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머니볼'은 야구를 소재로 만들었지만 발상의 전환과 혁신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브래드피트는 메이저리그의 하위권팀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으로 부임해 예일대출신 20대 통계전문가와 함께 팀의 체질을 확바꿔 20연승을 달린다.
한창 연승가도를 달릴때 구단주는 단장에게 외친다. '오늘 뉴욕타임스 1면 봤어!'.
미국인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뉴욕타임스(NYT)는 권위와 전통을 상징한다. 그래서 공신력을 인정받는 것이다.
<뉴욕의 번화가인 타임스스퀘어는 뉴욕타임스때문에 생긴거리다.
2008년 이태리 건축가 렌조 피아노의 설계로 시공된 새 사옥으로 옮겼다>
NYT는 1851년 '뉴욕데일리타임스'라는 제호로 창간됐으니 벌써 160주년을 맞았다. 1912년 4월 타이타닉호(號)의 침몰 장면을 입체적으로 취재 보도해 명성을 높혔고 1971년에는 미국 국방부의 베트남 비밀문서 '펜타곤문'을 입수한뒤 문서 전문을 보도해 고급 정론지로서 위상을 쌓았다.
본사와 국내외 11개 지사에서 1100여명의 기자들이 취재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110차례의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다. NYT 국제판인 인터내셔날 헤럴드 트리뷴과 보스턴글로브등 16개 신문과 TV, 라디오방송국등을 거느리고 있다. 주말판이 100만부를 상회하고 2년이상 고정독자가 82만명에 달한다.
NYT는 타임스스퀘어광장 부근의 중심가에 위치해 있었다. 오랜 역사만큼 사옥이 고색창연할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좋게 빗나갔다. 이태리 건축가 렌조 피아노 설계로 2008년에 완공된 뉴욕타임스 사옥은 투명도가 높은 특수유리와 36만5천개의 세라믹 튜브로 들러쌓여 에너지를 덜 쓸뿐 아니라 주변의 빛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개성있는 건물로 뉴욕의 명소중 하나다.
입구에서 로비까지 10m 정도의 복도에는 벽면에는 동일한 모양의 디지털 작품이 빼꼭히 채워져 첨단빌딩 분위기를 풍겼다. 1층에서 17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다. 경찰관 정복과 비슷한 복장을 한 경비는 드라이한 표정으로 방문객을 일일이 체크했다. 회의실이 있는 17층에선 영화에서 봄직한 마천루들이 즐비했고 건물 사이로 허드슨강이 보였다. 계단과 복도 난간은 흰색바탕에 빨간색이 선명해 마치 디자인회사에 들어온듯한 느낌이었다.
<로비엔 디지털시대에 걸맞는 IT조형물들이 설치돼 눈길을 끈다>
마케팅담당 중역인 마크 와셔씨는 한국신문협회 글로벌리더십연수를 위해 방문한 자리에서 NYT에 대해 브리핑을 하면서 미국 신문시장은 위기라고 진단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메이저 신문도 역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다. NYT도 절독율은 20%에 달한다고 했다. SNS시대에 독자들의 정보접근방법이 디지털로 이동하면서 빙하기에 들어선 종이신문의 현실을 보여준다. 이런 위기에서 NYT의 타개책은 고급정론지로서 브랜드 파워를 최대한 활용해 프리미엄 전략을 추구하고 디지털에 역량을 집중시키면서 경영실적이 향상되고 있다. NYT는 미국신문중 유일하게 별도의 독자리서치 부서를 두고 있다. 트렌드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분석하고 독자의 욕구에 맞게 신문 제작과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디지털시대에서 신규 독자를 창출하기 위해 NYT는 '2년 구독신청을 하면 6개월은 공짜' '다른 구독자를 소개해 줄 경우 구독료의 20% 삭감' '디지털 구독료 무료와 3개월 무료 디지털 사용권 선물' '디지털 기사만 구독할 경우 추첨으로 아이패드 선물' 제공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
<뉴욕타임스 17층 소회의실에서 바라본 허드슨강>
물론 이런 마케팅은 NYT만의 전유물은 아니고 미국의 로칼지들도 부분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명품신문으로서 자부심이 강한 NYT가 도입했다는 점에서 신문시장의 침체를 말해준다.
특히 NYT는 온라인신문 유료화로 타 신문과 확실한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 수년전 실시했다가 포기했던 정책을 다시 개선해 일단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올 3분기 디지털 광고의 경우 2분기에 비해 6.2%포인트가 늘어났다. 디지털로 벌어들인 광고 수입은 5000만달러로 총 광고 수입 2억6100만달러의 약 19% 정도이다. 종이신문광고의 추락을 온라인 유료화와 디지털 광고의 확대로 상쇄시키고 있는 것이다.
최근 NYT의 성적표는 흑자 전환이란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IT2.0시대에 발 맞춘 디지털 경영실적이란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와관련 워싱턴포스트의 고위임원은 기자에게 NYT의 디지털 전략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NYT가 성공하느냐에 따라 미국신문의 경영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출입자들은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물론 NYT가 디지털 역량을 강화한다고 해서 종이신문을 소홀히하는 것은 아니다. NYT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것은 종이신문의 품질이다. 아직은 디지털이 종이신문의 서포터기능을 할뿐이라는 것이 NYT의 입장이다.
이때문에 1부당 가격도 주중 2달러, 주말 6달러로 가장 비싸다. 부당 연간구독료가 700달러에 달한다. 그만큼 NYT라는 브랜드와 신문의 품질에 자신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학교에는 교재형식으로 신문을 공급하고 있으며 교수와 학생들에게는 50% DC해주고 있다.
미국의 학생들도 신문을 외면하면서 논리적인 사고력과 표현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가 이같은 전략을 채택한 것은 부수확장 효과와 함께 최고의 칼럼니스트와 기자들을 보유한 뉴욕타임스를 저렴하게 구독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지적인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다.
마크 와셔씨는 "NYT의 프리미엄 전략은 신문시장의 위기속에서 더 빛을 발하고 있다"며 "종이신문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스마트폰과 페이스북, 테블릿PC등 SNS와 모바일을 통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블로그<박상준 인사이트> 미디어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