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고령군농업기술센터(귀농인지원센터) '2020년 귀농귀촌이야기 '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경북 고령군 쌍림면 산주리
가죽 가공식품
귀농 10년차
꿈꾸고 이루고 나누는 참 기쁨
인터뷰 일정을 잡고 위치 파악을 위해 주소를 검색했더니
자꾸만 사찰 이름이 나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절 옆에 있나 보다' 하고 그러려니 했는데
인터뷰 당일 입구에 도착해도 사찰 건물만 보일 뿐
외관상 도저히 농가라고는 느껴지지 않아 신종윤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느 농가와 달리 언덕배기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쭈욱 올라와서 보이는 건물 뒤편으로 오세요"라는 안내를 받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발걸음을 옮겼더니
정원이 아름 답게 꾸며진 전원주택 한 채가 시선을 사로 잡았다
누가 봐도 살고 싶은 집
그곳에서 신종윤.권순혜 대표가 싱그러운 미소로 반겨주었다
어떤 계기로 귀농하셨나요?
솔직히 저희는 귀농이나 귀촌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았어요
여기 건물을 매입해 두었는데 잡초가 말썽이었죠
어쩔 수 없이 주중에는 부산에서 생활하고 주말마다 올라와 주변 정리를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차츰차츰 주객이 바뀌어 고령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고령군 농업기술센터와의 인연이 닿아
교육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농사 짓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됐네요
고령에 오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여기는 친구가 지내던 곳이에요
당시 저는 부산에서 시각디자인 전문회사를 운영 중이었는데
사업확장 개념으로 1년간 제주도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한 번은 친구가 "육지에 올라오면 놀러오라" 한 게 생각이나
시댁과도 거리가 가까워 들렀는데 너무 마음에 드는 거예요
마을도 조용하고 예전 법당 자리였다고 하니
공기도, 경치도 두말 할 게 없었죠
대부분 사찰이 풍경 좋은 명당에 터를 잡잖아요
그때부터 한번, 두번 방문하다가 인수 받게 됐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머무르게 될 줄은 몰랐어요
어떤 집이든 제가 잠시 살던 곳도 내놓으면 잘 팔렸거든요
이 집도 그럴 줄 알았는데 그렇질 않은 거예요
다른 사람에게 떠넘길수 없는 노릇이고 정착하기로 마음 먹었죠
다시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인연입니다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아요"
여유가 생긴 게 가장 좋아요
계절의 변화도 느낄 수 있고
커피잔 들고 명상하는 시간이 그렇게 행복 할 수 없어요
현재 직접 가죽을 재배해 다양한 가공식품을 생산중입니다
작물은 어떻게 선정하셨는지
어떤 제품이 있는지 알려주세요
처음부터 가죽을 선택한 건 아니에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본격적으로 거주하기 전
잡초로 인해 꽤나 고생을 했는데 무화과를 심으면 도움이 된다는거예요
그 이야기를 듣고 약 3,300m2에 무화과를 심었죠
아니나다를까 어떤 작물이든 주인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잖아요
부산을 오가며 방치했더니 몽땅 죽어버렸죠
당연한 결과였지만 정보가 부족했던 점에 아쉽고 속상했지요
그 후 왕토란과 고사리를 거쳐 최종으로 가죽을 선택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어요
신랑이 좋아하니 팔리지 않으면 우리가 먹는다는 심산
OEM / ODM 시스템으로 장아찌, 자반, 영양스낵으로 가동해 출시하고 있습니다
생각 외로 가죽에 대한 향수를 가진 고객들이 꾸준히 찾아주어 감사할 따름이죠
그 외에 조미료 세트, 딸기칩, 귤칩도 판매하고 있는데
20~30대 젊은 주부들에게 인기가 좋아요
꼭 해보고 싶은게 있다고 들었습니다
자가 가공공장을 갖추고 싶어요
몇 해 전 농촌체험 휴양마을을 운영하면서 맥주체험을 진행했는데
수제맥주 매력에 취해 견학을 많이 다녔어요
멀리는 일본에도 다녀왔죠
그랬더니 맥주 제조공장 설립에 대한 꿈이 생기다라고요
하지만 비용도 비용이고
주세법부터 갖춰야 할 조건들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님을 알게 되었죠
그래도 맥주 안주에 안성맞춤이 가죽부각을 탄생시킨 귀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 후 우리제품을 자가 생산하고 싶다는 바람을 품게 되었습니다
모든 상품을 주문제작으로 진행하고 있으니 원하는 시기에 맞출 수 없다는 단점이 있거든요
물론 자가 생산을 하게 되면 위생과 관련해 책임져야 할 부분이 생기겠지만,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랍니다
작목반과 함께 설립하려는 시도도 해봤지만
설립 비용, 판로 개척등의 고민으로 진행이 쉽지 않더라고요
그럼에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니
자가 공장을 운영하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예고에 없던 귀농생활이 되었는데,
가장 큰 변화로 어떤 것이 있을 까요?
뭐니뭐니 해도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이죠
도시생활에서 느끼지 못했던 계절의 변화도 눈에 보이고,
걸음걸이도 차분해졌고요 커피 향기에 취해 명상하는 그 시간이 얼마나 달콤한지 몰라요
그래서 누구나 저희집에 와서 일상의 쉼표를 즐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북카페도 마련한 것이랍니다
이렇게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이웃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특히 남편은 이장이기도 하면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을 맡고 있어
복지사각지대를 찾아 지원하고, 새마을문고, 자율방범대원 등 여러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마 농장에 있는 시간보다 이 집 저 집 다니며 나누고 다니는 시간이 더 많을 거예요.(웃음)
저는 잠시 경로당 행복도우미로 활동한 적이 있는데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름대로 악기, 그림, 캘리그라피 등을 배우며 어르신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랍니다
그 모든 과정이 즐겁고 많은 분과 나눌 수 있으니 이런 행복을 또 어디서 맛볼 수 있겠어요
지금 이 순간 귀농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
전하고픈 한 마디가 있다면요
귀농 전 많은 성공담과 실패담을 들어보고 선택하라고 하고 싶어요
매스컴이 전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상황만 펼쳐지는것은 아니니까요
귀농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하더라도 경험 없이 덤벼드는 건 말리고 싶습니다
저희처럼 주중에는 일상생활을 하고 주말에 농촌생활을 해보는 귀촌도 좋고
각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농촌 한 달 살기'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미리 체험해 보는 것도 좋지요
그 후에 판단하는 것도 늦지 않아요
또 귀농귀촌인의 안정적인 초기 정착을 위해 국가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이 준비되어 있는데
여기에 기대지 마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어요
그 역시 빚이니 자칫하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거든요
갖고 있는 자본금을 최대한 활용한 다음 도움을 받는다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끝으로 한 가지 더 당부하자면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아야지 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도시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농촌은 그야말로 더불어 사는 삶이에요
직접 겪어보니 그래요
함께 공유하고 어우러질 수 있을 때
비로소 농경생활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 염두에 두면 좋겠습니다.
고령군농업기술센터
귀농귀촌상담실
054-950-7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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