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어기본법 시행령을 만들기 위해 시민사회의 의견수렴과정이 한창이다. 4월 30일 오전 방화역 근처의 국립국어원 세미나실에는 각 한글단체들을 포함한 한글단체모두모임과 국립국어원 등이 모여 올바른 국어기본법 시행령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시행령이 마련되기는 하지만 천대받는 우리 말글에 대한 학자, 관계자들의 마음은 너무나 안타깝고 급하기만 하다. 토론회에 참가한 국어학자와 우리말글 단체들은 척박한 우리글환경에 대한 이런 저런 의견들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충격적인 사실은 국어기본법과 시행령 초안 역시 우리말글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어려운 한자어 등으로 오염돼 있다는 점이다.
이수열 국어순화운동가는 법령 문장들의 오염을 심각하게 지적하고 국어기본법과 시행령만이라도 제대로 된 우리 말글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글교열을 가르치는데 가장 좋은 표본중의 하나가 바로 헌법”이라며 헌법의 잘못된 한글 표현을 지적하고 “이제 국어기본법 시행령 역시 교열연습하는데 좋은 교재가 되게 생겼다”면서 제대로 만들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학술어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수열 국어순화운동가는 이어령교수의 한 논문을 예로 들며 외래어와 외국어 일색인 교수나 지식인들의 언어를 순화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이런 주장에 대해 힘을 실었다.
홍영호 변호사는 초·중·고교 교과서들을 모두 제대로 된 말글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했으며, 임경희 중앙대 교수는 “국어학자는 아니지만 학술어가 일본것과 미국것이 섞여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국립국어원, 한글단체들이 노력해 어떻게 해서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문학술용어 오염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최기호 상명대 교수는 “북에서는 1949년에 한자 폐지법이 생기며 완전한글을 사용했고 1964년에는 문화운동을 벌여 한글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고 설명하며 남측은 이에 대한 노력이 소흘해 이제야 국어기본법이 통과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교육받은 사람이 서울에 와서 ‘아, 이래서 남측은 제국주의문화가 범람하는 곳이구나’라고 말했던 것을 인용하며 외국어, 외래어 등이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현실에 대해 질타했다.
최 교수는 “우리는 아직도 ‘늘 사고많은곳’이라 쓰면 될 것을 ‘상습사고다발지역’이라고 어렵게 쓰며, 와리바시로 닥광하고 사시미를 먹고 있다”며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어있는 잘못된 말글 사용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이광석 경북대 교수는 국립국어원에 관해 몇 가지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국립국어원은 수익이 없는 장기적 국어 대책에 대해서 신경써야 하며 국어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시행령에 예산부분의 언급이 없는 것을 거론하며 과연 시행령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법이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김영명 한글문화단체 대표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옥외물광고 관리법 등 만들어도 안지키면 그만인 법들이 있다”며 “국어기본법을 만들어도 책임을 느끼게 제재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벌해야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어렵게 만들어진 시행령인 만큼 잘 지킬 수 있도록 사후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