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오랫동안 같이 해 온 것중에 목련이있다.
묘목이 거목 되어 구름이라도 잡을듯 하늘 향해 너울너울 사방으로
온 팔을 펼쳐들었다.
1970년도에 이사오면서 심은 나무다. 하도 가녀려 지주목을 대주었다.
우리아이들과 동네아이들은 그 나무에 고무줄을 매어놓고 놀이도하고
흔들어서 여간 성가시게 하는 것이 아니다. 나무는 참고 견디느라
얼마나 열받을까! 노심초사 하지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목련은 동화속
나무처럼 성질 내는일없이 참하게 부피를 늘려갔다.
훨~훨세월따라 훤칠하게 자란 나무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없는
교목이됐다. 그물망같이 짜여진 가지들은 우루루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어느 와가(瓦家)의 대들보감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간밤의 비는 꽃비였나보다. 보송보송 솜털 갑옷을 깨고 눈이 부시도록
티없이 맑고 순결 하고 정갈했다. 그 고혹적인 붓끝같은 봉오리는 연꽃과 닮았다.
물위가아닌 나무에 풍성하게 달려있다.
만해 선생이 총독부가 보기싫다고 북향집을 지었다던가!?
이 꽃역시 묘하게 부리를 일제히 북쪽을 향하고 핀다. 그래서
북향화란 별명도 있다.
"꽃말에 의하면 목련은 북쪽나라의 공주였고, 북쪽 바다신의 모습에 반하여
궁궐을 도망쳤지만 슬프게도 그에겐 아내가 있었지. 공주는 그만 바다에
몸을 던지고 말았지...
바다신은 공주를 양지바른 곳에 묻었는데 목련으로 다시 태어났지."
가련하게도 혼령이지만 사모했던님이 있는 북쪽을 향하여 맺히는가싶다.
그 서릿발 지조가 우리를 질리게 한다.
강인한 기품의 나무!. 쌀쌀함은 아직 남아있는데 메마른 가지에서 내뿜는
강렬한 에너지는 장엄하다. 구름같이 피워낸 꽃의 군무는 그 닿을 수 없는
인연을 향한 끝없는 손짓같다. 초라한 나의 뜰에 빛나는 덤이다.
"댁의 목련이 에머럴드빛 하늘과 잘 어울려요"
"네~ 파티장으로 내어드리리다."
꽃 그늘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지는 못해도, 저 무성한 꽃그늘 아래
그들과 목련주 한잔 따르고 싶다. 담장을 넘는 뉘집 목련인들 곱지
않겠으리오마는... 눈길 한번 받지못하는 나의 낡은 집에 발걸음을 붙잡는
그는 수액이 붉을 것만같은 천륜의 나무다.
젊은 날에 들어와 이제 검불같은 몸둥이가 되도록 열정을 쏟은 이집이다.
삼단같던 검은머리는 희디희고 정수리는 횡해지도록 긴 세월의 굽이굽이에서
숨결처럼 같이하면서 나와 목련나무만 떠날 줄을 모른다.
층층시하에, 12식구까지 살았는데, 떠나고 떠나고 겹쳐서도 떠나고 ...
나와 나무는 우리집의 이력이고 짝사랑이다. 꽃잎파리는 내 사연만큼 다닥다닥
하늘을 가리고...
나무와 정이 들었다는데 무슨조건이 필요하겠어!?
살아있는 것은 다 외롭다고 하지안는가! 우리모두는 근본적으로 외로운
존재이거늘 ...
적막한 아름다움의 향기가 내 코끝을 스치는 걸 알아차리고
옥상에 올라 목련 두송이를 자른다. 한 송이의 소담함이 수반에 가득찬다.
그 고고한 귀족주의는 밥상의 별식이고, 또 한송이는 현관의 안내자이다.
미구불언 (未久不遠) 이 몸이 나무상자에 담길 임종의 현대판 '마지막 잎새'
일지도 모를 나무다. 이세상 살다가는 것을 소풍에 비유한시인도 있다.
나무에 영혼을 연결시키는 수목장이있다지!!!- 그의 자양분이되어 막힘없는
곳으로 마음놓고 오르리라 그리하여 영혼을 자유케 하리라
목련꽃은 신의 표정이며, 명상하는 표정에 난 취하고 만다.
"자연에 순응해 살면 그대는 결코 가난 해 지지 않을 것이다."
- 세 네 카 -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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