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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각산중학교 학생회장 최훈민군. |
ⓒ 김재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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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중학생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인터뷰를 위해 출력해 온 각종 자료나 빼곡히 써내려간 수첩을 꺼내 든 모습에서 철저한 준비성이 엿보였다.
서울 강북구 삼각산중학교 학생회장 최훈민(16)군. 그는 지난 6일 트위터 등을 통해 학교의 부당한 '언론 검열'을 외부에 알리면서 유명세를 탔다.
지난해 12월 최군이 학생회 간부들과 준비한 <학생회신문>에는 '학교가 3~5도의 추운 복도와 급식실에서조차 외투를 못 입게 한다', '체벌은 금지됐지만 교사가 와이셔츠를 벗겨 학생을 복도로 쫓아내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등 비판적인 기사 2개가 보도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교장을 비롯한 학교 측은 "기사가 편향적이다", "교장 결재가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문 발행을 중지시켰다. 최군과 학생회 간부들은 "교감선생님의 반론 인터뷰도 실었다"며 면담을 통해 신문 발행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학교 신문>과 별도의 <학생회신문>은 발행할 수 없다"는 대답이었다.
최군이 인터넷을 통해 학교의 부당한 처사를 비판하자 몇몇 언론은 삼각산중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을 주목해 보도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직접 격려의 말을 건넸다. 성북교육지원청은 자체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체벌 기사가 편향적? 우리 주적은 북한공산군이라는 훈화는..."
8일 오후 삼각산중학교 부근에서 만난 최군은 "군부독재 시절이나 보던 언론 검열 아니냐"고 조목조목 자신의 주장을 펼쳐 나갔다.
그는 "<학교 신문> 1면은 늘 교장의 훈화 말씀이고, 학생들은 시나 소설을 실을 뿐이었다"면서 "<학교 신문>에는 학생이 스스로 비판하는 기사도 제대로 실리지 않는데, 하물며 학교를 비판하는 글을 실을 수 있었겠느냐"고 <학생회신문>을 만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또 "체벌 기사는 직접 목격한 것만 썼다, 교감선생님의 인터뷰도 1면으로 싣는 등 노력했는데 뭐가 편향적이라는지 모르겠다"고 학교의 주장을 반박했다.
최군은 오히려 학교 측이 편향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장의 훈화 말씀에 부정부패의 사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거나, '우리의 주적은 북한공산군'이라는 식의 교육을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교장은 <학생회신문> 발행을 요구하는 면담 자리에서 '사회 부조리를 보면 인생이 고달파진다, 살찔 겨를도 없다, 고교 진학해서도 걱정된다'는 등 인신 공격적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최군은 졸업반이면서도 <학생회신문>을 만들어 학교와 맞선 데 대해 "후회도 많이 했다"고 했다. 하지만 "학생 신문의 사전 검열의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교육청도 학생회 활동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군의 주장에 대해 학교 측은 "학내에서 소통하며 조율할 수 있는 문제를 활자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자체 조사를 벌인 성북지원교육청도 "학교장의 자율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만 전해왔다.
다음은 최훈민군과 일문일답.
- <학생회신문>을 만들게 된 계기는?
"학교 정책에 학생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학교 신문은 항상 1면이 학교장 훈화다. 학생들은 시나 소설을 가끔 실을 뿐 진정한 목소리를 담을 수 없었다. 학생회에서 학교 신문에 기사를 내기도 했는데, '급식실에서 줄을 잘 안 선다'는 등 학생 스스로 비판하는 기고문밖에 없었다. 그나마 표현이 완화되고 수정됐다. 하물며 학교를 비판하는 글을 실을 수 있었겠나. 고민하다가 <학생회신문>을 만들자는 계획을 세우게 됐다."
- 그런데 왜 발행되지 못했나.
"(지난해) 12월 22일 편집을 끝내고 인쇄 일정까지 맞춰놨는데, 24일 신문 발행이 안 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담당 교사는 '<학생회신문>이 따로 나가는 게 안 좋다, 학교 신문에 두 면 할애해 줄 테니 기사를 실어라'고 했다. 그래서 외투 규정과 체벌 기사를 싣겠다고 했더니 안 된다고 했다. 교장선생님도 그냥 안 된다고만 했다. 면담에서 '사회부조리를 보면 안 된다, 인생이 고달파진다, 그러면 살찔 겨를도 없다, 고교 진학해서 걱정된다'는 등 인신 공격적 발언도 했다."
- 애초에 학교와 협의해서 신문을 내기로 한 게 아닌가.
"지난 2010년 3월 대의원회를 통해 학생회 활동 계획을 의결했고, 학생회 담당 선생님께도 보고했다. 교장선생님에게도 보고가 된 것으로 안다.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았다. 지금 와서 절차를 말하는 것은 학내 언론을 탄압하기 위한 변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 학교에서는 체벌 기사의 편향성을 문제 삼고 있다. 학생들의 욕설이나 야유는 빼고, 교사의 체벌 의혹만 제기했다는 것이다.
"체벌 사례는 직접 목격한 것만 썼다. 체벌 이유가 '숙제를 안 했다'는 이유였다. (학생들의 욕설이 있었다는) 학교의 주장은 다른 체벌 사례를 새롭게 밝힌 (스스로 실토한)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교장선생님의 훈화가 문제다. '부정부패가 나라를 망친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문제를 언급하거나, 통일교육 훈화에서 '우리나라의 주적은 북한공산군'이라고 했다. 우리는 <학생회신문>에 교사의 목소리를 반영 안 한 게 아니다. 한 면에 교감선생님 인터뷰가 실렸다. 체벌에 대해서 묻자 '우리 학교에는 체벌이 없다'고 답변했다. 뭐가 편향적이라는지 모르겠다."
- 그래도 '체벌이 있었다'는 기사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도 있다. 학교 입장에서는 민감한 문제라 조심스러운 것 아닌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싶다면 교장선생님이 체벌 교사에게 주의를 주는 등 재발 방지 약속을 하면 되지 않나. 지금껏 아무 연락도 없고, '계속 이런 식으로 할거냐'는 악의적 반응만 보이고 있다. 진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잘못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
- 이번 일로 <학생회신문>을 만든 학생들의 실망도 컸겠다.
"처음에는 자신의 기사가 다 나갈 줄 알았다. 방과 후에도 남아 열심히 만들었는데, 교장선생님 한 마디에 못 나가게 된데 화가 많이 났다."
- 트위터에 이번 일에 대한 글을 올린 뒤 반응은 어땠나.
"생각보다 많은 반응이 왔다. 트위터에 올렸더니 '우리 학교도 예전에 그랬다', '그때는 잘 대응하지 못했다'는 등 멘션이 왔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도 연락을 주고 해서 감동도 받고 충격도 받았다."
"많은 교사가 체벌 않지만, 와이셔츠 벗겨 복도 내보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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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각산중학교 학생회장 최훈민군. |
ⓒ 김재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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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학교에서 체벌이 많이 일어나나.
"물론 많은 교사가 체벌을 안 한다. 그래도 체벌 사례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일부 언론은 체벌 금지로 학생들이 굉장히 날뛰는 것처럼 보도하는데, 내가 본 사실과 다르다. 체벌이 금지돼도 교사가 학생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 학생이 교사를 억압하는 일은 극히 일부다. 체벌금지가 안 되니까 와이셔츠를 벗겨서 복도로 내보내는 사례도 있었다."
- 학생인권조례나 체벌에 대한 개인 생각은?
"학생인권조례도 중요하지만, 학생 스스로가 권리를 찾아야 한다. 체벌 금지와 교권 침해가 충돌한다는데, 저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체벌 없다고 멀쩡한 아이가 갑자기 욕하는 게 아니다. 체벌한다고 욕하던 아이가 갑자기 깍듯해지는 것도 아니다. 체벌은 반항심만 심어줄 뿐 진정한 반성은 가져오지 않는다. 학생이 욕한다고 때린다면 교사와 학생이 다른 점이 뭔가."
- 학교와 마찰하면서 후회하지는 않았나.
"후회도 많이 했다. 그냥 좋게 마무리했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학생회신문> 사전 검열이라는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학생회가 어떤 활동을 해도 교장선생님 결재를 받아야 하지 않겠나. 진정한 학생회 활동은 없어지는 것이나 다름없고. 그래서 앞장서게 됐다. 졸업식 전에는 해결됐으면 한다."
- 학생회 자치활동 보장을 위해 해결돼야 하는 일이 있다면?
"지금 일은 모든 학생들의 일이라고 본다. 시도교육청의 대책이 문제다. 학생회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대책을 발표해 줬으면 좋겠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군부독재 시절의 언론 탄압, 사전 검열이다. 언론의 자유는 헌법에도 보장된 권리 아닌가."
'추운 급식실 외투 허용' 요구가 편향적?
[전문 소개] 삭제된 학생회신문 기사, 내용은 뭔가 |
삼각산중학교 학생회가 지난 연말 실으려던 내용 중 학교가 문제 삼은 것은 2개의 기사다.
첫 번째 기사는 1면에 실릴 예정이었던 '현실에 맞지 않는 외투규정, 복도온도 '3도' 이래도 외투착용 금지?'라는 제목의 기사다. 이 기사 오른쪽에는 '삼각산해병대'라는 이름으로 웃통을 벗고 훈련 중인 특수부대 병사 풍자사진을 넣었다.
두 번째는 3면에 준비된 '체벌규정폐지 80일째, 체벌은 사라졌나? [긴급진단] '엎드려뻗쳐' '옷 벗긴채 복도로 추방'... 체벌 사라지지 않아'라는 기사다.
삼각산중학교가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신문 발행을 중단시킨 두 기사 전문을 소개한다.
현실에 맞지 않는 외투규정, 복도온도 '3도' 이래도 외투착용 금지?
우리학교의 현재 외투규정은 등하교시에 교복을 모두 갖춰 입은 채로 외투를 착용할 수 있으며 실내에서는 무조건 외투를 벗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 맞지 않는 이런 외투규정으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추위에 떨고 있다.
한 3학년 ㄱ학생은 "히터를 틀면 교실은 따뜻하다"면서도 "일부 교실과 복도는 정말 춥다. 적어도 복도와 급식실에서는 외투 착용을 허용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3학년 ㄴ학생은 "급식을 받은 후 의자에 앉으면 엉덩이가 차가워 몸을 부르르 떨게되서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 외투를 입어도 추운 곳이 급식실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기자가 복도와 급식실 근처의 온도를 측정한 결과 복도의 평균 온도는 3도였고, 급식실의 평균온도는 5도였다. 이러한 현실은 외면한채 교내에서는 외투착용금지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닐지 생각해본다. (기자 바이라인 생략)
체벌규정폐지 80일째, 체벌은 사라졌나?
[긴급진단] '엎드려뻗쳐' '옷 벗긴채 복도로 추방'... 체벌 사라지지 않아
지난 10월 1일 체벌규정이 폐지되고 나서 벌써 80일이란 시간이 지났다. 취재결과 아직도 일부 선생님들의 체벌은 사라지지 않았고, 한 선생님은 당연한 듯 체벌을 하고 있었다. 취재 도중 학생들의 생생한 증언들이 이어졌다.
한 A선생님은 복도에서 엎드려뻗쳐를 시켰다. B선생님은 숙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하로 떨어진 추운날씨에도 와이셔츠까지 벗긴 상태로 복도에 내보내는 비인권적인 행동도 서슴치 않았다. C선생님은 대단히 대담했다. 숙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매로 체벌하였다. C선생님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안 맞아 본 학생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체벌들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어느 선생님이 학생을 체벌하고 얼마 안되서 학교에서는 체벌이 사라져 학생지도가 어려워 타임아웃제를 강화한다는 가정통신문이 발송되었다. 이러한 비인권적인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선생님들이 학생을 체벌할 경우 그에 따른 학교의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학생들이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규정을 지키고 학생들을 진정으로 존중해주었을 때야 말로 비로소 삼각산중학교는 학생과 선생님이 모두 행복한 학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기자 바이라인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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