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정보 처리 중에서 우리 아이들이 가장 많이 문제를 보이는 거의 공통사항이 바로 주변시각을 잘 쓰지 못하는 것입니다. 지나친 앞면주시와 통상적으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세밀한 것까지 보는 반면,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내 시야에 잡히게 되는 주변시각 가동은 잘 하지 못하기에 작고 세밀한 것에만 집착하게 됩니다.
실제로 우리 눈을 보면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180도 시야를 갖게 되는데 안구동작이 원활하지 않으면 않을수록 시야의 각도가 좁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면 중심시각이라고 해서 정면을 보는 각도는 고작 18도 정도(중심시각)이며 점차 옆으로 확대되어 가면서 주변시각(Peripheral Vision)을 같이 병행하게 되어 있습니다.
주변시각이 발달해야 동작성도 좋아지고 눈칫발도 좋아지며 길눈도 밝아집니다. 주변시각 가동이 떨어지면 눈치발이 약하기도 하지만 길눈도 어둡고 심리적으로 자주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주변시각 가동이 어려운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보통 우리 눈에 잡히지 않는 세밀하고 쓸데없는 부분에 집착하는데요, 많은 아이들이 제 얼굴을 보면 입가근처 돌출된 뽀루지같은 점에만 집중합니다. 전체보기보다 특정 한 곳에 집착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과도한 중심시각만 쓰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바로 스티커 집착입니다. 태균이도 어렸을 때 스티커에 너무 집착해서 이를 대체하기 위해 당시에 서점에 나와있던 스티커북은 거의다 사다가 섭렵한 것 같습니다.
스티커 자체에 집착하기도 하지만 물건에 붙어있는 스티커도 눈에 보이는대로 모두 떼내는 경우도 많고 더 나아가서 제품들(특히 식품들)에 붙어있는 제품안내 라벨 같은 것도 다 떼내기도 합니다. 작년에 여름 4주 돌보아주었던 아이 하나는 간장이나 식용유 등에 둘러진 비닐 라벨지에 엄청 집착하고 반드시 벗겨내서 내내 가지고 놀기도 했습니다. 그 아이가 있는 동안 모든 제품의 안내 라벨지가 다 벗겨져서 간장인지 액젓인지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완이때문에 침대커버도 자주 빨아야하니 커버를 벗겨낸 매트리스에는 브랜드명과 자신들의 브랜드를 소개하는 광고문구같은 것이 붙어있습니다. 꽤 강한 접착제로 붙여 놓았을텐데도 완이가 그걸 모두 떼냈습니다. 펜션에 수많은 손님들이 다녀갔겠지만 이런 걸 매트리스에서 떼어내는 사람들은 우리 아이들 밖에 없을 겁니다.
스티커를 제거하는 것을 넘어, 벽지를 죄다 뜯어놓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벽지 이음새 끝이 접착력을 잃고 벽에서 살짝 떨어져나오면 그걸 발견하고는 그걸 기화로 조금씩조금씩 벽지를 뜯기 시작합니다. 뜯겨진 벽지 끝에는 또 떨어진 부분이 남을테고 그러면 그걸 다시 뜯어내고, 이렇게 결국 한 쪽 벽의 벽지는 흉하게 사라집니다. 실지로 우리집에서 기숙했던 아이가 했던 행동이기도 합니다.
사실 스티커를 활용한 책자들은 좋은 게 많은데요, 떼어내는데만 기를 쓸 뿐, 의미있는 작업이 되려면 눈-손 협응이 되어야 하기에, 그게 안되니 대체해 줄 방법도 막연합니다. 그래도 내일 다양한 스티커하고 스티커책을 사다 한번 시도해 보아야 되겠습니다. 침대매트리스에 붙어있던 것도 떼내니 뭐든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댓글 그림이와 겹치는 부분도 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