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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년전 F1에서 처음 사용…2010벤쿠버동계올림픽 쇼트트랙서 응용돼 | ||
"사인보드는 카레이싱이 원조다!" 지난달 25일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열린 여자쇼트트랙 3000m 계주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은 함께 출전한 중국, 캐나다, 미국과는 차별화된 전술을 사용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최광복 코치가 '여유', '보면서', '기다려' 등의 글씨가 적힌 종이를 선수들이 지나갈때마다 꺼내들어 작전을 전달한 것. '사인보드'라 불리는 이 작전 하달판은 카레이싱이 원조다. 특히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포뮬러원(F1)에서는 60여 년전 처음 사용했다. 사인보드는 피트에서 전략을 구사하는 '팀'과 트랙을 달리는 '드라이버'간의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활용된다. 최첨단 통신 수단이 존재하는 21세기에 이런 구식 전달판이 왜 필요한 걸까? 이에 대해 전 맥라렌팀 감독 던 스티브 할람은 "사인보드는 눈앞에 펼쳐지는 시각을 제외한 드라이버의 다른 감각 사용을 배제시켜주는 훌륭한 매체"라고 했다. 또한 그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드라이버에게 사인보드의 내용을 하나하나 음성으로 말해주는 것보단 사인보드를 활용하는게 훨씬 효율적"이라며 "대신 음성은 정말 중요한 사항을 전달할 때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05년 바레인 그랑프리에서 키미 라이코넨(31, 핀란드)의 라디오가 고장났을 당시 맥라렌팀의 사인보드는 큰 역할을 해냈다. 맥라렌은 라이코넨의 연료가 바닥나자 피트인 시점을 사인보드를 통해 전달했으며 모든 교신을 사인보드로 해냈다. 라이코넨은 결국 3위로 레이스를 마쳤고 팀에 귀중한 6점을 안기며 시상대에 올랐다. 이만큼 사인보드가 팀과 드라이버를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인 만큼 사인보드는 드라이버를 가장 잘 알고 지도해줄 수 있는 레이스 엔지니어가 직접 제작한다.
한 F1 엔지니어는 "실제로 레이스 엔지니어가 드라이버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숫자를 조작하는 경우도 있다"며 사인보드를 통해 드라이버의 스퍼트를 이끌어내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쇼트트랙 선수들을 가장 잘 아는 최광복 코치도 직접 이러한 작전을 구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사인보드는 활용하는 팀마다 약간씩 차이를 보이지만 보통 드라이버가 알아보기 쉽게 해당 드라이버 국적의 국기와 이름을 맨 위에 표시한다. 구별을 위해 색상도 드라이버마다 다르다. 분필을 직접 칠판에 그려 사용하던 옛날과 달리 요즘은 글씨가 비에 지워지는 일이 없도록 직경 20cm의 코팅된 카드를 사용한다. 첫줄에는 드라이버의 현재순위와 주행바퀴수 그리고 남은바퀴수를 표시하며 둘째줄에는 앞뒤차량과의 시간차를 보여준다. 마지막줄에는 피트 타이밍과 같이 팀별로 약속된 작전을 표시한다. 사인보드는 실제 F1 머신에 쓰이는 탄소섬유와 알루미늄 프레임을 사용해서 제작한다. 또한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군데군데 구멍도 뚫려있다. 사인보드에 공기역학이 적용된 셈이다. F1 드라이버들은 300km/h를 넘나드는 속도로 피트 직선구간을 통과하면서 1초내에 팀에서 보내는 전달사항을 읽어야 한다. 이는 전세계에 오직 24명만이 존재하는 F1 드라이버들이 짊어져야할 또 하나의 의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는 12일~14일 열리는 F1 개막전 바레인 그랑프리는 사인보드의 역할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F1 사인보드 규정 /문재수 기자 jsmoon@gpkorea.com, 사진=포스인디아, sbs화면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