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월도落月島는 한국의 산토리니Santorini를 꿈꾸는 섬이다. 그리스 에게해 남부에 위치한 산토리니는 하얀 담벼락과 돔 모양의 파란 지붕이 어우러진 유럽 최고의 관광지로 꼽힌다.
산토리니는 해식애가 잘 발달되어 있고 건물들은 정부에서 하얀색 페인트를 칠하도록 법령으로 만들 정도로 꼼꼼히 계획된 곳이다. 반면 낙월도는 아직 개발하지 않은 작은 원석처럼 다듬기에 따라 무궁무진한 변신이 가능한 섬이다.
두 섬이 닮은꼴이 있다면 바다로 떨어지는 낙조가 무척 아름답다는 것이다. 낙월도는 ‘달이 지는 섬’이란 뜻이다. 영광군은 낙월도에 100억 원을 투입해 2018년부터 산토리니를 모델로 그리스신화와 철학의 거리, 천문대와 별빛 가로등을 설치하는 등 명품 휴양섬으로 가꾼다는 계획이다.
누에처럼 긴 모습의 낙월도는 상낙월도와 하낙월도로 나뉘어 있으나 섬 사이에 다리가 놓이면서 하나의 섬이 되었다. 섬 전체는 100m 높이의 구릉형 산지다. 섬 전체를 순환하는 해안 둘레길은 바다조망이 좋고 가파르지 않아서 트레킹코스로 인기 있다.
고목나무 크기의 두릅나무와 달래나물, 방풍나물, 모싯잎이 많이 나는 낙월도는 원래 묵석墨石의 주산지로 수석애호가들에게 이름난 곳이다. 속까지 까만 묵석의 강도는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단단하다고 한다.
면사무소 화단이나, 경찰서, 가정집 마당에도 예사롭지 않은 돌들이 흔하게 보인다. 가로수가 있어야 할 자리에 수석이 진열되어 있을 정도다. 좌대만 세운다면 수천 만 원을 호가하는 것들이다.
새우잡이가 번성했던 낙월도
상낙월도 선착장에 내리면 제일 먼저 ‘새우의 고장 상낙월도’라는 표지석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쇠락했지만 낙월도 사람들은 임자도 전장포보다 낙월도가 새우잡이의 원조라고 자부한다. 일제강점기에는 낙월도에서 새우잡이를 하던 어부가 전라도 세 번째 갑부로 이름을 날렸을 때도 있었다.
낙월도 사람들은 전통 어선인 멍텅구리배로 새우를 잡았다. 멍텅구리배는 바지선처럼 다른 배가 끌어주어야만 움직일 수 있는 무동력선을 말한다. 당시 상·하낙월도 두 섬이 전국 새우젓 시장의 50%를 점유할 정도였으나 1987년 태풍 ‘셀마’ 때 멍텅구리배 12척이 침몰하고 53명의 선원들이 참변을 당하면서 멍텅구리배는 어업의 역사에서 퇴장당하고 말았다. 선착장에서 5분 거리에는 그때 사고를 당한 어부들을 기리는 위령비와 팔각정이 세워져 있다.
선착장에서 곧바로 산행이 시작된다. 선착장 우측으로 ‘둘레길 가는 길’ 이정표 따라 콘크리트포장도로가 이어진다. 백일홍 가로수를 따라 15분 정도면 갈림길이 나타나고, 여기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재계미’와 ‘큰 갈마골 해수욕장’으로 바로 넘어간다.
우측 ‘윗머리(웃머리)’부터는 목장의 초원길을 걷는 기분이다. 나무 울타리가 몽돌해변과 잘 어울린다. 윗머리길 해변 인근 언덕과 해변은 두릅나무 집단 군락지다. ‘산나물, 산야초 채취 금지’ 경고판이 있으니 욕심 내지 말 것.
바다와 섬이 바라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벤치와 데크가 놓여 있다. 첫 번째 정자 쉼터에서는 북쪽으로 송이도와 안마도가 보인다. 행정구역상 낙월면에 속하지만 가깝고도 먼 이웃이나 다름없다. 낙월도는 향화도선착장에서 출발하지만 송이도와 안마도는 홍농읍 계마항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정자에서 15분 정도면 Y자 모양의 소나무 전망대가 나오고, 5분 정도 더 진행하면 큰갈마골해수욕장에 닿는다. 이 해수욕장은 모래가 곱고 수심이 고른 아담한 피서지다.
재계미는 넓은 분지 모양의 언덕이다. 이곳에도 정자 쉼터가 있다. 정자를 등지고 계단을 오르면 왼쪽 전망데크 근처에 당산나무 숲이 있다.
수령 300년 정도의 팽나무 4~5그루에는 당제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 당산의 수호신은 16세기 말 재계미로 처음 들어와 살았던 현풍 곽씨 할머니란다. 예전에는 정월 초하룻날이면 무당을 불러 당산 나무 아래서 곽씨 할머니를 신주로 모시고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대동제를 올렸다고 한다.
송신탑까지 잔디밭을 걷는 기분이다. 송신탑 직전에 삼각점이 있다. 큰 나무에 가려 주변 조망이 시원치 않지만 이곳만 벗어나면 바다로 빠지는 듯한 해변풍경 길이 이어진다. ‘누엣머리’ 이정표를 따라 나무계단을 100m 정도 내려가면 비밀스러울 정도로 작은 해수욕장이 숨어 있다.
누엣머리에서 2분 정도 거리에는 커다란 팽나무 수십 그루가 큰 그늘을 이루고 있는, 상낙월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이 있다. 나무그늘이 시원해 여름철이면 마을 주민들이 이곳으로 와 더위를 식힌다고 한다.
이제부터 말등처럼 기다란 언덕이 이어진다. 하낙월도와 바다 건너 대각이도, 안마군도 주변의 작은 섬들이 조망된다. 20분 정도 거리에 두 바위의 크기와 모양이 닮은 쌍복바위가 있다. 크게 눈에 뜨일 정도는 아니지만 애틋한 사랑의 전설이 전해진다.
상낙월도와 하낙월도를 잇는 진월교는 방파제처럼 연결되었다가 최근에는 바닷물이 흐를 수 있도록 다리 형태로 바뀌었다. 하낙월도는 상낙월도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경치가 시원시원하고 해안절벽도 거칠다.
다리를 바로 건너 ‘경고’ 팻말을 따라 올라간다. 목책울타리를 따라 보이는 해변의 풍경이 환상적이다. 정자 쉼터 우측에 ‘낚시터 가는 길’ 이정표를 따르면 급경사 나무계단길이 있다. 이 길은 거북이머리처럼 바다를 향해 불쑥 튀어나온 언덕까지 연결된다. 바닷가 바위들은 오랜 세월 파도와 부딪치고 깨지면서 기이한 형상들을 하고 있다.
걷기 좋은 산책길을 따라 12분 정도면 파고라 쉼터가 나오고 곧이어 갈림길에 닿는다. 오른쪽 해안길로 가면 해안주변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고, 왼쪽 언덕으로 올라서면 하낙월도 최고봉에 오를 수 있다. 양쪽 길 모두 20분 정도면 당너매 정자 쉼터에서 만난다.
길가에 명품 수석들이 가득
정자 쉼터 앞 ‘당너매’에서 보이는 앞바다가 진귀한 묵석을 건져 올리는 보물창고라 한다. 오른쪽으로도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이곳에서 목책울타리를 계속 따라간다. 언덕에는 칡넝쿨이 우거져 있지만 걷는 데에는 별 지장을 주지 않는다.
25분 정도면 장벌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데크에 도착한다. 장벌해수욕장은 반월형의 아담한 해수욕장이다. 멀리 지도와 임자도, 전장포가 보인다. 이곳에서 3분 정도면 하낙월리에 닿는다. 허물어진 집들과 담장 옆에는 한눈에 봐도 명품에 가까운 수석들이 가득하다. 해안방파제를 따라 진월교를 거쳐 면사무소와 보건소를 지나 상낙월 선착장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영광종합터미널까지 하루 15회(첫차 07:00, 막차 22:00) 일반·우등버스가 운행한다. 요금 일반 1만7,500원. 우등 2만5,900원. 3시간 30분.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는 하루 2회(09:10, 16:20) 운행. 요금 2만2,200원.
■ 영광종합터미널에서 향화도행 군내버스를 타면 칠산타워가 있는 향화도선착장에 닿는다. 40분. 문의 352-1303, 향화도 선착장에서 낙월도까지 가는 배는 07:30, 10:30, 15:30 세 차례 출발한다. 요금 편도 5,500원. 1시간 10분. 상낙월·하낙월 선착장 모두 간다. 문의 낙월면사무소 350-5983, 신해 5호 선장 010-3626-9449.
숙식(지역번호 061)
숙식할 곳이 넉넉지 않다. 상낙월도 선착장에 섬에 하나뿐인 슈퍼마켓이 있지만 가끔 문을 닫는 경우도 있어 육지에서 물을 넉넉히 준비하는 편이 낫다. 우체국 옆에 춘자네민박(353-6718)은 민박을 겸한 식당이다. 백반(1인 7,000원)에는 12~13가지 갯가에서 잡은 싱싱한 해산물과 밑반찬이 올라온다.
볼거리
향하도 선착장에는 높이 111m의 칠산타워가 있다. 3층 전망대에 오르면 칠산앞바다와 칠산대교가 한눈에 조망된다. 개방 시간 하절기(3~10월) 09:00~20:00, 동절기(11~2월) 09:00~19:00. 입장료 어른 2,000원. 1월 1일, 월요일, 공휴일 다음날 휴관.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열리는 수산물 경매장터도 인기다. 인근에 있는 설도포구는 젓갈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