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① 반도체 직업병 문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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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① 반도체 직업병 문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집단 백혈병 발병의 원인과 책임에 대한 논란이 3년째 계속되고 있다. 공장 노동자들의 피해제보가 계속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는 대책이 없다. 세계 1위의 반도체 강국의 이면에는 직업병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후진국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모두가 나 몰라라 식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하는지, 또 대책은 어떤 것이 마련됐는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중요한 문제를 안고 있음은 분명하다. 국민의 건강과, 반도체 산업의 발전이라는 두 가지 당면과제를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반도체 직업병 문제’는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할 사안으로 부상했다. 본지는 이 문제의 출발에서부터 대책에 이르기 까지 이를 심층 분석해 본다.(편집자주)
[연재 순] ① 반도체 직업병 문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② 부실한 역학조사 책임지고, 보고서 전문 공개해야 ③ 반도체 제조사들의 현실과 관련법규 정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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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5일 정부과천청사 정문 앞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단체인 “반올림”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훈구 상임활동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대한 철저한 국정감사와 근본대책을 촉구했다.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집단 백혈병 발병의 원인과 책임에 대한 논란 속에 삼성전자 공장 노동자들의 피해제보가 100 여명에 육박하고 있다”면서 “국감에 앞서 삼성 산재 피해 제보현황을 발표하고 정부기관에 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대한 근본 대책을 촉구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7년부터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에 대해 삼성과 노동부, 근로복지공단, 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대한 의혹제기가 계속되어 왔지만, 어떠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삼성 전자공장 노동자들의 직업병 제보는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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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의 배경을 보면, 2007년 삼성반도체 제조 사업장에서 백혈병으로 사망한 여성근로자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상을 신청했고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이에 대한 업무의 관련성 평가를 산업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직업병연구센터)에 의뢰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이에 대해 2007년 7월부터 11월까지 5개월간 근로자의 작업환경과 업무내용을 조사했으나 알려진 백혈병의 유발요인을 확인하지 못했다. 또한 조사과정에서 산재보상을 신청한 근로자와 같은 작업 조에서 일했던 다른 여성 근로자도 백혈병으로 사망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와 함께 2007년 12월 29일 조사결과를 최종심의하기 위해 개최한 역학조사위원회에서는 우리나라 전체 반도체 근로자의 림프조혈기계암 발생위험도를 평가하는 역학조사를 실시한 후 최종결론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지었다.
이에 따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08년 3월부터 12월까지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반도체 제조업에서의 백혈병 및 관련 질환인 림프조혈기계암 발생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한 역학조사를 실시 2008년12월 29일 최종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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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보건안전연구원(이하 ‘산보연’)의 최종 보고서에는 백혈병 피해 노동자들이 발암물질에 노출되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산재보상을 신청한 작업환경을 포함 벤젠 등 14종, 다른 피해자들에 대하여는 벤젠 등 4종의 화학물질에 대해 작업환경측정을 실시했다. 그 결과 벤젠은 없었으며 노출기준을 초과한 시료는 없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 최종보고서의 연구의 한계 및 시사점에서는 추적기간이 짧았다는 점과 세부적인 직무와 공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 부족으로 인해 분류 오류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 과거 직업력이나 흡연 등 비직업적인 위험요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는 점 등의 제한점을 조사결과의 해석상 감안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또 국제적인 연구동향인 만큼, 보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 앞으로 장기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마무리하고 있다.
산보연의 최종보고서는 제조사의 영업기밀보호와 개인 신상유출 등의 이유로 조사보고서 전문을 공개하지 않고 요약본만 공개하고 있다. 산보연의 직업병연구센터 김은아 소장은 “ 제조 공정상 기업들의 비밀과 개인의 신상보호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공개 할 수 없게 되어 있어서 보고서 본문을 공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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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산보연은 총 431개의 화학물질 중 물질안전보건자료를 통해 화학성분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263개에 불과하였는데도 성분을 알 수 없는 168종의 화학물질 중에 발암물질이 존재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거나 조사하지 않았다. 더욱이 발암물질 노출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작업환경측정 방식 역시 서울대 자문의견서에서 지적한 한계를 고스란히 포함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산보연의 역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반도체 공장에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린 근로자들이 신청한 산재에 대하여 주무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이 이 산보연의 보고서를 근거로 “백혈병 유발물질에 대한 노출근거가 없다.” 라는 판단을 내려 산재보상을 신청한 피해 노동자들 전원에게 산재보상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반올림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에 따라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정부기관이, 기업이 아무런 구체적 근거 없이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는 바를 분별없이 수용하여 정보공개를 거부해 왔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국제적인 분쟁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일각의 의견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국민의 알 권리를 훼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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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2009년 국감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소속의 김상희(민주당), 홍희덕(민노당)의원은 반도체 제조사 6개 공장을 대상으로 벌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산업보건 위험성 평가” 자료를 입수해 반도체 제조공정 과정에서 사용되는 pr(photo resister) 물질 성분 분석결과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검출됐다고 밝힌바 있다. 벤젠은 1급 발암물질로 산재보험법에서는 근로자가 벤젠에 노출된 후 백혈구 감소증, 백혈병 등에 걸리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다.
2010년 9월 28일 참여연대는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의 화학물질 관리 실태와 문제점을 발표하고 문제점이 확인된 만큼 더 이상 백혈병 발병 원인과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되고 정부와 국회는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보호를 위해 적합한 제도적 보완과 관리감독방안이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2010년 국감에서조차 여.야를 막론하고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의원들이 지적을 했으나,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 문제는 고도의 전문성을 갖고 판단해야 하는 사안이므로 사실을 갖고 얘기해야지, 감정을 갖고 하면 안 된다” 라며 역학조사 결과 공개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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