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잡는 파리”, “버스 안에서 선수가 쓰러졌다” 등의 뉴스가 파리올림픽 개막 이후 쏟아지고 있다.
지난 26일 개막한 파리올림픽에서 경기 소식 못지않게 파리올림픽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참가국과 관광객 주머니 터는 프랑스
먼저 짚어볼 것은 이른바 친환경 올림픽을 표방하며 선수촌과 경기장을 오가는 셔틀 버스 등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은 것에 따른 후폭풍이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올림픽 조직위)는 ‘친환경’을 표방하며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올림픽 개막이 다가오자 미국·영국·캐나다·이탈리아·독일·그리스·호주는 휴대용 에어컨을 가져와서 설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자 올림픽 조직위는 개별 국가가 자체적으로 휴대용 에어컨을 선수촌에 설치하는 것을 허용한다면서 “휴대용 에어컨을 원한다면 조직위에서 제공하는 대여 장비로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올림픽 조직위에 쏟아졌다. 무더운 날씨에 에어컨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면 선수들의 경기력 차이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공정하지 못하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올림픽 조직위는 작은 에어컨 2,500대를 7월 안으로 선수촌에 설치하기로 했다. 바퀴를 달아 선수촌 어디로든 움직일 수 있게 했다. 다만 유료이다. 대회 기간 지급되는 카드를 통해 선수들은 유료로 에어컨을 쓸 수 있게 됐다.
결국은 올림픽 조직위가 설치한 에어컨도 가난한 나라의 선수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
올림픽 조직위는 친환경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프랑스의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면 여기에 드는 전기료 등 모든 비용을 프랑스 정부가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 프랑스 정부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자기 나라에서 휴대용 에어컨을 가져오겠다는 나라도 설치 비용은 그 나라가 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올림픽 조직위가 설치하는 휴대용 에어컨도 돈을 내야 쓸 수 있다.
올림픽 개최국인 프랑스가 당연히 제공해야 할 것을 올림픽 참가국이 비용을 내고 써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파리올림픽 시작과 함께 살인적인 물가로 관광객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는 대중교통 요금과 주요 관광지 입장료도 올림픽을 앞두고 크게 인상했다.
파리의 지하철·버스·도심 RER(광역급행철도)의 1회권 가격은 지난 20일부터 9월 8일까지 2.15유로에서 4유로로 2배 가까이 올랐다. 1회권 10장 묶음 가격 또한 17.35유로에서 32유로로 급등했다. 파리와 인근 광역권을 연결하는 RER과 트랑실리앙 요금도 1회권 10장 묶음으로 사면 기존 40유로에서 8유로 오른 48유로를 내야 한다. 버스 기사에게 직접 돈을 주고 사는 표 가격도 2.50유로에서 5유로로 올랐다.
프랑스의 유명 관광지 입장료도 치솟았다.
프랑스의 대표 관광지인 에펠탑은 지난 6월부터 입장료가 29.4유로에서 35.3유로로 20% 올랐다. 루브르박물관 입장료는 17유로에서 22유로로 30% 올랐으며 베르사유 궁전의 입장료도 19.5유로에서 21유로로 인상했다.
그리고 경기장 입장료도 매우 비싸 프랑스 선수들조차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 유도에서 단체전 금메달, 개인 52킬로그램 은메달을 획득한 프랑스의 아망딘 뷔샤르는 자신의 트위터에 “가족들이 우리(선수)를 보러 오려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할 것 같다”라고 적었고, 프랑스 육상 선수인 지미 그레시에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떻게 우리 스포츠에 그렇게 높은 가격을 매길 수 있는가”라고 비난했다.
올해 초부터 프랑스 국민이 SNS 등을 통해 ‘살인적인 물가로 파리올림픽에 오지 말라’고 했던 것이 현실로 됐다.
많은 나라가 세계적인 대회 등을 개최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관광객의 유입이다. 관광객들이 오면 그 나라의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파리올림픽처럼 대중교통 요금을 올리고, 유명 관광지의 입장료를 올리지는 않는다.
프랑스는 어려운 자국의 경제 상황을 올림픽 참가국과 관광객의 주머니를 털어 해결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선수 건강 아랑곳하지 않는 전시행정
올림픽 개막식은 센강에서 진행됐다. 올림픽 조직위는 개막식뿐만 아니라 철인 3종 수영과 마라톤 수영(오픈워터)을 센강에서 할 계획이다.
센강은 1923년 이후 입수가 금지됐지만 100년 만에 파리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위해 개방(?)했다. 프랑스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센강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게 하겠다며 하수 처리 시설 현대화 등 정화 사업에 15억 유로(약 2조 2천억 원)가 넘는 돈을 투입했다.
프랑스 국민은 센강의 심각한 오염으로 선수들의 건강이 걱정된다며 경기를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 조직위는 강행할 의사를 내비치며 센강의 수질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 6월 2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철인 3종경기 예정지인 알렉상드르 3세 다리에서 측정된 장구균 농도는 100밀리미터당 1,000개를 초과했다. 이는 지난 2006년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이 정한 ‘경기 적합 기준’ 대장균 100밀리미터당 1,000개, 장구균 100밀리미터당 400개 미만을 훨씬 능가한다. 또한 대장균 농도는 허용치보다 거의 4배나 높았다고 한다. 이런 곳에서 수영하면 위장염이나 결막염, 외이염, 피부 질환 등을 앓을 수 있다.
여름철, 특히 비가 내리면 대장균 등의 수치가 급격히 올라간다.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26일과 다음 날인 27일 파리에 많은 비가 내렸다. 그로 인해 센강에서 진행될 철인 3종경기 훈련이 취소됐다. 프랑스 매체 ‘프랑스24’는 28일 “올림픽 주최 측은 센강 오염 수준으로 인해 철인 3종경기의 첫 번째 훈련 일정을 취소했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올림픽 준비위는 앞으로 맑은 날씨가 예정돼 센강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최소 4년 동안 준비를 해왔다. 그런데 올림픽에서 날씨로 인해 선수들이 경기를 치를 장소와 훈련장이 불확실하다면 선수들이 결국은 경기에서 실력을 맘껏 선보이기 어렵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나아가 대회 장소가 선수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곳이라면 장소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속에서도 센강을 고수하는 올림픽 조직위의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수질을 개선했다는 것을 세계 앞에 보이고 싶은 프랑스의 전시행정에 지나지 않는다. 프랑스의 전시행정으로 선수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개막식에서 두 번 입장한 북한 선수단?
올림픽 조직위의 무능함도 계속 드러나고 있다.
개막식에서 한국 선수단은 48번째로 입장했다. 장내 사회자는 한국을 프랑스어로 ‘République populaire démocratique de corée’라고, 영어로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라고 반복했다. 장내 사회자가 호칭한 국가명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한국의 정식 명칭은 프랑스어와 영어로 각각 ‘République de corée’와 ‘Republic of Korea’다.
개막식에서 북한 선수단은 153번째로 입장했다. 북한 선수단이 입장할 때 프랑스와 영어로 ‘République populaire démocratique de coré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라고 정확히 소개됐다. 장내 사회자의 소개에 따르면 이날 북한 선수단은 두 번 입장한 셈이다.
올림픽 조직위의 실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파리올림픽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 결승전 금메달리스트인 오상욱(Oh Sanguk)의 이름을 ‘오상구(Oh Sangku)’로 잘못 적었다. 이후 한국 누리꾼들이 항의 댓글을 달면서 이름이 수정됐다.
그리고 검문검색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7월 27일 자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센강 개막식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서 센강의 오스테를리츠 다리 관중 관람석에 입장할 때 검색이 철저하지 않았다.
뉴스1은 “취재진이 이곳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조직위가 공인한 입장권과 스티커, 그리고 신분을 확인하기 위한 AD 카드와 여권 등 4가지 준비물이 반드시 필요했다”라며 “예정대로라면 한 번도 아닌 두 번의 검문이 필요했다. 하지만 보안 인력은 취재진을 자유롭게 통과시켜 줬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소지품을 꼼꼼하게 검사하는 건 물론 노트북 등 전자제품과 물이 들어있는 텀블러도 확인해야 했지만 전혀 그런 ‘과정’이 없었다. 조직위의 설명과 달리 입장권과 스티커, 여권은 전혀 필요가 없었다. AD 카드만 보여주면 끝”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뉴스1은 “프랑스 정부는 4만 명이 넘는 경찰, 군인 등 보안 인력을 배치하고, 이것도 모자라 한국, 미국 등 각국에 경찰병력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라며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철통 보안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100년 만에 다시 파리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며 나름 야심 차게 준비했다.
하지만 세계의 많은 나라의 선수와 관광객을 초대하기에는 프랑스의 경제를 비롯한 국력이 달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쩌면 이번 파리올림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노쇠한 프랑스의 민낯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