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도서 담당 선생님께서 도서부장들을 부르셔서 내일까지 1번대 (1번, 11번, 21번...등등) 애들 독후감 노트를 갖다내라 그러셨는 데, 회의 끝나고 와서 보니 애들이 다 집에 가버리고 교실에는 반장, 회장 그 외 몇명 애들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냥 있는 애들이라도 내일까지 독후감 노트를 가져오라고 해서 그 다음날 그 애들 공책에 번호를 1번 ,11번,21번 등으로 고쳐서 제출했습니다.
그날 종례시간에 독후감 노트를 갖고 오신 선생님은
번호 조작에 대해 노발대발하셨습니다.
어떻게 애들이 그럴 수가 있느냐구요...
저 때문에 괜히 혼나게 된 반장이랑 회장이 엉엉 울때
저는 반성은 했을지언정 울지는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어떻게 너는 제일 잘못해놓고 울지도 않느냐고 더 때리시더군요...
어쨌든 그렇게 1학기가 지났고 2학기 새로 임원 뽑을 때가 되었습니다. 그 때 저희 학교에서는 반 등수대로 임원을 뽑기로 규칙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것도 올바른 것은 아니었습니다만...어쨌든)
1등한 아이가 반장 2등은 회장 3등은 부반장 4등은 부회장
4등한 저는 부회장이 될 거였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저더러 미정이가 도서부장일을 너무 잘해줘서 다시 도서부장을 맡겨야겠다고 하시더군요.
어떻게 애들이 그럴 수 있냐고 호통치시며 울지도 않는다고 야단치시던 것이 아직도 생생한 데 말입니다.
그리고는 육성회장의 딸인 다른 아이를 부회장으로 임명하셨습니다.
그날 저는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엄마가 아시면 속상하실까봐 엄마껜 말씀드리지 않았지만,그 때 저는 돈과 권력 앞에 쓰라린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 때 우리 담임 선생님께서 그 육성회장 아버지한테 돈을 받았는 지 안 받았는 지 저는 모릅니다. 단지 그 때 저는 무언가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깡그리 무너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 담임선생님한테 한 마디 항변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 흘렸던 저는 그 일을 가슴에 교훈으로 삼아
오늘날 참교육학부모가 된 것 같습니다.
사실 그까짓 임원 못해본 게 슬픈 것이 아닙니다.
다만 자기의 목적을 위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의 말을 뒤집는 어른들이 미웠습니다.
정해진 규칙조차 지키지 못하고 돈이나 권력앞에 아무렇지 않게 자기 손바닥을 뒤집는 그런 어른들이 미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제가 어른이 되었습니다.
저는 훌륭하고 좋은 어른이 될 자신은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겪었던 일을 똑같이 반복하지는 않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돈으로 담임한테서 내 아이의 사랑을 사는
그런 어른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작년에 본격적으로 참교육 동북부지부 임원으로 일하면서
참 많이 그 때 그 담임 선생님이 보고 싶었습니다.
그 때 왜 그러셨었냐고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과의 그 일 덕분에 지금 제가 참교육학부모가 되었노라고 당당하게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올해에는 그 선생님을 만나뵐 수 있으려는 지...?
한 번 찾아뵈야겠습니다. 그리고 여쭤봐야겠습니다.
그 때 왜 그러셨었는 지....그래서 기분이 좋으셨었는 지...
각 학급의 임원은 사실 자신의 명예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여러 친구들을 위하여 솔선수범하고 희생하고 어떻게 하면 자기네 반을 좀 더 잘 운영해나갈 수있을까를 함께 의논하고 협력해나가기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자신의 인기를 테스트하기 위해서거나 아니면 자기 이름을 날리고 싶어서 하는 것은 아닌가 염려가 됩니다.
만약에 우리 아이들이 임원이 되고 싶어한다면
그리고 후보로 등록하고 선거 유세를 위해 고민을 한다면
그 때 저는 임원의 역할이 무엇인지 무슨 일을 해야하는 것인지를 우리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임원이란 것이 군림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봉사하기 위한 자리라는 것을...
임원 이라는 것이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봉사하는 자리임을 직시할 때 돈주고 임원이 되려한다거나 인기성 발언을 한다거나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다거나 하는 일들은 생기지 않을 것같기 때문입니다.
누가 임원이 되든 간에 서로 힘을 합해 더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공감대가 형성될 때라야만이 진정한 임원으로서의 의미가 살아날 것입니다.
머리가 나쁜 저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잊혀지지 않는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잠시 제가 왜 참교육학부모가 되었는 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여러분들은 부디 오늘 하루도 보람있고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그럼....이만! 별 것도 아닌 제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