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 죄는 다 드러납니다
최광희 목사
지난 2월 25일 대통령실은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의 사의를 수락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순신 변호사를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한 지 단 하루만의 일이다. 정씨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것에 관하여 <한겨레> 등이 처음 문제 삼은 것은 ‘또 검사 출신이냐’라는 것이었다. 이처럼 검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정 변호사를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하는 것을 두고 역시 검찰 공화국이라는 비난이 일었지만, 막상 정 본부장이 사의를 표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 때문이었다.
2017년 강원도의 한 명문 자립형사립고에서 정씨의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졌을 때 당시 변호사 신분이었던 정씨가 이를 무마하려고 무리하게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정씨는 아들이 학교폭력 문제로 전학 처분 내용이 담긴 재심 결정을 받고 강원도 학교폭력대책 지역위원회 측에 “재심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국민들은 어떤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무엇을 하든지 그것까지 간섭할 마음은 없지만 그랬던 사람이 국가수사본부장에 오르는 것을 보고 있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결국, 5년 전에 있었던 사적인 문제가 대통령에게까지 부담을 주는 국가적인 문제로 부상하여 망신을 당하고 끝이 난 것이다.
3월 3일에는 도덕성 문제로 논란이 됐던 가수 황영웅이 출연 중이던 경연프로그램 <불타는트롯맨>에서 하차를 선언했다. TV조선의 트롯 경연프로그램 <미스트트롯>에서 비롯한 트롯 열풍에 맞춰 MBN도 트롯 경연프로그램을 통해 흥행을 주도해보려고 했는데 여기에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었던 인물이 바로 가수 황영웅이었다. 게다가 황영웅은 <미스트트롯>의 임영웅과 이름까지 같아서 과연 새로운 ‘영웅’이 탄생할 것인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황영웅의 이름이 부각되면서 그의 과거 행적 역시 부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2016년 술자리에서 지인을 폭행해 벌금 50만 원의 처분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덕성 문제가 처음 제기됐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이후 황영웅의 학교폭력과 데이트 폭력 의혹이 SNS를 중심으로 연이어 쏟아져나왔다. 그런 압박을 견디지 못한 황영웅은 결국, 지난 시절의 과오를 사과하며 경연프로그램 하차를 선언하게 되었다.
SNS가 매우 발달한 이 시대에 과거의 비밀이란 허용되지 않는다. 연예인이건 정치인이건 과거의 잘못된 행동이 묻힐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이다. 설령 자신이 한 말과 행동을 자기는 잊어버렸어도 그 일로 피해를 본 사람은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으며 온 세상이 모를 것 같은 일도 네티즌들이 다 밝혀내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어떤 연예인은 학교폭력이나 논문 표절 등의 문제가 불거져서 대중 앞에서 사라지는가 하면 어떤 정치인은 과거 발언이 자신의 현재 모습을 지적하고 정죄하기도 한다. 한 예로 한때 유행하던 “조적조”라는 말이 있는데 조국 전 장관의 과거 발언들이 현재의 모습과 충돌한다는 의미로 등장한 표현이었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과거 자신의 부끄러운 언행이 감추어지기를 원한다. 사실 지금보다 미숙할 때 부끄러운 언행이 없는 이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것이 다 밝혀진다면 목사 노릇, 남편 노릇, 아버지 노릇 등 한 가지도 얼굴 들고 감당할 수가 없다. 그야말로 ‘좀 봐 주기를’ 바랄 뿐이다.
사람들 앞에서 과거 행적이 밝혀지는 것도 낯 뜨겁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도 큰 문제이지만, 그보다 훨씬 심각한 일은 주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에 각자의 행위가 낱낱이 기록된 책이 펼쳐지는 일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자기 행위를 따라 그 책들에 기록된 대로 심판을 받는 일이다. 그 심판의 결과는 지켜볼 필요도 없이 불못에서 영원이 형벌받는 것이다.
그런데 단 한 가지 희망이 있다. 생명책에 이름이 기록된 사람은 행위 책 대신에 생명책을 통해 형벌을 면제받는 것이다. 왜냐하면, 심판관이신 예수님이 이전에 이루신 십자가와 부활 공로로 죄인의 모든 죄를 다 해결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윗은 허물의 사함을 받고 그 행위가 가려진 사람은 복이 있다고 한 것이다. 과거 행적으로 부끄러움을 당하고 힘들게 이룬 모든 것을 한방에 잃어버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의 죄와 허물을 깨끗이 해결해주신 예수님의 은혜가 더욱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