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되면 폐교가능성까지 거론 형평성논란 가열…자립형은 되고 자율형은 안 돼?
전국 선호도 1위의 전국단위 자사고 용인외고가 문 닫을지 모를 지경에 빠지면서 형평의 논란에서부터 졸속비난까지 교육부에 대한 비난이 증폭되고 있다. 13일 교육부가 발표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시안)’에 따르면 평준화 지역의 자사고는 현 중2가 고교에 진학하는 2015학년부터 ‘성적에 관계 없는 선지원 후추첨’의 후기 전형방식을 따르게 된다. 2017년까지 완료될 고교무상교육의 시대에 단지 ‘비싼 일반고’로 전락하는 셈이다. 문제는 현재 전국단위 자사고로 선발권을 유지하는 것으로 분류된 용인외고와 북일고 역시 같은 처지에 놓였다는 사실. 경기용인은 2015학년부터 평준화 지역으로 전환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 때문이다. 북일고 역시 비슷한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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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9월 여론수렴이 이뤄지는 경기용인의 평준화 여부는 용인외고의 존립의 향방을 가르게 될 전망이다. 전국단위 자사고임에도 평준화 지역으로 분류될 경우 2015학년부터 ‘성적에 관계 없이 후기에 선지원 후추첨’으로 전형을 치러야 하는 용인외고는 무엇보다 학교 배후지에 중학생 수가 현저히 적다는 결정적 문제를 안고 있다. /사진 = 베리타스알파DB |
졸속과 꼼수의혹받는 발표과정
[베리타스알파 = 김경숙 기자] 뒤늦게 드러난 용인외고와 북일고의 케이스는 교육부의 13일 발표과정부터 졸속이거나 꼼수라는 의혹을 사게 한다.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서 두 학교가 비평준화 지역학교로서 선발권을 유지할 것처럼 밝혔지만 첨부한 참고자료에서 단 한 줄 ‘비평준화지역에서 평준화지역으로 전환되는 경우, 일정 유예기간 부여’라는 문구를 넣었다. 결국 보도자료만 보고 기사를 쓴 대부분의 언론들에게 결과적으로 사실을 축소 은폐토록 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축소 은폐 주장의 전말은 이렇다. 교육부는 보도자료에서 비평준화지역에 소재하는 5개 자사고는 종전같이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고 했다. 5개교는 하늘고 용인외고 북일고 김천고 그리고 개교예정인 은성고를 말한다. 이와 함께 구 자립형 사립고 6개교는 기존 학생 선발권을 인정한다고 해서 대부분의 언론에 전국단위 자사고 10곳과 은성고 등 11개교가 학생선발권을 갖는 것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보도자료와 함께 배포된 참고자료에는 전혀 다른 내용이 실려 있었다. 평준화지역 자사고에 대한 해석이다. 참고자료에는 비평준화지역에서 평준화지역으로 전환되는 경우, 일정 유예기간 부여라고 명시돼 있었다. 이미 평준화지역이라면 이론의 여지가 없겠지만 경기용인 충남천안 지역은 올해 주민투표를 통해 평준화전환을 위한 과정을 밟고 있는 상태. 유예 기간을 일부 주겠지만 용인외고와 북일고는 평준화된다면 학생선발권을 박탈당한다는 얘기가 된다.
용인과 북일, ‘평준화 될 텐데 어쩌나’
특히 용인의 평준화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용인외고의 배후지 특성상 중학생 수가 부족해 폐교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아직 유예기간에 대한 방침도 정해진 것이 없어 당장 올해 신입생 모집에 들어가야 하는 두 학교는 말 그대로 ‘멘붕’ 상태다. 한 관계자는 “언론보도에는 광역단위 자사고만 선발권이 없어지는 것처럼 알려져 있어 속앓이 중이다. 교육부에선 아직 유예기간을 얼마를 줄지도 모른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밝혔다. 이미 경기용인은 주민투표를 붙여 평준화로 가닥을 잡은 상황이다. 중학생이 대거 참여한 투표로 물의를 빚기도 했지만 도교육청은 9월 조례개정안의 법제 심의 이후 10월 조례안을 상정한 뒤 내년 1월 학교군 설정, 이를 고시한다는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2015학년 고입전형 기본계획은 법적 절차를 마친 후인 내년 3월 공고한다. 절차상의 과정은 남아있는 상태지만, 도교육청 핵심관계자가 “사실상 평준화가 확정된 것”이라 말할 정도로 재고의 여지가 없는 상황. 충남천안도 마찬가지. 용인과 마찬가지로 올 가을 주민투표를 통해 평준화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국민정서상 투표에 부치면 평준화가 이뤄질 것이란 가닥아래 지역의 북일고 역시 13일 교육부 발표 이후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자립형사립고로 출발한 게 아니어서 선발권에 치명타를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형평성의 논란 …‘자립형사립고 기득권’이 뭐기에?
사실 용인지역의 평준화의 구체적 계획이 나온 지난 7월말만 해도 용인외고는 크게 동요되지 않았다. 올 가을 투표를 앞두고 있는 북일고도 마찬가지였다. 전국단위 자사고로의 지위를 유지해갈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단위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는 자사고들은 학생납입금의 20%를 재단전입금으로 출연하고 있다. 납입금의 5%만 출연해도 되는 광역단위, 3%만 출연해도 되는 도단위(경기도만 5%)가 아닌 전국단위 20%를 출연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바로 선발권이다. 전국단위 자사고의 재단전입금 수준은 30학급 기준 연 20억원 수준이다. 도단위와 광역단위가 각 3억, 5~6억 부담하는 데 비해 용인외고와 북일고는 막대한 재단재정지원을 매년 쏟아 부은 노력은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를 품고 있었다.
문제는 교육부가 ‘자립형사립고의 기득권’을 인정하고 나선 데서 출발한다. 자립형사립고는 평준화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01년(김대중 정부) 도입됐다. 평준화 정책으로 공교육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사교육이 팽창하자 정부는 공교육 살리기의 일환으로 자립형사립고라는 학교유형을 만들어 지정했다.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않는 대신 교과과정 운영 및 학생과 교사의 선발, 교육비 책정에 있어서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파격 조건이었다. 물론 학생납입금의 25%를 재단전입금으로 매년 출연해야 한 탓에 재정자립이 관건이었지만 민사고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가 2002학년, 상산고 현대청운고 해운대고가 2003학년에 자립형사립고로 전환해 괄목한 교육성과를 내며 전국명문으로 크게 부상했고, 하나금융그룹이 2010학년 서울시와 협의아래 서울유일의 자립형사립고인 하나고를 세워 파란을 일으켰다.
‘자립형사립고의 기득권’이라는 개념이 떠오른 건 2010년이다. 새로운 학교유형인 자율형사립고가 대거 등장하고, 자립형사립고 시범운영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자립형사립고들이 모두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됐다. 자립형사립고들의 반발은 컸다. 자율형사립고는 사학재단의 자율성을 확보해준다는 명목아래 생겼지만 사실상 자율의 깃발만 달았을 뿐 자율적인 측면을 찾긴 힘들었다. 정부간섭 없이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학생납입금을 일반고의 3배까지 받을 수 있게 했지만, 정부는 재정지원을 아예 끊었고 학생선발은 지역 내 ‘내신 50% 이내’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첨전형을 치르는 절름발이 정책이어서 자율형사립고의 순탄치 않을 앞날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일부 영세사학의 경우 학생납입금만으로 학교를 운영해야 했던 터라 자율형사립고 전환 이후에도 별로 바뀔 것 없는 상황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외면 받으면서 신입생 유치가 힘들어졌다. 결국 납입금마저 줄어들고 학교운영 부실로 이어질 운명에 처할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실제로 서울의 동양고 용문고와 광주의 보문고가 신입생 미달사태를 겪다 스스로 신청해 지정취소된 상태이고, 얼마 전 부산의 동래여고가 재정난을 못 이기고 자율형사립고 지정취소 신청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예견되는 가운데 기존의 자립형사립고들은 명칭상 같은 자율형사립고로 주저앉는 데 대한 불만이 클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 선발권마저 축소됐다. 2010학년부터 자사고 특목고가 모두 ‘서류-면접’으로 통하는 자기주도학습전형만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게 되면서 그간 학교별 고유 선발권은 박탈당하게 된다. 반발은 더욱 거셌다. 결국 정부가 ‘자립형사립고의 기득권’을 인정해준다는 차원에서 재단전입금을 기존 25%에서 20%로 낮춰주고, 광역단위와 분리시켜 이들 자립형사립고에만 전국단위 모집의 권한을 유지해주는 걸로 명칭통일이 일단락된다. 이 과정에서 부산의 해운대고가 재정난을 이유로 재단전입금 5%인 광역단위 자사고로 전환했고, 재정적으로 여유 있던 북일고가 2010학년에 전국단위 자율형사립고로 전환, 김천고가 2010학년 광역단위 자율형사립고 전환에 이어 2011학년에 전국단위 자율형사립고로 전환, 용인외고가 2011학년 전국단위 자율형사립고로 전환,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세운 하늘고가 전국단위 자율형사립고로서 2011년 개교했다.
하나 상산은 되고 용인과 북일은 안 된다?
2010년을 기점으로 학교유형이 바뀌고 전환과 개교가 여러 차례 이뤄진 것을 배경으로 이번 교육부 정책상의 문제가 지적된다. 바로 자립형사립고로 개교했느냐 아니면 자율형사립고로 개교 혹은 전환했느냐, 또는 평준화 지역이냐 비평준화 지역이냐의 배경에 따른 일종의 ‘차별’ 정책 탓이다.
자립형사립고는 특혜를 받았다 볼 수 있다. 이번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평준화 지역의 전국단위 자사고는 광역자사고와 마찬가지로 2015학년부터 ‘성적에 상관 없이 선지원 후추첨’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해야 한다. 다만 자립형사립고 멤버들은 평준화이든 비평준화이든 지역특성에 상관 없이 기존 선발권을 유지하게 된다. ‘기득권’의 부활인 셈이다. 민족사관고(강원횡성) 광양제철고(전남광양) 김천고(경북김천)는 비평준화지역에 속해있어 논란을 피해가지만, 하나고(서울) 현대청운고(울산동구) 상산고(전북전주) 포항제철고(경북포항)는 평준화지역의 자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자립형사립고의 기득권을 인정 받아 기존 선발권을 유지하게 된다. 광역자사고와 달리 사회적배려대상자를 정원의 20% 선발해야 하는 조건은 있지만, 선발권 유지자체가 학교존립의 강한 근거로 작용한다. 특히 하나고는 후발 자율형사립고들에 비해 간발의 차이로 자립형사립고로 개교한 덕을 봤다. 자율형사립고로 출발했기 때문에 안 되는 용인외고와 북일고의 전환시기는 2010년, 하나고가 자립형사립고로 지정받은 것은 2010년 개교 직전인 2009년이다.
지역에 따른 차별 문제도 제기된다. 자율형사립고로 개교했지만 하늘고의 경우 소재지인 영종도가 비평준화지역이어서 문제를 피해간다. 2014학년 자율형사립고로 개교할 삼성의 은성고 역시 학교가 세워지는 충남아산이 비평준화지역이라 선발권을 유지한다. 하지만 평준화지역으로 예고된 용인외고와 북일고만이 전국단위 자사고 타이틀을 내려놓고 지역 내 학생 중에서 성적과 관계없이 선지원 후추첨 전형을 도입하라는 것이다. 정교하지 않은 교육부의 발표는 각 학교는 물론 학생 학부모들이 분개할 여지까지 남긴다. 비평준화에서 평준화로 전환될 경우 유예기간을 준다고는 하지만, 얼마의 기간인지 적시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한 교육부 관계자는 “견디다 보면 정권 바뀌고 또 다른 상황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무책임한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 상황에 특히 용인외고는 난감하다. 배후지 특성상 중학생 수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1곳 있는 인근의 일반고 역시 매년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집 잘 지어놓은 용인외고에 학생 들이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 될 지경이다. 한 교육관계자의 말마따나 “집수리 다 하고 잘 살아보려 하는데 집주인이 방 빼라 하는 격”인 셈이다. 현재 용인외고는 형평에 맞지 않은 교육부의 방침에 항의 공문을 내고 절차를 밟아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용인외고와 북일고가 전국단위 자사고로 서기 위해 쏟아 부은 노력은 이만저만 아니다. 용인외고는 용인시의 지원이긴 하지만 500억원의 지원에 외대의 부지제공으로 설립된 학교다. 현재 열람실 신축을 위해 52억원이 투자됐다. 북일고 역시 기숙사 등의 증축에 280억원을 투자했고, 지난해의 경우 재단전입금으로 50억원 가량이 투입됐다. 향후 종합관과 체육관 신축으로 210억원의 투자계획도 있다. 특히 이 두 학교의 성과는 괄목할만하다. 용인외고는 고교선호도 조사에서 전국1위에 오르고 입시경쟁률 역시 전국단위 자사고 중 최고로 꼽히는 명문이다. 북일고 역시 단 25명의 국제과 첫 졸업생이 총 100여 곳의 대학에 합격통보를 받은 아이비리그 진학명문으로 떠오른 상태. 공교롭게도 용인외고와 북일고는 지난해 9월 교육부가 발표한 ‘자율고 특성화프로그램 운영지원 계획’에서 심사에 참여한 전국 50개 자사고 가운데 특성화프로그램이 가장 우수한 전국단위 자사고로 꼽힌 바 있다.
한 관계자는 “자립형사립고들이 갖는 기득권이라는 게 무엇인지 의문”이라며 “유명 자사고들이 유명해진 이유는 실적이 좋았기 때문이고, 이는 교육과정의 자율성은 물론 학생 선발권에서 출발하는 사안이라 자사고들에게 선발권은 매우 큰 의미인데 몇 년 일찍 시작했다고 인정해주고, 후발주자라고 인정해주지 않는 건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학교가 흔들리면 가장 큰 피해는 결국 학생이 입는다”며 “자사고 지정취소된 보문고의 경우 1년 만에 전학간 학생들이 270여 명에 이른 상황을 재현하려 하느냐”고 우려했다.
자사고 선발권 박탈하면 일반고 살아날까
이번 교육부 발표에 본질적 의문도 제기된다. 자율형사립고의 선발권을 박탈함으로써 전국단위 자사고의 최상위권이든 광역단위 자사고의 상위50%의 학생들이 일반고로 갈 것인가 하는 문제와 일반고에 몇 명의 우수학생을 온다고 해서 일반고의 교육역량이 키워질 것인가 하는 회의다. 업계 한 전문가는 “본질적으로 보면 일반고의 문제는 대학을 너무 많이 가는 사회시스템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평준화 정책 이후 일반고의 문제는 구조화된 측면이 있다. 대학이 많아지면서 대졸자들은 늘어나고 늘어난 대졸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 청년실업은 양산된는 측면이 크다. 직업교육을 가기 위한 트랙도 상위권으로 맞춰져 있다.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도 내신 10% 안팎의 상위권이 가는 시대다. 중하위권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지 상위권 죽이기로 단순하게 정리하는 방식은 너무 안일하고 졸속”이라고 비판했다.
어설픈 자사고 죽이기는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립형사립고는 물론 자율형사립고의 체제도 ‘공교육 강화’를 목표로 출발한 학교유형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단위 자사고들은 대기업은 물론 영세사학까지도 사립재단이 정부지원 없이 자립해 교육과정을 탄탄히 운영, 성과를 냄으로써 사교육으로 빠져나가던 학생들을 흡수, 공교육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겨왔다. 전국단위로 모집하는 특성상 기숙형학교로 운영하며 학교 안에서 모든 교육과정을 소화할 수 있도록 체제를 갖추는 데 막대한 투자를 이뤘으며 ‘귀족학교’라는 비난 속에서도 크게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로 살아 남았다. 이번 조치로 선발권을 박탈당하면 우수학생 유치에 난항을 겪게 될 것이고, 결국 학교유지가 힘들어진다는 건 이미 광역자사고 사례에서 알 수 있다. 평준화지역의 광역자사고 명문인 안산동산고와 해운대고 역시 성적 관계 없는 100% 추첨으로 전락한 선발권 박탈로 위기를 맞은 상태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자사고가 공교육 역량을 키우는 데 기여한 바가 많다. 특히 전국단위 자사고들은 모두 기숙형학교로 운영되며 사교육을 차단시킨 효과가 있었다. 그 사이 주춤했던 사교육시장이 이번 교육부 발표로 활황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우려했다.
이번 발표엔 대기업 자사고에 대한 차별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대기업이 세운 자사고들은 기회균등전형 학생에 대한 수익자부담경비를 전액 지원해야 한다. 수학여행 기숙사비 등이 포함되며, 하나고 현대청운고 광양제철고 포항제철고 하늘고 은성고에 해당한다. 30학급 기준 한 해 6억~7억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 관계자는 “이들 학교에 정부지원은 단 한 푼도 없었다”며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는 인정하지만, 여론에 밀려 이를 제도적으로 강제하며 손 안 대고 코 푸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이들 대기업 자사고들은 탄탄한 재정을 바탕으로 많진 않지만 임직원 자녀 외 일반학생들에게도 수준 높은 교육프로그램을 제공, 교육실적을 내고 있다”며 “포철고와 광철고는 기업기반의 지역특성 상 임직원자녀 쿼터가 높지만, 하나고 현대청운고 하늘고는 일반학생들에 크게 문을 열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사회적 공헌이 크다”고 덧붙였다. 북일고의 경우 한화가 세운 학교로 전폭지원하고 있지만 임직원전형을 아예 운영하지 않고 일반학생들에게 100% 문을 연 자사고이기도 하다.
이번 교육부 발표에 ‘과고/영재학교’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한 교육관계자는 “과고와 과학영재학교에는 손 하나 대지 않고 ‘자사고 죽이기’로 흐르는 방침이 이해가 안 된다”며 “외고 국제고가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감사까지 받고 언제든 지정취소가 가능하게 되는 등 곤혹을 치르고 있는데 의치한 진학으로 이름 높은 일부 과고와 영재학교엔 왜 침묵으로 일관하는가, 그 동안 의치한 진학 상당부분을 담당해온 자사고들을 무력화시키면 결국 서울권 과고와 영재학교가 어떤 진학결과를 낼 것인지는 자명하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영재학교는 미래부, 과고는 교육부 식으로 부처 소관상의 문제 때문에 손을 못 대는 상황일 수도 있고, 비교적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되는 대부분의 지방과고의 존재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이 묻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국 자사고 교장들은 지난 21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교육부가 13일 내놓은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시안)’은 ‘일반고 살리기’라는 대의를 내세우지만 내막은 철저히 ‘자사고 죽이기’ 방안”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이를 무효화하기 위한 공동대응을 결의했다. 연합회는 회의 후 내놓은 성명에서 “자사고 무력화 정책을 즉각 철폐하고 학부모 및 학생의 학교 선택과 보장과 교육의 수월성 향상을 위해 자사고뿐 아니라 모든 학교의 학생선발권을 확대하라”고 강조했다. 회의에는 전국의 평준화지역 자사고 39개교와 비평준화지역 자사고 1개교 등 40개교 자사고 교장이 참석했다.
13일 발표된 교육부의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시안)’은 광역단위 자사고 체제를 폐지하겠다는 얘기나 다름 없는 것이었다. 이미 ‘내신상위 50% 이내에서 추첨’이라는 반토막 선발권과 고교무상교육에서 제외된 것은 물론 영훈국제중의 비리 사태 때문에 교육청 및 감사원 감사로 들쑤셔졌던 자사고였다. 여기에 일반고의 부실한 교육역량을 키우는 데 엉뚱하게도 자사고의 선발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불똥이 튄 것. 평준화지역의 광역단위 자사고들은 현 중2들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5학년부터 ‘내신상위 50% 이내’라는 조건을 내리고 성적에 상관없이 ‘선지원 후추첨’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다. 사실상 선발권이 없어지는, ‘비싼 일반고’로 전락한 셈. 해당학교는 서울 24교, 부산 2교, 대구 4교, 광주 2교, 대전 3교, 울산 1교, 경기 1교, 전북 2교다.
이 자리에서도 형평성의 문제는 제기됐다. 자립형사립고로 지정됐던 자사고에만 선발권을 유지시킨 데 대해 전국 자사고 교장 협의회장인 서울 중동고 김병민 교장은 “자사고의 선발권을 박탈하면 일반고 상황이 나아지리라는 근거가 궁금하다”며 “학생선발권 외에 다른 자율권 확대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 평준화지역 자사고만 선발권을 박탈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일반고 교육역량을 끌어올린다는 목적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서울 한가람고 백성호 교장은 “올해 서울지역 23개 자사고의 입학생이 6621명이었고 225개 일반고로 나눠 배정한다면 학교당 29.4명, 학급당 2~3명에 불과하다”며 “2~3명의 학생이 일반고로 가면 일반고의 교육력이 올라가는 것인가”라 반문했다.
자사고 죽이기로 일관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배재고 김용복 교장은 “공교육이 무너진 것은 오래된 일인데 마치 자사고가 공교육을 무너뜨린 주범인 양 몰아가는 건 어른답지 못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정권마다 바뀌는 교육정책에도 지적이 일었다. 서울 우신고 김갑중 교장은 “정부가 처음에 일반고 붕괴를 막고자 자사고를 만들었다가 이제는 자사고 때문에 일반고가 위기라며 자사고를 없애려 한다”며 비판했고, 군산 중앙고 김복규 교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익산 남성고 박영달 교장은 “정부는 일관된 정책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고 형평성을 지켜서 모든 자사고가 교육발전을 위해 함께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 자율형사립고 운영 현황(‘13.3 현재) |
*자료=교육부 |
시도명 |
소재지 |
학교명 |
구분 |
지정시기 |
운영시기 |
서울(25교) |
동대문구 |
경희고 |
평준화 |
2009 |
2010 |
종로구 |
동성고 |
강동구 |
배재고 |
서초구 |
세화고 |
마포구 |
숭문고 |
강북구 |
신일고 |
구로구 |
우신고 |
서대문구 |
이대부고 |
중 구 |
이화여고 |
강남구 |
중동고 |
종로구 |
중앙고 |
양천구 |
한가람고 |
성동구 |
한양부고 |
동작구 |
경문고 |
2009 |
2011 |
동대문구 |
대광고 |
은평구 |
대성고 |
송파구 |
보인고 |
강남구 |
현대고 |
강남구 |
휘문고 |
2010 |
2011 |
강서구 |
동양고 (지정취소) |
관악구 |
미림여고 |
도봉구 |
선덕고 |
서초구 |
세화여고 |
성북구 |
용문고 (지정취소) |
양천구 |
양정고 |
영등포구 |
장훈고 |
은평구 |
하나고 (구 자립형) |
2010 |
2010 |
부산(2교) |
해운대구 |
해운대고 |
평준화 |
2009 |
2010 |
금정구 |
동래여고 |
대구(4교) |
중구 |
계성고 |
평준화 |
2009 |
2010 |
수성구 |
경신고 |
2010 |
2011 |
남구 |
경일여고 |
달서구 |
대건고 |
인천(1교) |
영종도 |
하늘고 |
비평준화 |
2010 |
2011 |
광주(2교) |
남구 |
송원고 |
평준화 |
2009 |
2010 |
광산구 |
숭덕고 |
2010 |
2011 |
광산구 |
보문고 (지정취소) |
대전(3교) |
중구 |
대성고 |
평준화 |
2010 |
2011 |
서구 |
서대전여고 |
서구 |
대신고 |
2012 |
2013 |
울산(2교) |
동구 |
현대청운고
(구 자립형) |
평준화 |
2010 |
2010 |
중구 |
성신고 |
2010 |
2011 |
강원(1교) |
횡성 |
민족사관고
(구 자립형) |
비평준화 |
2010 |
2010 |
경기(2교) |
안산 |
안산동산고 |
평준화 |
2009 |
2010 |
용인 |
용인외고 |
비평준화 |
2010 |
2011 |
충남(1교) |
천안 |
북일고 |
비평준화 |
2009 |
2010 |
전북(3교) |
군산 |
군산중앙고 |
평준화 |
2010 |
2011 |
익산 |
남성고 |
2010 |
2011 |
전주 |
상산고 (구 자립형) |
2010 |
2010 |
전남(1교) |
광양 |
광양제철고
(구 자립형) |
비평준화 |
2010 |
2010 |
경북(2교) |
김천 |
김천고 |
비평준화 |
2009 |
2010 |
포항 |
포항제철고
(구 자립형) |
평준화 |
2010 |
2010 |
합계 |
49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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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칭)은성고 (‘14년.3월 개교) : 충남 아산(비평준화)
※ 동래여고: 자사고 포기신청: 부산 금정구(평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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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무언지 옳고 그런지 깊이 생각하고 정책을 수립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잘 보고 갑니다.
좋은자료 감사합니다.. 입시정책은 볼수록 답답하네요 ㅠㅠ
허...이런식이면 갈곳이....
감사합니다.^^
입시정책을 보면 볼수록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답답해지네요. 제발 100년지대계라는 말좀 이해하는 교육정책을 수립하면 안될까요? 무엇을 위해 이렇게 하는지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