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회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25.2.17일)◇ -인촌 김성수는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다.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는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럿이다.
김구, 이승만, 김규식, 여운형, 조봉암 등과 함께 인촌 김성수와 고하 송진우는 모두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이다.
대한민국은 바다처럼 넓고 큰 강이다.
우리나라는 가치관과 역사관이 달랐던 이분들을 모두 포용할 수 있을 만큼 넓고 깊은 성취를 이루어가고 있는 민주공화국이다.
나는 2023년, “세계 대세와 대한민국의 미래” 강연에서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다'라고 주장했다.(‘고하 탄신 133주년 및 서거 78주기 기념강연’, 국립현충원)
고하와 인촌을 떼어 놓고선 한국 현대사를 말할 수 없다.
‘한반도 현대사의 철학적 성찰’이란 부제를 가진 ‘국가의 철학’ 출간(2018년) 이후 우리 현대사의 철학에 계속 관심을 기울여 온 이유다.
이번 주말엔 “21세기에 인촌을 다시 읽는다~ 공화혁명과 세계 그레이트 게임의 정치철학” 강연이 예정돼 있다(윤평중, ‘인촌 서거 70주기 추모 대토론회 기조 강연’, 2월 22일 토요일, 광주 김대중 컨벤션 센터)
지금 한국 사회는 최악의 위기다.
둘로 쪼개진 군중은 ‘누가 정당한 대한민국 시민인가’라며 상대 진영을 향해 거칠게 삿대질하고 있다.
명백한 내전의 징후다.
지금의 내전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않는다면 한국 사회의 미래는 없다.
인촌 김성수는 한반도 현대사의 위대한 통합자이자 조정자였다.
인촌은 공허한 말을 절제하고 공선사후의 삶과 실천으로 대한민국의 토대를 건설했다.
그는 한국 현대사에서 보기 드문 공심(公心)을 육화한 지도자였다.
이런 인촌의 거대한 성취는 너무나도 작은 과오의 그늘을 압도한다.
당대 세계 정세에 밝았던 인촌은 고하와 함께 자유민주주의를 실천했고 공화혁명으로 가는 길을 닦았다.
자유민주주의 공화정에 대한 헌신과 함께 위대한 통합자였다는 점에서 인촌 김성수와 후광 김대중은 서로 만난다.
국립현충원에서 이루어진 ‘고하 강연’처럼, 민주주의의 고향인 호남 광주에서의 ‘인촌 강연’도 보람 있는 일이다.
지금은 인촌의 통합 정신과 공선사후로 국가 위기를 헤쳐 나갈 때다.
그게 21세기에 우리가 인촌을 비판적으로 다시 읽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