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
시댁에서 대대적인 집안 행사모임이 있어 참석을 하고..
시댁 큰형님을 모셔다 드리러 큰집엘 갔습니다.
저희 큰형님 그러니깐 제겐 큰동서형님이시죠..
나이도 저보다 20살 정도가 많으시니 시어머님이나 다름없는 분이십니다.
늘 그렇듯...
큰형님께서는 제게 주실 찹쌀보리와 야채들을 잔뜩 모아 두셨더군요.
그리곤 그걸 받아 차에 싣는데..
큰형님께서 저를 부르시더니..
냉장고에서 뭔가 묵직한걸 꺼내시더니 제게 주시는 겁니다..
그래서 이것이 무엇이냐고 여쭈니..
[개 앞다리] 라고 하시는 겁니다..+_+;;
순간 제손이 떨리었습니다..ㅠㅜ
안그래도 전 개를 무지 무서워 합니다..
그런데 신랑 끓여 주라며 제게 가장 맛잇는 부위로 주는거라며 주시는 겁니다..ㅠㅜ
순간적으로 그렇게 신경 써주시는 큰형님께
[저 이거 못 끓이는데요 형님 ㅠㅜ] 이럴수도 없엇습니다..
그래서 그 개고기를 들고 집으로 왔습니다.
오는 내내 신랑은 보신탕 먹을일이 즐거워 그러는지.. 싱글벙글..ㅠㅜ
저는 속으로 생각 했습니다..
[안되겠다....시골 친정엄마께 끓여 달래야지....ㅠㅜ...] 했지요..
그런데 그 생각도 수포로 돌아 갔습니다..
엄마가 2박3일로 계모임을 가신거지요 ...ㅠㅜ
그래서 다시 엄마가 돌아오시면 끓여야 겠구나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제 아침을 먹다 신랑이 대뜸 그러는 겁니다.
" 오늘 저녁에 먹게 낮에 보신탕좀 끓여 놔~~!!!.." 이러는 겁니다..ㅠㅜ
아~ 그래서..제가 어쩔수 없이..
" 저기....그거 나 안끓여 봤는데..끓일줄도 모르고 ...엄마한테 끓여 달래서 가지고 올께..."
이랫지요..
그런데 신랑은 더큰 목소리로..
" 아니 아줌마가 보신탕 요리도 못하면 그게 가정주부냐?..개고기가 어때서..그냥 고기려니 생각하고
요리하면 돼지~~그 고기 만지면 손이 어찌 된데?.....너 은근히 안어울리는 공주병 뭐 그런거 있지?.."
뭐 이런식으로 절 꾸짖는 겁니다..ㅠㅜ
아~ 순간 열도 받고 신경질이 나서..
" 아~~알앗어 알앗어~~!!...끓여주면 되잖어~~!! 대신 맛없다고 구박하기 없기..."
이렇게 대꾸를 하니..
" 이왕 끓일거 맛잇게 끓여야지...정성껏 끓이면 맛이 있을수 밖에 없는거야...또 정성이 들어가야
그걸 내가 먹어서 몸보신이 될거고....그리고..여자가 요리 못하면 그건......(뭐라궁 뭐라궁)....."
또 이렇게 바가지를 계속 긁어대는 겁니다..ㅠㅜ
아침식탁을 치우고..
종일 보신탕을 어찌 끓여야 하나 머리속에서만 맴돌고..
친정엄마께 여주어 보려고 해도 전화통화도 안되고..
친정언니한테 물어보니..언니도 끓여본적 없다고 하고..ㅠㅜ
그래서 할수 없이 최후의 수단으로 인터넷 검색을 한거죠..
철이 철이니 만큼 보신탕 검색하니 수두룩한 글들이 나오는 겁니다..+_+
그중에서 [보신탕 끓이는 법] 을 찾아서 메모를 하고 ..
어느정도 내용을 숙지 한다음...
앞치마를 다시 동여메고
냉동실에 잇는 개고기 앞다리는 꺼냇습니다..
포장지를 벗기니 개고기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겁니다..
제가 시골에서 자라서..
어렷을때 개잡는 모습을 다 봤거든요 ㅠㅜ
나중에 개털을 불에 태우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
전 그래서 솔직히 보신탕 냄새도 싫어 한답니다..
뭐 이왕 끓여 보기로 맘 먹엇으니..
그 냄새.....참아보기로 했습니다..
(실은 입안에 박하사탕 오물 거리며 했슴 ㅠㅜ)
그 개고기가 어느 정도 녹을때까지 재료준비를 시작 했습니다.
된장,생강.청주,마늘,들깨가루.토란대말린거,깻잎.부추,파,매운붉은고추..
인터넷검색으로 준비한 재료와는 조금 차이는 나지만 제 나름대로
넣으면 괜찬을 듯 싶어 준비한것도 더러 있엇습니다.
드뎌 개고기가 어느정도 녹자
큰 냄비에 넣고 맹물에 살짝 삶아 내어 불순물을 버렸습니다.
그리곤 본격적으로..
살짝 삶아진 개고기에 칼집을 내어 된장과 생강 청주를 넣고 2시간을 삶았더니..
처음 그 개고기의 특유한 역겨운 냄새가 서서히 사라지더군요.
그리곤 잘 삶아져 흐물거리는 개고기 덩어리를 건졌습니다.
개고기를 건져 도마위에서 또 잘게 그 고기를 자르고 잇으니
9살난 아들이 다가와서는
" 엄마 이건 무슨 고기야?..쇠고기 장조림 하려고?.." 이러는 겁니다..
" 아니야..이거 개고기야..." 했더니...아들 눈이 휘둥그래져서는
"개?...멍멍?..하는 그개 말하는 거야?.."
" 응..그 멍멍 개야..."
" 정말?....아니 멍멍이를 어떻게 이렇게 만들수가 잇어...엄마 너무 잔인해.."
이러면서 울상이 되는 겁니다..
" 아니..상현아...개고기도 돼지고기..쇠고기 처럼 먹을수 있는 고기야...근데..
자주 먹지 않는 고기일 뿐이야.."
하면서 정말 난처하게 대답을 해줬습니다..
아이는 곧바로 그 자리가 무서운지 자리를 피하더군요 ㅠㅜ
(엄마 야만인도 아냐..잔인하지도 않고..아들아..ㅠㅜ)
전 그 잘게 자른 고기를 다시 그 우려진 국물에 넣고..
마늘.고춧가루 .들깨와찹쌀을 갈을 국물, 그리고 토란대를 넣고 다시
1시간여를 끓였습니다..
양념을 하여 끓이니 제법 냄새도 괜찬게 나더군요..
(전혀 간을 보지 않고 요리해 보긴 첨엿습니다..ㅠㅜ)
그 요리를 하는 중에 신랑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다른때 같으면 전화도 거의 안하는 사람인데..
보신탕이 그리 궁금했나 봅니다...ㅠㅜ
" 끓였어?..이상하게 만든건 아니지?...거기에 고사리도 넣으면 좋데....."
" 고사리는 남자한테 안좋다고 해서 토란대 넣었어...." 이랫더니..
목소리가 바로 싱글벙글입니다....+_+
" 알았어...오늘 일찍 집에 갈꺼야..준비 해놔~~~..."
참내,...ㅠㅜ
보글보글 끓고 잇는 보신탕...마지막으로...매운고추를 다져 넣고..
깻잎을 썰어 넣었더니...정말 모양과 냄새는 기가 막혔습니다..
정말 신랑은 다른때보다 30분정도 빠르게 귀가를 했더군요~
저는 투박한 옹기에 잘 끓여진 보신탕을 담고 그 위에..
부추와 들깨가루 후추를 조금 얹어 신랑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 흐~~음~~..일단 냄새는 그럴싸 하네..." 하는 신랑이 은근히 얄미워 지는 겁니다.ㅠㅜ
국물을 떠서 맛을 보더니..
" 훔...수상헌디?...이거 중말 본인이 직접 끓인거 맞어?. 혹시 그 고기 가져다가
보신탕집 가서 바꿔 온거 아니냐?...첨 끓여 본담서?...."
안그래도 얄미워진 신랑이 그렇게 이야기 하니..
신랑 앞에 놓여진 보신탕 그릇을 도로 배앗고 싶은 심정 였답니다...ㅠㅜ
" 이거 왜그러셩~~!! 맛있으면 맛있다고 해~~~!!~"
이랬더니 그제서야 신랑은 웃으면서 맛잇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빠가 너무 맛잇게 먹는 것을 본 아들이...
" 아빠 맛잇어요?..그거 개고기인데요..아빠?..잔인해요ㅠㅜ?.." 하는 것입니다.
순간 신랑도 당황한 빛을 보이면서 그냥 웃음으로만 답변을 할뿐...
그런데 잠시후...
그 눈물 글썽 거리던 그 아들이 제게 다가 와서는..
" 엄마....그러면..나는 개고기는 주지 말구 국물만 조금 주세요..."
이러는 겁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얼마다 황당스럽던지..ㅎㅎ
그래서 제가..
" 잔인하다면서 어찌 먹으려고?.." 했더니..
" 그러니깐 난 고기는 안먹는다고 했잖아요....난 개고기는 안먹을꺼야..국물만 먹을꺼야..."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러면서 말이죠..ㅎㅎ
ㅎㅎㅎㅎㅎㅎㅎ
그 보신탕....
큰남자 작은 남자 둘이서 오손도손 오늘 아침도 한그릇 뚝딱 해치우면서
너무 든든하고 흐믓한 표정 짖더군요...ㅎㅎ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어떻게 그걸 끓였을까 의아한 생각도 들지만..
우리 이쁜신랑과 아들이 맛잇어 하고 좋아하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아~ 이참에...
보신탕집 하나 차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ㅎㅎ
마지막으로....한말씀만 더..ㅎㅎ
대한민국대표 토종 아줌마들 파이팅~!!!! *_*/ 아자아자~!
가족을 위해서라면 뭐든 한다~!!!!~
첫댓글 내 손으론 설겆이 밖에 못하는 채로 시집왔던..신혼 때가 생각나누만요..시집살이 하며..혹시 아줌마가 집에 다니러 간날은 하루종일 부엌에서 안절부절 못하던 시절..토종아줌양^^가화님..낭군은 행복한 양반이네요! 지금은 소고기 돼지고기 아무렇지도 않게 만지지만..혹 개고기 생으로 만지라 한다면..좀 꺼려질것 같긴 하다는...넣은 재료를 보니..제대로 끓였구만...ㅎㅎㅎ
ㅋㅋㅋㅋㅋ..다시 또 끓이라면...솔직히...자신없어요.ㅎ~ 근데 그 쪼매난 아들이 너무 맛있어해서..제가 좀 놀랐답니다..ㅎㅎ~바이올렛님도 끓여 보셨군요..ㅎㅎ..전 어릴적 그 모습이 안잊혀져서..ㅠ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애쓰셨네요~넘 맛있겠어요~ㅋ 여름에먹는 보신탕"몸에좋다니 먹긴먹는데 손수 요리를 못해서 남편에게 좀 미안해요~재료까지 일러주셨으니 저도 도전? 생각좀 해보구..아무래도 안되겟어요~~진솔한 가화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많이 부럽습니다~~^^*!!!
지금도 집에 시츄를 키우고 있지만 전 어린 시절부터 애완견을 키워온 탓에 아직도 개고기를 먹지 않는답니다.그래서 복날 사무실에서 보신탕 먹으러 가면 전 그들 옆에서계탕을 먹지요.그런데 먹는 모습들이 어찌 그리 신나고 개걸스럽던지.^^* 싫은 것도 마다하면서 보신탕을 끓이신 가화님의 낭군 사랑이 참 부럽네요.첨 보신탕을 끓인다 하면서도 요리하는 과정과 재료를 보니 역쉬 호남 여성들 음식솜씨는 타고 난 것 같군요.그 냄새가 여기까지 나는 것 같습니당.
저도 보신탕을 못먹는데요..그래도 우리나라사람들 보신탕 좋아하니 ..가화님같은분을위해서 개고기통조림 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사업구상도 해봤는데요 언제어디서나 간편하게 그리고 뚜껑개봉을하면 ..멍멍멜로디도 나오면 실감나겠져
우와~. ' 낭군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고 말리라' 님의 노력과 성의가 놀랍습니다.
저는 개띠입니다. 그래서 동족상잔의 비극을 원치 않아서 아직 한번도 보신탕을 먹어본 적이 없답니다. 그리고 어릴 때 저도 집에서 개를 키웠지요. 개가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그리고 얼마나 눈치가 빠르던지... 그런 개를 잡아먹는다는 것이 도저히... 그리고 명상을 하고 난 뒤부터는 육류보다는 채식을 더 좋아하게 되어 지금은 더욱 더 안먹지요. 그렇지만 사랑하는 낭군님을 위해서 그 싫어하는 멍멍탕도 끓이시는 가화님의 마음씨에는 따스한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
ㅎㅎㅎㅎ우리 사오모에는 남자덜은 아무도 못먹고..이쁜 여자덜만 보신탕을 먹는다는...ㅎㅎㅎㅎ 아마도 그거이..여자 피부에 그리 좋다니까..눈 질끈감고 먹어보질 않았을까..전 지난달에 울 엄니가 사주셔서 처음 먹어봤는데..장안에서 유명한 집이어선지..맛이 생각보다 괘안터라는...집에 포장해와서 애들한테 말 안하고 먹였더니..아주 국물째 말끔히 비우더군요..
그야말로 초심 아닌 초심으로 만들었으니 괜히 구미가 당기는데요!?
햐~~~(일단 꼴깍!!) 저도 직장다닐때 멋모르고 상사따라갔다 처음 먹었습니다.딱히 거부할 분위기도 아니어서 일단 먹었는데 생각보다 거부느낌이 없더군요.지금도 일부러 즐기지는 않지만 먹고 난 후의 심리적 포만감은 다른 음식에 비해 든든하던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