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수록 시인
윤금초 김영재 박영교
박기섭 박옥위 이지엽
염창권 장재 신양란
김숙희 공영해 정용국
박희정 최성아 홍준경
문수영 노영임 고나해
변현상 김춘기 배우식
천강래 장은수 문경선
정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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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정평림 의형님께/ 배우식
까만 공중 한가운데 백로가 날아가고 그 뒤를 무리지어 수백 편 그의 시조들 환하게 따라간다
하늘로 올라가서 백로의 하얀빛과 시조의 환한 그 빛 눈부신 별을 접어 스스로 빛을 내는 별 되어 별이 되어
무리지어 흘러가는 은하수 저 은하수 몹시도 아름다워 자꾸자꾸 바라보고 또 보고 또 바라본다
때로는,
젖은 눈으로 형의 세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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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짜쓰까잉/ 이지엽
사람은 긍께 십사리
믿는 게 아니다 그러잖았어
한 번 둘리고도 또 덥썩 믿냐
금년 여름 날씨할라 겁나게 더와
고치 농사 다 팔아봐야 칠십 만원인디 요거라도 보낸다
급할수록 끼니 거르지 말고 잘 챙겨 먹고 다녀라잉
영남이 등록금도 줘야하는디
쪼간 더 변통해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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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거처/ 염창권
아무래도 가뭇없는 아침이 흘러간다,
의도치 않게 비가 출출거리며,
이파리 밑 곳곳에 네 얼굴의 빗금 새긴다, 그 무량한 틈에 끼인 시간 또한 첩첩하다,
석면 차양을 문지르며 떨어지는 낙숫물, 가볍게 통통 튀지 못한 것들은 엉겨 붙은
시간과 함께 점액질이다, 감정의 사선이 겹겹으로 늘어서는
이리 못 견디는 날
홈 파인 바닥을 튕겨내는 하염없음,
그늘의 심장을 가진 구름 몇 장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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