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뿐인 장애학생 통합교육, 특수학교 재학 절반은 전학생
윤준호 2023. 5. 29. 20:23
일반학교 수어·통역 유명무실
“고학년 될수록 통합교육 한계”
청각장애 학생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청인(청각 장애인에 상대하여, 청력 소실이 거의 없는 사람) 중심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일반학교에 진학하지만, 상당수 학생이 무늬뿐인 통합교육에 한계를 느끼고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학교 재학 중인 청각장애 학생 2명 가운데 1명가량은 일반학교를 떠나 특수학교를 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국립특수교육원이 3년마다 실시하는 ‘특수교육 실태조사(2020년)’에 따르면 조사 당시 청각장애인 학생 3004명 중 2466명(82%)이 일반학교에 재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청각장애 학생 538명 가운데 절반 수준인 272명(50.6%)은 일반학교에 다니다 특수학교로 전학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특수교육원 관계자는 “부모들이 저학령기엔 일반학교의 통합교육을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특수학교가 낫겠다며 전학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2023년) 실태조사는 12월까지 진행된 뒤 내년 상반기에 발표한다”며 “(올해도) 조사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한국수어(手語)가 한국어와 함께 공용어가 된 지 7년이 됐고 학교에서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통합교육이 확산하는 추세라지만, 청각장애 학생들에게 일반학교의 벽은 여전히 높다. 세계일보 취재진이 특수교육 전문가와 학교 관계자, 학부모와 학생 등 10여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에 따르면 청각장애 학생들은 비장애 학생 중심의 통합교육 환경에서 학습과 교우관계를 힘들어하다 특수학교 전학을 결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수교육 실태조사에서도 부모들은 자녀를 특수학교로 옮기기로 결정한 이유로 ‘특수학교 교육과정이 자녀에게 더 적절한 것 같아서’(27.6%), ‘비장애 아동들과 함께 공부하거나 생활하는 일이 어려워서’(22.8%) 등을 꼽았다.
2016년 8월 한국수화언어법 시행으로 수어 사용자에게 수어 교육과 통역이 지원돼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유명무실하다. 국립국어원이 2020년 진행한 ‘한국수어 활용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49.7%)이 학교에서 원하는 의사소통 방법으로 수어를 꼽았지만, 교육청은 수어통역 비용 문제(시간당 15만원 수준) 등으로 현실적 제약이 크다는 입장이다. 최상배 공주대 교수(특수교육과)는 “초등학교까지는 부모가 통합교육을 희망해 일반학교에 보내지만, 점점 더 학업 성취 등을 힘들어하며 특수학교로 가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윤준호·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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