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름 한병 훔치다 일흔에 첫 전과..씁쓸한 노인범죄
노컷뉴스 | CBS노컷뉴스 최인수·조혜령 기자·김광일 수습기자 입력 2015.05.13. 06:00 | 수정 2015.05.13. 06:04
◇ 참기름 한 병, 설탕 한 봉지 훔친 할머니들…왜?
박모(70) 할머니는 지난 3월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슈퍼마켓에서 5000원짜리 참기름 한 병을 훔쳤다.
미리 준비해간 비닐봉투에 몰래 참기름을 담은 뒤 다른 물건들만 계산하는 수법으로 절도를 한 것인데, 이러한 장면은 CCTV에 고스란히 찍혀 할머니는 결국 덜미가 잡혔다.
인근에 있는 대형마트에서는 지난 2월 임모(69) 할머니가 설탕 한 봉지와 커피 한 통 등 1만 8000원 어치 물건을 훔치다 역시 경찰에 붙잡혔다.
↑ (자료사진)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도 지난달 20일 문모(69)할머니가 길에서 주운 신용카드로 슈퍼마켓에서 쇠고기와 과일 등을 계산하다 입건됐다.
할머니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신용카드를 한번도 써본 적이 없다가 카드를 줍고 보니 한번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양천구에서는 빌라 출입문에 세워둔 유모차를 끌고 간 80대 여성, 교회에서 주차장에 널어놓은 카펫을 들고 간 70살 여성이 최근 절도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전과가 전혀 없었고 대부분 독거노인이었다.
"견물생심에 우발적으로 절도를 저지른 것으로, CCTV 추적 등으로 잡힐 거라는 생각조차 못하는 이들이 많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말이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공정식 교수는 “심리적으로 소외되다보면 상황 판단 능력이 떨어지거나 왜곡된 생각을 갖게 돼 일탈행위들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부족한 사회안전망 속에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을 겪는 노인들이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이다.
◇ "IMF위기가 좌절과 분노로"…성추행·방화 등 강력범죄도 급증
노인들의 강력범죄 역시 늘고 있다.
지난해 4월 전남 영암 초등학생 4명 성추행 사건, 5월 서울지하철 3호선 도곡역 열차 방화 사건과 전남 장성 요양병원 방화 사건들은 범인이 모두 노인들이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범죄는 지난 2011년 6만 8836건, 2012년 7만 1721건, 2013년 7만 7260건으로 해마다 증가세다.
특히 살인이나 강도, 강간, 방화 등 강력범죄는 같은 기간 759건, 818건, 1062건으로 2년 사이 40%가 늘었다.
사회적 위기의 경험과 이후 소외에 따른 좌절과 분노가 이유로 지목된다.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홍선미 교수는 “IMF 당시 실직과 노숙 등 사회적 위기를 경험했던 중장년층이 노인이 되면서 우리사회의 노인 범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특히 심각한 양극화도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노인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사회안전망을 튼튼히 함과 동시에 노인들의 소외감을 줄일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노인 범죄를 전담할 기구도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최인수·조혜령 기자·김광일 수습기자] appl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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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나온 모습은 우리 모두의 미래의 모습일 것이다.
누구의 책임일까?
개인, 사회, 국가 아니면 그누구의 책임도 아닐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