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AT VOLUNTAS TUA!
원죄 없는 잉태 축일 9일기도 묵상
< 9일기도 일곱째 날- 12월5일>
25권-12
1928년 12월 8일
창조된 만물이 존귀하신 여왕의 잉태를 경축하는 까닭.
여왕께서 당신 자신의 바다들 속으로 오도록 딸들을 기다리시는 것은,
그들도 여왕으로 만드시기 위함이다.
복되신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대축일’에 대하여.
1 ‘창조된 만물이 기뻐 뛰놀며 원죄 없는 여왕님의 잉태 축일을 이토록 경축하는 것은 어인 까닭일까?’ 하고 마음속으로 묻고 있는데, 언제나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나의 내면에서 나오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그 까닭을 알고 싶으냐? 그것은 하느님의 뜻이 천상의 아주 작은 여아(女兒) 안에 그 삶의 기원을, 따라서 모든 피조물의 모든 선의 기원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의 거룩한 뜻 안에 있는 선치고 그 기원 속에서 시작하지 않거나 그 속을 오르내리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3 그러므로 그 천상 아기는 원죄 없이 잉태된 순간부터 ‘하느님의 피앗’ 안에서 삶을 시작하였고, 동시에 인간이라는 그루터기에서 태어나기도 하였다. 그러기에 이 아기는 나의 뜻과 함께 신적인 생명을 얻은 한편 그 인성은 인간적인 기원에서 시작되었다.
4 따라서 신성과 인성을 결합시킬 능력이 있었으니, 인간이 하느님께 드리기를 거절했던 것, 곧 인간 자신의 뜻을 하느님께 드릴 수 있었다. 그리하여 인간에게 자기 창조주의 품속으로 올라갈 수 있는 권리를 얻어 주었던 것이다.
5 그 아기는 우리 (성삼위)의 ‘피앗’의 능력을 수중에 가지고 있었으므로 하느님과 사람들을 함께 결합시킬 수 있었고, 그러니 만물이 ― 하늘과 땅과 지옥까지도 ― 모태에서 갓 태어난 아기 동정녀의 원죄 없는 잉태 안에서 이 아기가 만물 안에 잡히게 한 질서의 힘을 느꼈다.
6 그녀는 내 뜻의 힘으로 자기 자신을 모든 이의 자매로 결합시켰으며, 모든 것을 받아들였고, 만인과 만물을 사랑하였다. 그러니 모두가 그녀를 그리워하고 사랑했으며, 특전을 입은 이 사람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흠숭하는 것을 영예롭게 여겼다.
7 어떻게 만물이 경축하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은 모든 피조물 가운데에서 유독 무질서한 상태로 있었다. 아무도 자기 창조주에게 이렇게 말씀드릴 장한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저는 제 뜻을 알고 싶지 않습니다. ― 제 뜻을 당신께 선물로 드립니다. 당신의 거룩하신 뜻만이 제게 생명이 되기를 바랍니다.’
8 거룩하신 동정녀께서 하느님의 뜻으로 살기 위해서 자신의 뜻을 그렇게 창조주께 바치셨으니, 모든 조물이 그분을 통해 자기들에게 되돌려진 질서를 흐뭇하게 여겼다. 그리하여 하늘과 태양과 바다와 모든 것이 서로 경쟁적으로 그분에게 경의를 표하였고, 그분은 나의 ‘피앗’을 소유하고 계시기에 그 모든 조물에게 질서의 입맞춤을 주셨다.
9 그리고 나의 거룩한 의지는 그분의 손에 거룩한 여왕의 홀(笏)을 쥐어 드리고 머리에 통치자의 왕관을 씌워 드렸다. 그분을 온 우주의 여왕으로 정한 것이다.”
10 그 무렵 나는 기운이 다한 듯한 느낌이었다. 다정하신 예수님의 오랜 부재로 말미암아 잔뜩 풀이 죽어 있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부재가 내게 남아 있는 티끌만한 생기마저 태우고 있었는데, ‘거룩하신 피앗’이라는 태양의 불타는 광선에 계속 노출시켜 태우는 식이어서, 내 안의 체액이란 체액이 다 말라 버린 것 같았던 것이다.
11 게다가 그렇게 계속 타는데도 나는 죽지 않았고 완전히 타 없어지지도 않았다. 그러니 맥이 다 빠진 것 같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멸망한 느낌마저 드는 것이었다. 그러자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내 기운을 북돋아 주시려는 듯 나로 하여금 당신의 현존을 마음으로 느끼게 하셨다. 그리고 입맞춤을 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12 “내 딸아, 용기를 내어라. 맥없이 있지 말고, 너의 행복한 운명을 즐겨라. 네가 그러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내 거룩한 뜻이 너를 둘러싸고 네게서 인간적 기질을 모조리 없애는 대신, 빛나는 신적 성질을 주고 있으니 말이다.
13 (내 어머니의) 원죄 없는 잉태 축일인 오늘, 사랑의 바다, 아름다움의 바다, 권능의 바다 및 행복의 바다가 하느님의 신성으로부터 이 천상적인 사람 위로 넘쳐흐른다. 사람들이 이 바다들 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은 그들의 인간적인 뜻이다.
14 그런데 우리 (성삼위)가 일단 행한 행위는 언제나 끊임없이 계속되는 행위가 된다. 그리고 끊임없이 계속 주는 것이 신성의 본성이다. 따라서 저 바다들은 아직도 여전히 넘쳐흐르고 있다. 여왕이신 엄마가 자신의 딸들을 이 바다들 안에서 살게 하시려고 기다리고 계시거니와 이는 그들을 작은 여왕들로 만들어 주시려는 것이다.
15 인간적인 뜻은 그러나 들어갈 허락을 받지 못한다. 그 바다들 안에는 그것을 위한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오직 하느님의 뜻으로 사는 사람만이 그들 속으로 진입할 수 있을 뿐이다.
16 그러므로, 딸아, 너는 네가 원할 때마다 내 엄마의 바다들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내 거룩한 뜻이 너의 보증을 서기 때문에 네가 이 뜻과 함께 네가 자유로이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내 엄마가 너를 기다리신다. 너를 원하신다. 네가 너의 행복으로 인해 우리 (성삼위)와 그분을 갑절로 행복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17 우리는 받기보다 줄 때에 더 큰 행복을 느낀다. 그러니 우리가 주기를 원하는 좋은 것들을 받아 가지 않는 사람은, 우리가 그에게 주고자 하는 행복을 우리 안에 질식시키는 격이 된다.
18 그러기에 나는 네가 풀 죽은 상태로 있지 않기 바란다. 오늘은 더할 수 없이 기쁜 축일이다. ‘하느님의 뜻’이 ‘천상 여왕’ 안에서 살기 시작했으니, 축일 중의 축일이다. 피조물이 우리 ‘피앗’의 힘으로, 곧 ‘존귀한 여왕’이신 작은 아기가 소유한 그 ‘피앗’의 힘으로, 자기 창조주께 첫 입맞춤을 ― 거룩한 첫 포옹을 한 날이요, 자기 창조주와 함께 식탁에 앉은 날이다.
19 이날은 또한 나의 거룩한 뜻이 너에게 준 사명으로 말미암아 특히 너의 축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원죄 없는 여왕’의 바다들 속으로 진입하여 그분의 축일이며 너의 축일인 이날을 즐겨라.”
20 그러자 나는 나 자신의 바깥으로 나가서 그 끝없는 바다들 속으로 몸이 옮겨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 순간의 체험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내게 없으니, 여기에서 멈추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겠다.
21 그 뒤 늦은 오후에, 고해 신부님이 이 책 제15권에 나오는 ‘원죄 없는 잉태’에 대한 글을 소리 내어 읽으셨다. 그러자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그 소리를 들으시고 내 안에서 매우 기뻐하시며 이르셨다.
22 “딸아, 정말 흐뭇하구나. 오늘 내 ‘존귀하신 엄마’께서 교회로부터 신적인 영예를 받고 계신다고 할 수 있으니, 이는 교회가 평생 처음으로 내 엄마 안의 ‘하느님 뜻의 생명’에 영예를 드리는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23 이것이야말로 그분께서 받으실 수 있는 최대의 영예이다. 그분 안에는 인간적인 뜻이 생기를 띤 적이 도무지 없었고 언제나 항상 신적인 뜻만이 생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는 것이 그분의 거룩함과 높이와 능력과 아름다움과 위대성 등등의 전반적인 비결이었던 것이다.
24 그런데 그분을 원죄 없이 깨끗한 분으로 잉태한 것은 나의 ‘피앗’이었다. 나의 피앗이 그 뜨거운 열로 원죄를 태워 없앴던 것이다. 그러니까 교회는 일차적인 원인이며 원초적 현동(現動)인 내 거룩한 뜻을 영예롭게 하는 대신 이 뜻의 효과에 영예를 주었고, 그리하여 (내 엄마를) 원죄 없이 잉태된 분으로 선포한 것이다.
25 말하자면 교회가 그분에게 신적인 영예가 아니라 인간적인 영예를 드렸다고 할 수 있다. 하느님의 뜻이 여전히 그분 안에 계속 머물러 계시니 신적인 영예를 받으시는 것이 마땅하고도 옳은 일인데 말이다.
26 그것은 그분에게도 나에게도 하나의 고통이었다. 왜냐하면 이 ‘천상 여왕’ 안에 거처하시는 하느님 뜻의 영예를 내가 내 교회에서 받은 적이 없었고, 당신 자신 안에 ‘지고한 피앗의 생명’을 기를 자리를 내주신 여왕께서도 마땅히 받으셔야 할 영예를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27 따라서 오늘, 그분 안의 모든 것이 내 뜻의 기적이고, 그분의 다른 모든 특전 내지 특권은 부차적인 것으로서 그분을 지배하는 하느님 뜻의 좋은 결과라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원죄 없는 잉태 축일’은 하느님의 장엄하고 찬란한 영광이 기품 있게 기려지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해서 이 축일은 ‘존귀하신 천상 여왕 안에 잉태되신 하느님의 뜻 축일’로 일컬어질 수 있는 것이다.
28 이 ‘잉태’는 그러니 하느님의 뜻 자신과 하느님의 뜻이 행한 모든 것의 결과였고, 저 ‘천상 여아’에게 일어난 기적적인 일들의 놀라운 결과이기도 하였다.”
29 그러고 나서 그분은 더욱 정겨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을 이으셨다. “딸아, 원죄 없는 잉태의 순간, 그 작디작은 천상 여아를 보는 것은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 일이었는지 모른다! 그 뿌리가 인간인 이 아기의 작은 땅이 보였는데, 그 작은 땅 안에 ‘우리 (성삼위)의 영원한 의지인 태양’이 보였다.
30 아기는 이 태양을 품고 있을 능력이 없었으므로 그것이 아기의 바깥으로 널리 넘쳐흘러 하늘과 땅을 가득 채웠다. 우리는 그래서 우리의 전능으로 기적을 일으켜, 이 작디작은 아기 여왕의 작은 땅에 ‘우리 거룩한 의지의 태양’을 집어넣었다. 땅과 태양을 다 볼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31 그런즉 아기가 행하는 것 ― 생각하든 말하든 활동하든 걷든 ― 그 모든 것 속에서 그의 생각들은 빛살이 되었고, 그의 말은 빛으로 바뀌었다. 그에게서 나오는 모든 것이 빛이었다. 그의 작은 땅은 그가 품게 된 무한대한 태양보다 작았기 때문에 그의 행위들이 그 빛 속에서 길을 잃은 셈이었던 것이다.
32 그런데 이 ‘천상 여왕’의 작은 땅은 ‘내 피앗의 태양’에게서 계속 생명을 받으며 활기차게 보존되어 왔으므로 언제나 꽃이 활짝 핀 모습이었다. 더할 수 없이 달콤한 열매들로 바뀔 이 만발한 꽃들의 아름다움이 어찌나 우리의 거룩한 눈길을 끌어당기며 황홀하게 하는지, 우리는 계속 바라보지 않고서는 지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 여왕이 그토록 크나큰 아름다움과 행복을 우리에게 주었던 것이다.
33 이 ‘원죄 없는 아기 동정녀’는 온전히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은 매혹적이고 황홀한 아름다움이었다. 그를 우리 뜻의 기적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34 아! ‘하느님의 뜻으로 사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사람들이 안다면, 이 뜻을 알고 이 뜻 안에서 살기 위해서 그들의 목숨마저 내놓으련마는!”
Deo Grati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