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6:25]
저가 곧 왕에게 급히 들어가 구하여 가로되 세례 요한의 머리를 소반에 담아 곧 내게 주기를 원하옵나이다 한대..."
저가곧....급히 들어가.- 헤로디아의 딸은 헤롯의 약속 의지가 옅어지기 전에 그리고 그 고조된 분위기가 식기 전에 잽싸게 자신들의 음모를 수행할 생각으로 "곧", "급히" 헤롯에게 달려가 소청했다. 세례 요한의 머리를 소반에 담아. - 세례 요한의 최후가 심히 비극적이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짐작케 하는 소름끼치는 요구이다. 여기 "소반"은 대형 접시를 가리킨다...
[막 6:26] "왕이 심히 근심하나 자기의 맹세한 것과 그 앉은 자들을 인하여 저를 거절할 수 없는지라..." 왕이.....자기의 맹세한 것. - 헤롯은 자기가 한 맹세에 대해서 몹시 후회하고 있다. 여기서 특히 "맹세"란 복수로 표기되어 있어 그의 맹세가 한 번에 그친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 확인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같은 맹세가 잔치에 참속한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한 것이라서 자신의 위신과 체면 때문에 거절할 수 없는 진퇴 양난에 빠지게 됐다.
헤롯이 요한을 지금껏 계속해서 두둔해왔기 때문에 헤롯의 딜레마는 더욱 심각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체면 유지는 한 사람의 의로운 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양심의 소리보다 더욱 중요하고 절실한 것이 되고 만다. 이미 묘사된 바 있듯이 헤롯이 치밀하지 못하여 지도자로서 판단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여진다. 즉 무능하고 마음이 여린 것으로 비춰진다. 물론 이 같은 기질은 그의 심성 자체가 온유해서라기보다 그가 진리와 정의에 대해 용기가 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결국 그는 간교한 헤로디아의 올무에 꼼짝없이 걸려들게 되었다.
[막 6:27] "왕이 곧 시위병 하나를 보내어 요한의 머리를 가져오라 명하니 그 사람이 나가 옥에서 요한을 목 베어..."시위병. - 라틴어 "스빼꿀라또르"에 해당하는 말로서 "정탐꾼", "정찰병", "감시자" 혹은 "사형 집행자"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나 본문에서 이 용어는 시위병 곧 궁을 지키며 왕의 신변 경호를 위해 있는 병사를 가리킨다. 한편 이때 헤롯은 마케루스 궁 안에 머물렀으며 그 사형 집행 장소는 그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을 것이다.
[막 6:28] "그 머리를 소반에 담아다가 여아에게 주니 여아가 이것을 그 어미에게 주니라..." 그 머리를 소반에 담아다가....주니. - 시위병이 명령에 따라 요한의 목을 베어 소반에 담아 오는 동안 헤로디아의 딸은 침착하게 그 연회 석상에서 기다렸던 것 같다. 참수된 요한의 머리는 그 냉혈적인 딸에게 주어졌고 그 딸은 다시 어미에게 그것을 건네 주었다. 여기서 헤로디아의 악마성이 부각된다. 살인을 공모. 교사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 머리를 직접 받아들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인간의 탈을 쓰고는 하지 못할 것이다. 한편 어떤 전승에 따르면 이때 요한의 머리을 전해 받은 헤로디아는 그의 머리 핀 끝으로 진실과 정의를 부르짖었던 세례 요한의 혀를 찔러보고 또 그의 혀를 뽑아 내기까지 했다고 전한다...[막 6:29] "요한의 제자들이 듣고 와서 시체를 가져다가 장사하니라..."요한의 제자들이....장사하니라. - 세례 요한에 관한 이야기가 이제 마무리된다.
당시 요한과 긴밀히 소식을 교환하고 있었던 그의 제자들은 스승의 죽음을 전해듣고 살의가 채 가라낮지 않은 마케루스 성에 찾아가 담대히 스승의 목없는 시신을 요구했던 것이다. 한편 요한의 죽음으로 헤롯은 자기와 요한과의 관계가 모두 끝난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이 같은 헤롯의 만행을 깊이 염두에 두고 있었으며, A. D. 30년 나바티아 족과의 전투에서 참패했을 때 그것이 헤롯에 대한 하나님의 엄중한 징벌이었다고
단정할 만큼 헤롯과 그 가족의 만행을 두고두고 되새기고 있었다. 한편 마태는 본 사건을 기술하면서 요한의 제자들이 장사를 마친 후 그 모든 일을 예수께 고했다고 전한다. 이로써 결국 세례 요한에 관한 이야기는 예수 이야기의 배경 역할을 하게 된다. 실로 세례 요한이 생존시 고백했듯이 그 자신은 쇠하여야 하겠고 오실 그분, 곧 예수는 흥하여야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