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천안 테마맛집정보]병천장 명물에서 서민의 벗으로~ 병천 순대국밥 이야기
천안의 병천장은 3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장터. 하지만 이곳에 순대가 등장한 것은 50년이 조금 넘는다. 6.25가 일어나 온 국민이 전쟁의 참화와 가난으로 허덕이던 시절, 병천에 서양식 햄 공장이 들어섰다. 돼지고기를 가공하다 보니 부산물이 많이 생겨났고, 먹을 것이 귀한 시절이라 이를 활용해 음식을 만들었는데, 이 무렵부터 돼지창자에 선지며 채소 등을 넣어 먹음직스러운 순대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부터 병천장에서는 장날마다 돼지 뼈를 뽀얗게 우려낸 국물에 순대를 숭숭 썰어 넣은 순대국밥을 팔기 시작했다. 가격이 저렴하고 배가 든든해 장터를 오가는 장사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한 끼 음식이요 술안주였다. 작은창자를 사용해 껍질이 얇고 부드러우며 내용물이 풍성해 누린내가 거의 나지 않고, 또한 들깨, 양배추, 찹쌀, 마늘, 파, 고추, 당면 등의 속재료가 푸짐한 덕에 병천장의 순대국밥은 어느덧 장날의 명물이 되었다.
소문이 자자해질수록 순대국밥을 찾는 손님들도 늘어나는 것은 자명한 이치. 장날이 아닌 날 모르고 찾아와 국밥집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기다 보니, 시골 인심에 이들을 그냥 돌려보내지 못하고 순대국 한 그릇을 말아 주다,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는 장날뿐만 아니라 아예 상시영업을 하는 집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지난 1998년, 외환위기를 맞은 전국의 서민들에게 병천순대는 큰 인기를 끌었다. 싸고 푸짐한 순대국밥, 접시에 그득 담겨 나오는 순대에 곁들여 마시는 탁주 한 사발에 서민들은 허한 마음을 다독였는데, 덕분에 다들 불황이라고 힘들어 할 때 병천순대국밥집만큼은 오히려 프랜차이즈로 전국에 퍼져나갔던 것이다. 지금도 병천의 순대골목에는 수십 곳의 순대국집이 성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