤사월이 와서 이상한 얘기를 해도 믿지 마시구요. 흔들리지 않으셨음 해요.
사월 : .........(깊은 실망과 슬픔....).......
도영 : 괜히 동생 때문에 이상한 소문나면..... 우리 프로에도 지장있고... 대한민국 홍보대사란 직함에도 타격이잖아요.
고훈 : 그럼 그럼. 그런 일은 절대 없어야지.
도영 : 그럼 저를 믿어주시구요, 이상한 얘길 들어도 모른 척 해주세요.
고훈 : 우리야 신도영 편이죠. 신도영이 추락하면 우리도 꽝인데.
도영 : 본부장님 방에 같이 찾아뵐까요?
고훈 : 작전을 잘 짜서 가야해.
사월, 천천히 걸어간다. 눈물이 글썽하다.....
힘들고 슬퍼보이는 사월 뒷모습. 다리 한 쪽 절룩이며 멀어진다. 손으로 눈물 닦는다.
S#29. 방송국 자료실 / 낮
사월, 옛날 신문철 찾고 있다.
사월 : (E) 88년 2월 14일자 동성일보... 민족 대이동... 고향가는 인파로 붐비는 서울역.....
서울역 사진 찾아내는 사월.
S#30. 지영 방 / 낮
신지영 실종전단과 서울역 확대사진, 어린 시절 같이 찍은 도영 사진 확대판을 주르륵 늘어놓는 사월.
사진들을 스캔하는 사월.
사월 : (E) 이 얘기를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쉽게 믿어지지 않는, 이 끔찍한 이야기를요....
저희 가족이 20년 동안 상처받고, 제가 영문도 모른 채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야했던 일을. 그때 일을 계속 발뺌하고
거짓으로 일관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아나운서에게 전 너무 큰 슬픔을 느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월, 노트북에 글 쓰고 있다.
사월 : (E) 1988년 2월 13일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려드리겠습니다.
S#31. 제성 보육원 원장실 / 낮
원장, 들어온다. 비서도 뒤따라 들어오고.
원장 : 아이구 이거 죄송합니다. 오는 길에 또 앞 차가 사고를 내 많이 늦었습니다.
태문 : 원장님 되십니까.
원장 : 그렇습니다. 회장님 같은 분께서 여길 친히 다 방문해 주시고......
태문 : 원장님, 제가 간곡한 부탁이 있어서 왔습니다.
원장 : 일단 앉으시죠.
찻잔 놓고 앉아있는 세 사람. 태문, 간절하다.
태문 : 김한숙이라고.....첫 돌 지났을까....아기 때 맡겨진 걸로 압니다. 그때가 78년이었으니까....76년이나 77년생 쯤 됐을꺼구요.
아버지는 김명한, 어머니는 박영숙입니다.
원장 : 압니다. 입양을 간 아이 말씀하시는군요.
태문 : 어느 집으로 갔습니까.
원장 : 죄송합니다만..... 그건 알려드릴 수가 없습니다. 아직 그 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또 본인이 꺼릴 수도 있지 않습니까.
태문 : 원장님, 제가 부탁드립니다. 꼭 좀 알아야겠습니다.
원장 : ...............
비서 : 부탁합니다, 원장님. 이곳에 대한 정기적인 지원과 장학금 혜택, 저희가 약속드리겠습니다.
원장 : ........좋은 집으로 갔다는 것 까지만 알아주시면 안될까요.
태문 : 아뇨, 전 꼭 그 사람을 만나야겠습니다. 제가 그 애 부모한테 못할 짓을 했습니다. 가서 사죄하고 싶어서 그럽니다.
원장 : ..........죄송합니다....
태문 : (무릎 꿇는다)........부탁드립니다.
원장 : ..........(난처한)........
원장, 마지못해 낡은 챠트를 꺼내 한 장을 뽑아준다.
<‘원생 기록부’ 김한숙 77년 5월 12일생. 생년월일이 적힌 쪽지와 함께 새벽5시 40분경 보육원 앞마당에서 발견.
82년3월15일 입양. 부모 신수호 최정희>
태문 : ......(읽다가 눈이 휘둥그레진다) !!!!!!!!!
플래쉬 백-- 14부. 방송국 마당.
태문 : 아버지 함자가 어떻게 되나?
도영 : 신, 수자 호자 쓰십니다.....
태문 : 내가 아는 사람이랑 눈매가 닮아서......
S#31-1. 도로 / 낮
달리는 차. 멍한 표정의 태문.
플래쉬 백 18부. 레스토랑 사월, 태문. --
사월 : 회장님..... 사실은 연극 제 얘기예요.
사월 : 그 언니는 누군지 아세요? 회장님도 인터뷰한 우리나라 최고 신도영 아나운서예요.
태문, 눈물이 난다.
태문 : ......니가 명한이 딸이었구나....
S#32. 지영 방 / 낮
노트북 앞에서 글쓰기 여념 없는 사월. 슬픈 얼굴. 액자에 놓여있는 어린 도영, 지영의 사진.
사월 : (E) 옷 배달을 와서 저는 우리 집의 냄새와 언니의 목소리, 2층을 뛰어다니던 언니의 발소리를 기억해 냈습니다.
그리고 언니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지영이라고. 엄마에게 꼭 얘기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S#33. 방송국 사무실 / 낮
놀란 얼굴로 전화 받는 고훈.
고훈 : 아이구, 예..... 안녕하셨습니까 회장님. 네.... 신도영씨요?
도영 : (뭔가 싶어 돌아보는)
고훈 : 장태문 회장이 전화 통화 하고 싶으시다는데. 내가 돌려줄게. (버튼 누르며) 가만 있자..... 3542로 돌리면 되나.
은비 : 지난 번 인터뷰가 마음에 드셨나본데.
조연출 : CF 해달라는 건 아닐까?
상구 : 그럼 한 턱 쏘세요!
도영 : 네, 전화 바꿨습니다.
태문 : (F) 오늘 저녁에 꼭 좀 뵈었으면 합니다.
도영 :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나요, 회장님?
태문 : (F) 만나 뵙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꼭 좀 나와줬음 해요.
도영 : 그래도 회장님을 개인적으로 만나뵙는 건데.... 어떤 일인지는 알고 나갔으면 합........
태문 : (F) 김명한, 박영숙씨의 따님이죠?
도영 : !!
S#34. 한식집 / 밤
별도의 방. 安家의 느낌이 나는 공간.... 태문, 앉아있다. 문 열리고 비서, 도영을 안내해 온다.
비서 : 오셨습니다 회장님.
태문 : (일어선다)
도영 : ........
비서 나가고, 태문과 도영 마주 보고 서 있다.
태문 : ..........(눈물이 터진다) 내가........죄인입니다. 날 용서할 수 없으실 꺼예요.
도영 : .............
태문 : 내가 명한이한테 살인 누명을 씌웠습니다. 명한인 억울한 누명을 쓴 채 행방불명됐고......
딸 하나 데리고 파출부 식당일을 전전하며 힘들던 엄마는 딸을 고아원으로 보낸 겁니다.....
도영 : (휘청한다)
플래쉬 백 1부. 방송국 옥상 친엄마의 편지 --
친엄마 : (E) 네 아버지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행방불명 되기 전까지,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였단다...........
도영 : (어지럽고 힘들다...... 또 다른 지옥을 보는 기분)
S#35. 지영 방 / 밤
스탠드만 켜고 계속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사월. 메일을 보낸다.
받는 사람에 ‘김제경 기자님’ ‘나현선 기자님’ ‘김은비 작가님’ ‘고훈 PD님’ ‘박희철 PD님’ ‘류찬영 PD님’
사진과 ‘윤사월 드림’ 이라 쓰인 파일을 첨부한다.
보내기에 커서를 놓고 잠시 가만히 앉아있는 사월....
S#36. 한식집 / 밤
마주 앉아있는 도영과 태문.
태문 : 말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였어요........ 사업문제로 다투다 화가 나서 사람을 밀쳤는데, 사무실 시멘트 바닥에
쓰러지면서 머리를 받고 즉사했어요........ 그걸 내 착한 운전기사 명한이한테 뒤집어 씌웠습니다.
도영 : .......(분노와 슬픔으로).......
태문 : 명한이는 체격도 건장하고, 날 위해서라면 언제든 나서서 싸워주고, 싫은 소리도 막 해대는 성격이어서.....
사람들의 의심을 돌리긴 쉬웠어요.
도영 : ..........(숨 쉬기도 힘든)
태문 : 부부 이름 한 글자씩 따서 딸 이름을 지었다고 자랑했어요. 차에 늘 갓난아기 한숙이 사진을 붙이고 다녔죠.
도영 : (울음이 터진다)
태문 : 명한이를 먼저 찾으려고 했지만..... 아무리 수소문해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도영 : 당신이 우리 가족을 망쳐놨어! 당신이 내 인생을 바꿔놨어!
태문 : .......저를 죽여주세요........
도영 : 엄마.............. 엄마..........
태문 : (같이 우는)
도영 : 이제와서 뭘 어쩌라고! 이제 와서 그런 얘기를 왜 하는거야! 죽을 때까지 가져가지! 왜!
도영, 테이블 위에 컵 접시 물잔 있는 대로 집어던져 깨버린다. 도영, 미칠 것 같다. 소리 지른다. 으아아악........
태문, 흐느낀다.
S#37. 지영 방 / 밤
멍하니 슬픈 얼굴로 앉아있던 사월, 보내기를 클릭한다. 잠시 후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 되었습니다’ 뜬다.
사월 : ............(슬프고......씁쓸하다)
사월, 침대에 털썩 엎어진다. 멍하다. 눈물이 난다.
S#38. 한식집 / 밤
도영, 탈진한 듯 넋이 나가 앉아있다. 멍하니.
도영 : .........
태문 : 내가 한 일을 언론에 밝히라면 밝히겠습니다. 전 재산을 다 버리고 떠나라면 떠나겠습니다.
도영 : ..........우리 아빠 얘길 좀 더 해주세요.....
태문 : (눈물이 나는)......
도영 : 아빠가 날 많이 사랑하셨어요?
태문 : 명한이, 영숙씨..... 둘 다 정 많고 착한 사람이었어요. 첫 딸 낳고 좋아서 싱글벙글 하던 게 아직도 눈에 선해요.
아들도 아닌데 뭘 그렇게 자랑하냐 내가 한마디 했다가 된통 혼났지.
도영 : (슬프다..... 미소)
태문 : 두 사람이 한숙이 적금이라고 통장을 하나 만듭디다. 보너스 나오면 넣고, 생활비 아껴서 넣고.... 유학도 보내고
우리나라 최고로 키울 꺼랬어요.
도영 : ...... 한숙이 적금....
태문 : 한번은 회사 앞에서 포대기에 애를 업고 가는 명한이를 마주치고 내가 호통을 쳤지, 꼴이 그게 뭐냐고.
그랬더니 난 한숙이만 생각하면 창피할 게 없어요.
도영 : (웃는 데 눈물이 난다)
태문 : .......명한이가 아직 어디 살아있을 꺼 같아요.... 우리 같이 명한이를 찾아봅시다.
도영 : .......... 찾지 마세요.
태문 : ........
도영 : 아빠가 날 보심...... 맘 아프실 꺼예요. 죽을 때까지 만나고 싶지 않아요.
태문 : .......
도영 : 그리고 죽는 날까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꺼예요! 매일 당신을 저주하고 세상에서 제일 불행해지길 바랄 꺼예요.
S#39. 지영 방 / 밤
침대에 누워 있는 사월. 마음 불편한 듯 뒤척거린다.
사월 : .............
사월, 벌떡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온다. 다리 아픈 듯 절룩. 책상으로 가 노트북 앞에 앉는다. 로그인 하고 메일로 들어간다.
수신확인 열어본다. 대부분의 편지, 읽지 않음으로 뜬다. ‘읽지 않음 -- 발송취소’
사월 : ...........
김제경 기자부터 ‘발송 취소’ 를 클릭한다. 잠시 후 ‘발송이 취소되었습니다’ 뜨는데 핸드폰 진동으로 울린다.
사월, 핸드폰을 찾아 전화 받는다.
사월 : .....응, 동우야.
S#40. 거리 일각 / 밤
동우, 통화 중.
동우 : 도영씨 지금 집에 있니?
사월 : 아직 안 들어왔어.
동우 : 오늘 무슨 일 있었니? 방송 펑크 낸 것 때문에 회사에서 안 좋은 일 있었어?
사월 : 아닌 것 같던데. 잘 넘어 갔어.
동우 : 그럼 무슨 일이지.... 좀 전에 전화했더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전화 끊던데. 나중에 전화 하겠다고.
사월 : 동우야, 언니 어떠냐고 자꾸 나한테 묻지 마.
동우 : 미카엘의 집에서 원장님한테 들었던 얘기 너 기억하지? 남을 미워할 상황이라고 미워하는 거,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저앉는 건 우리가 지는 거라고. 운명을 이기는 방법은 거창한 게 아니라 우리 옆에 있다고 하셨어.
사월 : 너 나한테 그런 말 자격 없어, 동우야. 나한테 상처 줄 꺼 알면서도 언니를 감싸고, 언니가 널 사랑하는 걸 알면서도
잡지 않았잖아. 그러니까 내 앞에서 잘난 척 하지 마. 난 언니 때문에 20년을 밖에서 떨어져 살았어.
그런 언니를 내가 용서 안한다고 해서 나를 욕할 자격 없어.
동우 : 사월아!
사월 : 니 말 무슨 소린지 알아. 나 바보 아니야. 나도 힘드니까 전화 끊자.
S#41. 지영 방 / 밤
사월 : 언니 들어오면 문자 보낼게.
사월, 전화 끊는다. 노트북 앞으로 온다.
사월 : ..........!!!
사월이 보낸 메일들 ‘읽음.... 읽음 ....읽지 않음, 읽음.... 읽음.....’
사월 : ...........!!!
사월, 마음이 복잡하다.... 후련하고 두렵고 마음 아프고.... 눈물이 난다.
사월 : ..........언니..........
S#42. 바 / 밤
동우, 뛰어 들어온다. 도영, 술 마시고 있다.
동우 : 도영씨.
도영 : (미소) 동우씨....
동우 : 마음 좀 졸이게 만들지 마. 툭하면 연락 안 되고 목소리 잠겨있고....
도영 : (웃으며) 나 어때? 빛나?
동우 : 응?
도영 : 내 얼굴에서 빛이 나?
동우 : 그럼..... 언제나 이쁘지.
도영 : (동우 잔에 술 따라주며) 그런 거 말구.... 사랑받고 자란 사람들한테서 나는 환하고 따뜻한 빛이 나냐구..... 이제 나지?
동우 : .........
도영 : 오늘 우리 친엄마 아빠 얘길 들었어요. 우리 아빠.... 남자가 날 포대기에 싸서 업고 다녔대.
(큭큭 웃는) 우리 엄마랑 아빠가 날 너무 이뻐하셨다네.....내가 기억을 못해서 그렇지 나도 사랑받는 딸이었나봐.
그 땐 내 얼굴에서 탱탱하니 환한 빛이 났을꺼야.
동우 : 지금도 그래.
도영 : 동우씨, 나한테도 그런 때가 있었어. 엄청난 보물을 찾은 기분이야.
동우 : 축하해.
도영 : 건배! (술잔 부딪히고)
동우 : 그런데..... 그런 얘긴 누구한테 들은 거예요?
도영 : .........우리 가족을 망쳐 놓은 사람.
동우 : ..............
도영 : 내가 평생 저주하고 싶은 사람, 용서할 수 없는 사람..... 지금 최정희 교수님이나 사월이 심정이 이렇겠지.....
S#43. 준세 집 / 밤
핸드폰 벨 울린다. 준세, 전화 받는다.
준세 : .......사월아.
사월 : (F 울먹) 오빠.... 어떡하지....
준세 :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사월 : (F) 내가 원하던 일을 했는데..... 나 왜 이렇게 미칠 것 같지? 마음 아프고 기분 나빠. 힘들어 죽겠어.
준세 : 사월아, 지금 어디야?
S#44. 도영네 거실 / 밤
준세, 들어온다.
정희 : 웬일이야, 이 시간에?
준세 : ....사월이를 좀 보러 왔습니다.
정희 : 우리 지영이를요?
2층에서 사월 내려온다.
사월 : 오빠!
S#45. 지영 방 / 밤
신문 사진과 전단지를 보고 있는 준세.
사월 : ......... 계속 거짓말만 하고 있는 언니가 참을 수 없었어.
준세 : .............
사월 : 이제 언니는 모든 걸 다 잃을까? 아님 또 다른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고 날 몰아세울까.....
준세 : (깊은 한숨)
사월 : 나는 무조건 언니를 용서해야 해? 왜? 나 혼자 보낸 20년은 아무것도 아니야?
준세 : 무조건 용서하란 소리, 나도 너한테 못해. 그래도 언니한테 시간을 줬어야 옳아.
사월 : 방송국에서 또 거짓말을 하고 있었어. 사월이 말을 믿지 말라고 얘기하고 있는 걸 봤어.
준세 : (심란한 듯 두 손으로 이마를 잡는다..... 힘들다)
S#46. 바 / 밤
술 마시는 도영과 동우.
도영 : .......가끔 상상하는 게 있어.... 어릴 때 난 왜 엄마한테 나 고아원으로 갈래요. 여기서 나갈래요, 한마디 못했을까.
동우 : 나 같아도 못했을 꺼야.
도영 : 동우씨도 알지? 크리스마스 때 고아원으로 선물 상자들고 봉사활동 오던 애들........ 같이 어울려서 재밌게 놀지만
우린 너희랑 달라....하는 표정..... 걔네들이 입고 온 좋은 코트보다 그 얼굴이 더 보기 싫었던 것 같아. 그러면서 내심.....
나도 그런 애들 틈에 끼고 싶었겠지.... 그래서 여기까지 왔을꺼야. (술 마신다)
동우 : 그만 마셔요. 아까부터 너무 많이 마셨어.
도영, 백에서 핸드폰이 진동으로 울린다.
동우 : 아까부터 계속 전화 오는데..... 받아 봐요.
도영 : ............
도영, 백에서 전화를 꺼낸다.
도영 : (발신자 보고 받으며) 최기자님?
도영, 수화기 들고 있는 표정 점점 굳어간다.
도영 : ................
동우 : (도영의 표정 보고 의아한)
도영 : ........(눈물이 뚝뚝........)
동우 : .............
S#47. 거 리 / 밤
손잡고 걷는 도영, 동우. 세상에 둘 뿐인 듯 외로운 느낌.
도영 : 이 길을 끝까지 걸어가면 지옥이 나올 것 같아.
동우 : 돌아서 가면 돼. 걱정 하지 마.
두 사람, 손잡고 하염없이 걷는다. 한참을. 도영, 걷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다.
동우, 안쓰럽게 바라본다. 도영을 업고 걷는 동우.
동우 : 그 때 보다 마른거야? 그 때 보다 많이 가벼워.
도영 : 내 속에서 뭐가 많이 빠져 나갔나....
동우 : 하늘에 별 보여?
도영 : 안 보여.
동우 : 왜 안 보이는 지 알아?
도영 : 날이 흐리잖아.
동우 : 내 등에 있으니까 안 보이는거야.
도영 : ........
동우 : 웃으라고 한 소린데... 안 웃으니까 땀난다.
도영 : .......사랑한다구 말해줘.
동우 : ..........사랑해. 많이 사랑해.
동우, 도영을 업고 계속 걸어간다.
S#48. 도영네 거실 / 밤
동우, 도영을 업고 현관으로 들어온다.
정희와 수호, 의아한 얼굴로 두 사람을 본다.
동우 : 죄송합니다. 도영씨가 몸이 좀 안 좋아서.....
2층에서 사월과 준세 내려온다. 도영을 업고 있는 동우를 본다.
정희 : 댁이 차동우씬가 보군요.
동우 : ............
수호 : 도영아, 어떻게 된거야.
동우, 도영을 내려놓고 수호가 도영을 부축한다.
도영 : ........
정희 : 무슨 일이야? 너 술 마셨구나?
도영, 계단에 서 있는 사월과 준세를 본다.
도영 : 준세씨 와 있었네... 사월이랑 할 얘기가 많은가봐?
준세 : ............
정희 : 이 사람이 차동우니?
도영 : 네! 이 세상에서 절 진짜로 사랑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예요.
사월 : ..........
정희 : 들어와서 차 한 잔 하고 갈래요, 차동우씨?
동우 : 아닙니다. 밤늦게 실례했습니다.
도영 : 지영아, 수고 많았다. 니 덕분에 전화가 빗발치네. 엄마, 기뻐해 주세요. 제가 곧 낭떠러지로 곤두박질 칠 겁니다.
정희 : 술 주정 하지 말고 올라가. 차동우씬 다음에 뵙죠.
동우 : ...............
도영 : 동우씨, 걱정 말고 돌아가요. 설마 날 죽이기야 하겠어. 교양있는 분이라 바로 죽이진 않아, 매일매일 조금씩 말려죽이지.
정희 : (노려보는)
도영 : 아마 지영이가 몹쓸 병이라도 걸렸으면 내 간을 빼서 쟤 약으로 쓸려고 했을껄.
정희 : (도영의 따귀를 때린다)
사월 : !
준세 : 어머니!
수호 : 당신 미쳤어!
동우 : (들어와 도영을 끌어낸다) 나와요, 도영씨.
도영 : 괜찮아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예요.
준세 : (동우를 잡아 끌어낸다) 동우씨, 나갑시다. 나가서 얘기해요.
도영 : 걱정마 동우씨, 잘 가요.
동우 : ............
준세, 동우를 데리고 나간다.
정희 수호, 도영, 사월 썰렁하게 남아있다.
수호 : 도영아....... 우리 한 가족으로 감싸 안아보자.... 이러지 마라.
정희 : 차동우는 니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면서 널 좋아하는 거니?
도영 : 네. 엄마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도 알구요.
정희 : .........(쏘아보는)
도영 : 지영이가 우리 얘기랑 사진을 언론사에 보냈어요.
수호 : 그게 무슨 말이야. 지영이 너, 언니 말이 사실이니?
사월 : ............
도영 : 인터뷰 요청 많이 올꺼예요. 얼굴에 팩 붙이고 주무세요.
정희 : 니 덕분에 우리가 매스컴을 타겠구나. 친 딸을 잃고 20년 지낸 비운의 부모로.
도영, 계단에 서 있는 사월을 지나쳐 올라간다.
사월 : ............
S#49. 술 집 / 밤
술 마시는 준세, 동우.
동우 : 홍콩에서 우연히 만난 도영씨한테 제가 사월이를 찾아달라고 부탁했어요.
준세 : 후회하십니까?
동우 : ........안한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랬음 이 모든 일이 시작되지 않았을테니까요.
준세 : 난 그렇게 생각 안해요.
동우 : .........
준세 : 어떻게든 일어날 일이 동우씨를 통해 열렸을 뿐이예요.
동우 : 사월이가 얼마나 힘들고 억울할지도 알아요.... 하지만 도영씨가 너무 가엾네요.
준세 : ......도영이를 사랑하게 된 남자와 마주 앉아있는 게 유쾌한 기분은 아니지만 그래도 난 동우씨가 싫지 않네요.
동우 : ..........
준세 : 동우씨 덕분에 나도 내 맘속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됐으니까요.
동우 : 사월이를 사랑하시죠?
준세 : .......예, 두 자매가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도록 돕고 싶어요.
S#50. 도영 방 / 밤
멍하니 가만히 앉아있던 도영, 벌떡 일어나 나간다.
S#51. 지영 방 / 밤
문이 벌컥 열리고 양동이를 든 도영, 들어온다.
침대에 누웠던 사월, 일어나 앉는데 도영, 사월에게 양동이의 물을 끼얹는다.
사월 : ..........(놀라) !!!!!!!!! 너 미쳤어!
도영 : 니 소원대로 추락해 줄게, 너도 내가 받은 만큼 당해 봐!
사월 : .........
도영 : 너만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나 때문에 밖에서 지낸 20년이 억울해서 미치겠지?
사월 : .........이제보니 언니가 더 불쌍하긴 해.
도영 : 넌 어릴 때 엄마가 날 미워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 놀아줘, 말 태워줘, 과자 꺼내줘.....
안 그럼 엄마한테 이른다는 말을 늘 붙였어.
사월 : 미안해, 다섯 살 땐 내가 철이 없어서.
도영 : 날 놀리는구나.
사월 : .......언니가 생각보다 많이 불쌍한 사람이란 거 방금 전에 알았어.
도영 : 내일부턴 재밌겠다?
사월 : .......후회해.
도영 : 별 걸 다하네.
사월 : 아까 고훈 피디한테 언니가 거짓말 하는 거 우연히 봤어.... 순간 너무 화가 났어....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언니는 그럴 수 있겠다 싶어.... 일에서의 성공으로 허기를 달랬을 꺼 아냐, 언니는.
도영 : 잘도 아는구나.
사월 : ..........우리가 왜 이렇게 된걸까 언니.
도영 : ........
도영, 방을 나간다.
사월, 물 젖은 채 가만히 앉아있다. F.O
S#52. 방송국 사무실 / 낮
사월의 메일과 사진 인쇄본 책상에 놓여있다. 팀원들, 모두 침통하다.
조연출 : 믿을 수가 없는데요.
은비 : 사진을 봐! 이게 거짓말이야?
고훈 : 이게 사실이면 우리 원더우먼 쇼는 어떻게 되는거야.
조연출 : 대한민국 홍보대사도 박탈 당하는 거 아녜요?
은비 : 아직 기자들이 풀지 않고 있어 다행이예요.
고훈 : 끝까지 풀지 않고 묻고 갔음 좋겠다. 이거 사실 가족끼리 풀어도 되는 문제 아니야?
조연출 : 그건 아니죠. 저도 마음 아프고 안타깝지만 도영선배가 확실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구 : 그래서 좋아지는 게 뭔데요?
조연출 : 좋아지고 안 좋아지고가 어딨어.
도영, 걸어온다.
고훈 : 도영씨.........
도영 : 무슨 말 하고 싶은지 알아요.... 며칠만 기다려 주세요. 나도 입장을 밝힐 꺼니까.
상구 : 이거 거짓말이죠? 그쵸, 선배님?
도영 : (웃으며) 너무 걱정 마.
S#53. 방송국 연습실 / 낮
기자들 4~5 명과 둘러 앉아있는 도영.
도영 : 며칠 내로 제 입장을 밝히겠습니다. 그 때까진 기사를 쓰지 말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
S#54. 도영네 거실 / 낮
용자, 사월 앉아있다. 정희, 쇼핑백에서 옷들을 꺼내 펼쳐본다.
정희 : 아니 가게 사장이면 장사를 해야지, 물건을 이렇게 왕창 갖고 오면 어떡해.
용자 : 사월이한테 제가 빚진 게 많아서요 어머니....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사월이 찾아주셔서요.
사월 : 제일 어려울 때 같이 있어줬던 친구예요, 엄마.
용자 : 사월이를 보면서 제가 더 많이 배웠어요.
정희 : 그동안 우리 지영이 챙겨줘서 고마워요.... 이 옷, 고맙게 잘 입을게요.
S#55. 카 페 / 낮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태문. 사월, 다가와 앉는다.
사월 : 어디 편찮으셨어요? 얼굴이 많이 상하셨어요.
태문 : 20년 동안 가족 떨어져 살면서 너 힘들었지?
사월 : ........아니라면 거짓말이겠죠.
태문 : 뭐가 제일 힘들었니?
사월 : 세상엔 엄마 아빠 있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거.... 세상엔 행복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거요.
태문 : 이제 넌 부모도 찾았고, 언니를 찌를 칼도 니가 쥐고 있는데.... 그만 마음을 풀면 안되겠니?
사월 : .................
태문 : ........우리 홍보팀 직원이 아는 기자한테 들었다는데.... 니가 사람들한테 이메일을 보냈다는 게 사실이야?
사월 : ........네.
태문 : 외부엔 알리지 말아달라고 다시 한 번 메일을 보내주면 안되겠니.
사월 : ............왜요?
태문 : 언니를 용서해줬음 좋겠다.
사월 : 왜 다들 나한테만 용서하라고 하는 건데요? 전 어쩜 다섯 살 때 길을 잃고 더 끔찍한 일을 당했을 수도 있어요.
태문 : 용서해 줬음 좋겠다....
사월 : .......왜 저를 불러 갑자기 이런 말씀 하시는건지 모르겠어요.
태문 : 내가 찾던 그 집 딸이 니 언니 신도영이다.
사월 : !!!!!!!!
태문 : 보육원에 가서 확인했어. 그 집으로 82년에 입양을 갔어. 내가 명한이한테 누명을 씌우지 않았더라면 그 아이가 고아원에
갔을리도 없고, 너희집에 입양가서 그런일이 생기지도 않았을꺼야. 모든 원망은 나한테 돌리고 언니를 용서해 줬음 좋겠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막아줬음 좋겠어.
사월 : ..........
S#56. 카페 / 낮
도영, 준세 마주 앉아있다.
도영 : ......걱정하는 눈빛이네.
준세 : 내가 도울 일 있음 말해. 도와줄게.
도영 : 없어. 아직까진 조용하잖아.
준세 : 풀기 어려움 숙제지만 길이 있을꺼야.
도영 : 사월이.... 어릴 때 이쁘고 씩씩했지?
준세 : 응..........
도영 : 매일 걱정되고 궁금했었어.... 지영인 어디 가서 어떻게 지낼까.... 자기 옆에 있었다니 다행이야.
S#57. 방송국 일각 / 낮
도영, 서 있다. 사월, 뛰어온다.
도영 : 바쁜데 보자고 한건 아니니?
사월 : ...............아뇨.
도영 : 부탁이 있어서.
사월 : ......?
도영 : 엄마 드릴 선물 하나만 골라줘. 넌 엄마 취향 잘 알잖아.
S#58. 백화점 / 낮
같이 다니며 선물 고르는 도영, 사월. 쇼올, 선글래스, 브로치를 보고 있다.
사월, 도영을 쳐다본다. 도영, 브로치 보며 이것저것 고르고 있다.
플래쉬 백 5부 VIP룸.
핸드폰으로 셀카 찍고 웃는 두 자매--
사월 : (E) 여기서 퍼스널 쇼퍼로.... 언니 옷 골라줄 때.... 이쁜 드레스 골라줄때 나 참 행복했는데....
쇼올 고르는 두 자매. 서로 웃음 없이 말도 없이 물건만 고르고 있다.
도영 : ........(물끄러미 사월을 보는)
S#59. 공원 (과거회상)/ 낮
87년 여름. 김완선의 노래 흘러나오는 공원.
어린 도영과 지영, 수호의 카메라 앞에 서 있다.
수호 : 자 도영이 지영이 여기 보자....
정희 : 웃어봐 지영아! 지영이 언니 뽀뽀!
지영, 도영을 확 껴안고 얼굴에 뽀뽀한다.
도영, 간지러운 듯 웃으며 찡그리는 얼굴.
수호 : 아이구 이쁘다. 한번 더!
정희 : 이번엔 언니가 지영이 뽀뽀!
도영, 지영얼굴에 뽀뽀하는데 지영 두꺼비처럼 볼을 불룩하게 만든다.
불룩한 볼에 뽀뽀하는 도영. 네 사람 하하하 웃는다. (뽀뽀 씬 20회 도영 혼수상태에서 사월의 회상으로 연결)
도영 : (E) 행복하던 순간도 분명히 있었어.....
S#60. 백화점 앞 / 낮
쇼핑백 들고 있는 도영. 도영, 표정 드라이하다.
도영 : 고맙다.
사월 : 바로 들어가실 꺼예요?
도영 : 응.
사월 : ...........
도영 : 넌 오늘 속상했겠다. 기자들이 바로 불지 않아서.
사월 : ..........
도영 : 하지만 기대해. 그 사람들이 그렇게 남의 비밀을 끝까지 지켜주진 않아. 이렇게 신나는 뉴스를.... 곧 니 뜻대로 될꺼야.
집에서 보자. (가고)
사월 : ...........
S#61. 도영네 거실 / 밤
도영, 정희에게 선물 상자 내민다.
정희 : 이게 뭐니.
도영 : 선물이예요. 열어보세요.
정희 : ........
도영 : 어제는 죄송했다구요.... 사죄의 선물이예요.
정희, 마지못해 상자를 연다. 스카프와 예쁜 브로치, 들어있다. (20부에도 연결 소품)
정희 : ........내가 언제 브로치 하디?
도영 : ....하실 수도 있죠. 이쁘잖아요.
정희 : ..............
도영 : 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가 학교에 브로치하고 왔었어요. 학부모 1일 교사로요.
엄마 그 날 너무 이쁘고, 난 엄마 때문에 으쓱했어요.
정희 : .......고맙다, 선물. (대충 선물 두껑 덮는데)
도영 : (버럭) 진짜 엄마라면 맘에 안 드는 선물도 좋아하는 척 했을꺼야! 평생을 나한테 그런 얼굴로 대하셨죠.
십년에 한번쯤은 진짜 엄마인 척 해줘도 나쁘지 않잖아요.
정희 : .........(기 막힌 듯 웃는)
도영 : 나도 엄마에 대한 좋은 기억 하나는 갖고 가게 해주면 안돼요?
정희 : .........
도영 : 싫든 좋든 날 데려와서, 30년 가까이 같이 사는데 좋은 기억 하나 없이 떠나면 지금까지 내 마음고생이 너무 헛되잖아요!
그 시간이 너무 불쌍하잖아!
정희 : 김이사는 물 건너 간 것 같고 차동우랑 살림 차려서 얼른 떠나.
도영 : ..........네. 저야 언제나 엄마 말에 복종하니까요.
도영, 2층으로 올라간다.
S#62. 도영 방 / 밤
들어와 문에 기대서는 도영..........
입양 때의 꼬마 도영. 방바닥에 엎드려 빗자루질, 걸레질하며 청소하고 있다.
엎드려 연필로 노트에 일기 쓰는 도영.
꼬마 도영 : (E) 나에게도 엄마 아빠가 생겼다. 아빠 신수호, 엄마 최정희. 나는 이제 김한숙이 아니다...내 이름은 신도영...도영이.
예쁘다... 난 내 이름이 참 맘에 든다...
소녀 도영, 책가방 메고 들어온다. 어두운 얼굴, 손에 신지영 전단지를 들고 있다.
어린 도영, 눈물 그렁한 눈으로 전단지를 박박 찢어버린다.
꼬마 도영, 소녀 도영, 성인 도영........ 세 사람의 도영 한 방 안에서 희망과 절망과 슬픔으로 함께 있다.
S#63. 홍콩 묘지 / 낮
엄마 묘 앞의 도영. 슬픈 미소 지으며 서 있다.
도영 : (E) 우리가 행복한 가족이던 때의 얘기를 들었어요, 엄마..... 난 이제 그 힘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S#64. 홍콩 일각 / 낮
걷고 있는 도영.
도영 : (E) 엄마..... 아빠는 날 알고 계실까요? 엄마처럼 내 주변 어딘가에서 매일 날 지켜보고 계신 건 아닐까요.....
만약.... 내가 두려워하는 일이 터진다면 난 아빠 보기 두렵고 부끄러울 것 같아.
S#65. 방송국 일각 / 낮
동우와 마주 앉아있는 도영.
동우 : 너무 한 거 아냐? 같이 가지....
도영 : 아침에 갔다 저녁에 온 거야. 같이 가면 동우씨 나두고 나 혼자 돌아오기도 싫구.
동우 : 나도 같이 오면 되지.
도영 : 부탁이 있어 동우씨.
동우 : 말해요 뭐든지.
도영 : 나 녹음 끝나면 우리 영화도 보구, 맛있는 것도 먹고, 찜질방도 같이 가자.
동우 : 갈 수 있겠어요? 얼굴 알려진 사람이?
도영 : 뭐 어때요. 나 동우씨랑 꼭 해보고 싶었어요.
동우 : 뭐 어렵다구! 해요. 내가 그럼 영화표 가서 미리 사놓을게 녹음 잘 끝내고 와요.
S#66. 라디오 스튜디오 / 낮
도영, 녹음 중. 영화 미션 ‘가브리엘 오보에 ’흐른다.
도영 : 다리 위에선 다리의 사진을 찍을 수가 없듯이, 여행 중에 여행의 의미를, 살아있는 동안 삶의 의미를 온전히 깨닫는 건
가능한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지는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사람에게 감사하고픈 행복한 수요일입니다.
S#67. 거 리 / 낮
기분 좋게 걷고 있는 동우.
동우 : 매진이었는데 딱 두 자리가 갑자기 취소됐대. 너무 운 좋게 표를 구했어요.
S#68. 방송국 일각 / 낮
도영, 걸어가는데 은비 달려온다.
은비 : 도영씨!
도영 : ..........응, 왜 그래?
은비 : 인터넷에 떴어. 자기 사진이랑 그 얘기 다............
도영 : ...........
도영, 멍한 표정으로 걸어간다. 사월과 마주친다.
사월 : .........막았는데..... 부탁했는데..... 한 사람이 약속을 안 지켰어요.
도영 : .........(웃으며) 괜찮아....
사월 : ........언니가 어떤 말을 해도 용서하는 게 진짜 용서라는 걸 너무 늦게 알았어. 언니가 모든 사람들한테 사실을 말하고
용서를 구하면 나도 언니를 용서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진짜 용서가 아닌 거였어.
도영 : 괜찮아. 잘 넘어갈 자신 있어. 걱정하지마.
사월 : ......
도영 : 나 약속 있어서 먼저 갈게. 잘 있어, 지영아.
사월 : .........
S#69. 도 로 / 낮
도영, 차를 달린다.
도영 : .......(미소).......
정희 : (E) 얘, 너 왜 거기 혼자 있니?
S#70. 회상 하이라이트
정희를 확 껴안는 보육원의 어린 도영. 식탁에서 너무 좋아서 무서워요 우는 지영.....
S#71. 도 로 / 낮
도영, 눈물을 흘리며 슬프게 허탈하게 웃는다.
도영 : (E) 왜......... 왜 이 모든 일이 시작됐을까요... 사랑받고 싶었어요, 나도 행복해지고 싶었어요.
나는 부리지 못할 욕심을 낸 건 가요. 나는 왜 받으면 안됐나요.....
S#72. 거리 일각 / 낮
음료수 마시며 기분 좋은 듯 서 있는 동우.
S#73. 도 로 / 낮
달리는 차. 눈물을 흘리는 도영...........
도영 : (E) 동생을 버리고 싶은 유혹에 넘어간 게 내 잘못이라면, 그런 유혹이 나에게 온 건 누구의 잘못이었을까요.
S#74. 준세 사무실 / 낮
어두운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는 준세. ‘충격, 인기 아나운서 신도영의 비밀’
S#75. 거리 일각 / 낮
시계를 보는 동우.
S#76. 도 로 / 낮
도영, 눈물 흘리며 웃는다.
도영 : (E) 그래도 감사합니다.... 가져갈 수 있는 행복한 기억이 많아요.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어요.
도영, 모든 걸 놓은 듯 편안해 지는 얼굴. 악셀을 세게 밟는다. 웃으며 눈물 흘리는 도영의 얼굴에서 스톱.
(E) : 차 부서지는 굉음.
도영의 혼이 떠나듯 카메라 차에서 멀어진다.
도영 : (E) 엄마..... 나도 하루 온종일 엄마한테 사랑받고 싶은 날이 있었어요. 그 욕심을 용서해주세요...
지영아..... 사랑한다.... 나를 용서해 줘.....
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