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 문수사 봉축행사를 다녀와서
글/ 최혜현 편집위원
이번 2015년 부처님 오신날은 그 어느 해의 부처님 오신날 보다 특별한 날이었다. 남편이 이 세상을 뜨고 처음 맞이하는 봉축일 이었기 때문이다. 넉넉한 시간을 갖고 딸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매해 이 즈음 보스톤 날씨는 꽤 쌀쌀하지만 이번 해는 아주 따뜻했다. 구름을 가르고 쏟아지는 햇빛 속에서 부처님이 금방이라도 내려 올 것만 같았다. 절에 도착하기 몇 미터 전에 이르자 부처님 만날 생각에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절 앞마당에는 우리의 잔치를 알리는 오색등이 넘실거리고 깔끔하게 정돈된 도량석에는 벌써 도착한 불자님들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몸이 불편한 나를 딸 아이가 돌보아야 했기에 법회에 참석 않하던 딸 아이가 언감생신 법회에 참석 하였다. 한글이 완벽하지 않은 딸 아이가 천수경 법요집을 더듬 거리며 따라하는 모습은 대견 하기만 하였다. 남편에게 인사했다. '당신도 오늘 온거지. 다인이도 함께 왔어' 슬픈 마음을 누르느라 몹시 힘들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니 사람들이 꽤 많이 왔다. 한복을 입기도 하고 신사복을 입기도한 불자분들이 법당을 가득 메우고 일부는 바깥에서 서성이었다.
법회를 알리는 타종이 시작되고, 천수경, 사홍서원 등 어느 때나 다름없는 예식과 더불어 부처님께 올리는 6가지 공양을 올리는 봉축일 예식이 진행되었다. 작년에 새로 부임하셨다는 보스톤 총영사의 축하 메세지도 있었다. 오늘 도범스님의 법문은 우리에게 친숙한 경의 소개로 시작했다. 세존께서 코살라국의 파사익 왕에게 들려준 괴로운 우리의 삶을 잘 묘사한
<불설 비유경> 을 들어 법문 하신 것이다
"어떤 사람이 광야에서 사나운 코끼리에게 쫓겨 달아나다가 한 우물을 발견했다. 우물 옆에는 큰 나무가 있고, 우물 속으로 뿌리가 나 있었다. 그는 곧 나무 뿌리를 타고 내려가 우물 속에 몸을 숨겼다. 우물 사방에는 네 마리의 독사가 있어서 그를 물려고 하였고, 나무 뿌리는 흰쥐와 검은 쥐가 번갈아 가며 갉아대고 있었다. 그리고 우물 밑에는 무서운 용이 있었다. 그는 그 용이 몹시 두려웠고, 나무 뿌리가 끊어질까 걱정이었다.
나무에는 벌통이 달려 있어서 벌꿀이 다섯 방울씩 입에 떨어졌다. 그는 꿀의 단맛에 취하여 자신이 처한 위험을 망각했다. 나무가 흔들리면 벌들이 흩어져 내려와 그 사람을 쏘았지만 그는 벌에 쏘이면서도 꿀을 받아먹는 데에만 열중했다. 한편 들에서는 불이 일어나 그 나무를 태우고 있었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마치고 세존은 왕에게 물었다.
"대왕이여, 이 사람이 벌꿀의 맛을 탐할 수 있겠습니까?"
왕이 대답했다.
"한량없는 고통을 받으면서 어떻게 그 조그마한 맛을 탐할 수 있겠습니까?"
그 때 세존은 다음과 같은 게송을 설했다.
광야는 무명의 어두운 인생이요,
사람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중생이라.
사나운 코끼리는 無常함의 비유이고,
몸을 숨긴 우물은 生死의 비유라네.
나무의 뿌리는 수명의 비유이고,
흰쥐와 검은 쥐는 낮과 밤이라.
네 마리의 독사는 地, 水, 火, 風 四大이니,
수명이 다하면 독사에게 먹히리라.
떨어지는 꿀 방울은 오욕락이요,
아프게 쏘는 벌은 그릇된 생각(邪見)이라.
들판에 이는 불은 늙어가고 병드는 일,
우물 밑의 독한 용은 죽음이라네.
지혜로운 사람은 이것을 생각하여 생사의 우물 속을 싫어하나니
오욕락을 탐하여 즐기지 않아야 비로소 우물에서 벗어난다네.
죽음의 왕에게 쫓기면서도 무명의 바다에서 편한 듯이 지내는가
범부의 자리를 벗어나려면 소리와 빛깔을 쫓지 말지니. 우리는 무상의 코끼리에 쫓기어 생사의 우물 속에 빠져 있다. 나무 뿌리와 같은 수명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으나 세월이라는 쥐가 하루하루 갉아먹고 있어서 수명이 다하면 네 마리의 독사에게 먹히지 않을 수 없다.
도범스님은 이 경을 통해 우리는 하루 하루 죽음을 향해 가고 있으니 방일하지 말고 수행 할 것을 강조 하셨다. 우리는 우물 속의 사람이 입에 떨어지는 꿀 방울을 즐기듯이 오욕락, 즉 감각적 쾌락을 즐기면서 행복하다고 믿고 있다. 우물에서 벗어날 생각은 하지 않고, 꿀 방울을 많이 얻을 생각만 한다. 중생들에게 행복은 꿀과 같은 오욕락을 많이 얻는 것이고, 불행은 오욕락이 적은 것이다.
이러한 그릇된 생각에 빠져 있는 한 우리는 고통스러운 우물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들판에 일어난 불처럼 두려운 늙음과 병고에 휩싸여 있고, 무서운 용이 벌린 입 위에서 끊어져 가는 수명 줄에 의지하고 있는 사람이 해야할 일은 무엇이겠는가? 이 경은 당면한 우리의 현실을 여러비유를 통해 아주 잘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어서 수행해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봉축일의 하이라이트는 봉축발원문 일 것이다. 혜각스님이 쓰신 발원문에서는 감동의 눈물이 흘렀다.
부처님 오신날 봉축 발원문
만 중생을 위해 자비와 지혜광명으로 오신 거룩하신 부처님!!!
오늘 저희들은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크신 은혜와 나투신 뜻을 기리고 감사하며 정성을 다해 발원을 올립니다.
부처님께서 저희들에게 자비를 베푸셨듯이 저희들도 남을 위해 자비를 베풀 수 있도록 넉넉한 마음을 주소서.
자비하신 부처님!!!
저희들이 어리석어 참 생명의 존귀함을 모르고 끝없이 생사를 윤회하면서 한없는 죄업을 짓고 있는 것을 불쌍히 여기시어 지혜의 빛으로 건져주셨듯이 저희들도 부처님의 지혜광명을 얻어 어려운 이웃과 이 사회를 위해 힘쓸 수 있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하늘과 땅위에 홀로 존귀하신 부처님의 탄신은 곧 이 세상의 모든 이들이 한 가지로 새로운 삶을 얻었음을 의미함이요, 모든 생명이 한가지로 존귀하고 지중함을 나투어 보이신 뜻깊은 가르침의 구현인줄 아옵니다.
대자 대비하신 부처님!!!
부처님의 자비 광명이 온 세상에 고루 퍼져 어둠이 있는 곳에는 광명을, 얽매인 이에게는 자유를, 가난한 이에게는 풍요를, 고통받는 이에게는 구원의 손길을, 세계 인류에겐 다툼이 없는 평화의 새날을 맞이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복덕과 지혜 다 갖추신 부처님!!!
소원이 있을 때마다 당신을 부르리니 저희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시고,. 괴로움이 있을 때마다 당신을 부르리니 저희들의 마음속에 번뇌를 여의게 하여 주시고, 안일함에 빠질 때마다 당신을 부르리니 당신의 고행 정진을 배우게 하여 주시옵소서.
바라옵건데, 이 땅의 모든 가족과 이웃들이 부처님의 품안에 들어와 사랑과 나눔과 생명화합의 선업을 이끌어 주옵소서.
나무석가무니불
나무석가무니불
나무시아본사석가무니불
절에서 준비한 수십가지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오후에는 수계식이 있었고 저녁에는 저녁 예불과 탑돌이가 있었다. 봉축일에 참석한다는 설레임으로 간밤에 뜬 눈으로 지내 피곤한 탓도 있었지만 딸 아이가 알러지로 힘들어 해서 저녁행사는 참석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자 녹아 떨어져 잠을 잤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목욕을 하러 목욕탕 앞에 서 있었다. 스님께서 목욕탕 매표를 파셨다. 나는 스님께 돈을 드리고 목욕탕에 들어가 쏟아지는 물에 몸을 닦았다. 이태리 타올로 전신을 구석 구석 닦으니 손가락 만한 때가 수도 없이 밀려 나왔다. 예불에 참석하는 일이란 업장소멸을 한다는 뜻 일게다. 다음 주에도 예불에 딸과 함께 참석하기로 결심했다. 오늘 봉축일은 지난 2윌 세상을 떠난 남편과 함께 했던 특별한 봉축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