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겨로 훈탄만드는 일은 긴장되지만 즐거운 일이다
오랫동안 화학농으로 지친 땅에게-
몸으로 말하자면 해독의 과정을 만들어줄 숯가루 요법같은 것이라할까
바람 잔 늦겨울날 차분히 만들어두어야할 것을
바람마음 나 바람도 몰라라하는 계절
북서풍에서 남동풍으로 넘어가는 꽃샘바람이
갈피를 못잡아 어쩔줄 모르는 계절에 배워서 만들다보니
아랫밭의 바람막아주는 돌담아래에서 행여 불씨 날아갈까 노심초사끝에
한푸대반을 한나절 반이나 걸려 만든 양이 생각보다 많지가 않다
작년엔 1000평 좀 안되는 밭에 홍천 숯가마에서 사온 파숯 100키로를 넣었는데
내 손으로 만든 반짝반짝 빛나는 왕겨숯을 손끝으로 날려보니
이제야 진짜 농사꾼이 된 듯 신나고 대견하다
농삿일은 잔잔한 기다림..
아침일찍 시작했는데 점심때도 연통으로 힘차게 연기만 계속나가고
목초액은 처마끝의 빗방울 떨어지듯 열심히 흘러내리는데
왕겨더미는 군데 군데 점박이퍼지듯 혹은 연통가로만 조금씩 타들어가는 정도이니 눈을 뗄 수가 없다
언제 확 재가 되어버릴지 모르는 상황
점심 때는 되어가고 아에 밥상째 들고와 작업터 옆에 자리잡았다
금년들어 처음 따사한 야외밥상에서 도란도란 둘이 마주앉아 밥을 먹으려는데
소태유기농가에서 소박 맞아 다락골 친정집에 되돌아온 잡종개 꺼벙이가
간고등어 구이 냄새에 끌렸는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숨바꼭질 하듯 살금살금 남편 등너머 돌계단을
한계단 한계단 눈치껏 내려오는 게 보인다
에끼 놈 어딜 하늘같은 주인밥상에!
꿀밤한대 꽝 먹이고 마음 약해진 시굴사랑 ㅋㅋ 안쓰러운지 고기 한 점 던져준다
왕겨훈탄도 자칫 잘못하면 한낱 재일 뿐
미생물이 여름내 살아갈 그 많은 공극은 기대할 수 없다
연풍의 김용국선생부부와 함께 만든 것 보다는 못해도,
(약간 노리하게 덜 탄 왕겨가 보인다)
퇴비자급의 길 이제 절반의 성공이다
무투입 자연재배에는 아직 못미쳐도
피조물의 탄식 속에 지력회복 100% 고지가 점점 가까와진다
어느덧
흐뭇한 하루가 지나갔다
일상 속에서 기쁨을 뽑아올리는 기술
농삿 일 한가운데.. 넘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