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주길 10년(11) 섬진강~영산강 연결로
섬진강과 영산강 상류는 인접하고 있어 두 강의 연결로가 생겼을 때 국토종주 여행자들에게 크게 환영받았다. 하구에서 최상류까지 강물을 따라가는 국토종주길은 원점회귀 여정이 어렵지만 상류에 두 강을 잇는 길이 있으면 한 번에 여행하기 좋기 때문이다.
한강과 낙동강을 새재길이 연결해줘 인천과 부산을 각각 기점으로 삼을 수 있듯이 섬진강과 영산강 사이에도 26km의 연결로가 조성되어 두 강의 하구가 있는 광양과 목포를 잇는 여정이 가능하다. 이 연결로에는 딱히 이름이 없어 여기서는 ‘남도육십리길’로 부르기로 한다.
다만, ‘육십리길’의 연결로 기점은 두 강의 최상류가 아니어서 전구간을 다 보려면 최상류까지 갔다가 되돌아와야 한다. 최상류 인증센터를 기준으로 영산강(담양)은 3.8km만 가면 되지만 섬진강(순창)은 35km나 떨어져 다소 부담스럽기는 하다. 기자는 섬진강댐 인증센터까지 북상했다가 육십리길의 시점이 있는 순창읍으로 갈 때는 구 27번 국도(현행 27번 국도는 자동차전용도로로 새로 개설됨)를 이용해 18km로 거리를 줄였다.
유풍교~수양쉼터
섬진강길에서 영산강으로 넘어가는 기점은 순창읍내에서 흘러오는 경천 합수점에 있는 유풍교다. 경천을 따라 상류로 가면 이윽고 영산강과의 분수령이 나올 것이다.
연결로의 순창 쪽 기점인 유풍교 옆 코스 안내판
읍내에서 거리가 있어 둑길은 적막하다. 겨울 아침의 대기는 차갑지만 너무나 맑아서 심신을 정화해주는 것만 같다. 연결로에는 고유명칭이 없어 ‘영산강자전거길 방향’, 반대편에서는 ‘섬진강자전거길 방향’ 표시만 있다.
연결로는 명칭이 따로 없고, 표지판에는 영산강 섬진강 방향만 알려준다
새재길, 오천길 같은 코스 이름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남도육십리길'로 부른다
경천을 따라 가던 길은 순창읍 남쪽 가남리에서 개울 수준의 사천으로 접어든다. 얼마 가지 않아 담장도 없이 각종 고물과 연탄재가 쌓인 곳이 경관을 망친다(신남리). 하지만 평화로운 전원풍경은 계속 이어지고 낮은 둑길은 무한 정겹다.
고물과 연탄재가 쌓여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곳. 울타리도 없이 자전거길에 접해 있다(순창 신남리)
평화로운 전원풍경 속으로
종주길은 거의 농로에 나 있어서 가끔 나오는 이정표와 안내판은 농기계 등에 부딪혀 방향이 바뀐 곳이 더러 있다. 주의하지 않으면 엉뚱한 데로 갈 수 있다.
코스는 농로를 활용해 농기계 등에 부딪혀 표지판이 돌아간 곳이 몇 곳 있다. 앞의 표지판은 맞은편에서 봐야 하는데 이쪽으로 돌아서서 엉뚱한 반대편을 가리키고 있다(순창 죽전리)
고속도로 같은 27번 국도 아래를 통과하면 작은 언덕 옆에 반월쉼터가 나온다. 코스 안내도와 벤치가 있으나 화장실과 쓰레기통은 없다. 아무리 그래도 펌프 수납시설에 쓰레기를 쑤셔 넣은 몰염치는 딱하다. 비바람에 노출된 펌프는 녹이 슬고 완전히 망가졌다.
반월쉼터. 쓰레기통과 화장실이 없어 펌프 수납함에 쓰레기를 쑤셔놓았다. 펌프는 고장난 지 오래
금곡리에는 멋진 고목 두 그루가 덕산마을 입구에 나란하다. 시골마을 입구에 흔한 이런 고목은 한국적 전원풍경의 전형이기도 해서 향수를 자극한다.
모세혈관 같은 잔가지를 뻗친 고목 두 그루(순창 금곡리 덕산마을 )
“우기시 침수 예정이므로 강우시 통행을제한합니다.” 문법과 띄어쓰기가 엉망인 비문(非文) 안내판이 개울가에 삐딱하다(금곡리). 직업병인지 ‘강우 시 침수될 수 있으므로 통행을 제한합니다’라고 빨간 펜으로 수정하고픈 열망이 솟구친다.
엉터리 문장의 안내판
일대에서 가장 높아 랜드마크를 이루는 설산(523m) 아래 삼촌리에는 표지판에 정반대로 ‘섬진강자전거길 방향’이 붙어 있다. 이 역시 자동차나 농기계에 부딪혀 180도 돌아간 것이다.
이 표지판 역시 반대로 뒤집혔다
수양쉼터 직전의 둑길에는 물을 대는 파이프가 길을 가로지르고 있다. 파이프가 묻히도록 홈을 팠지만 뻑뻑한 플라스틱 관은 그대로 길을 가로막았다. 이런 관을 지날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파이프나 홈에 앞바퀴가 비스듬히 접근하면 미끄러져 넘어지기 십상이다. 반드시 직각으로 진입해야 하고 자신이 없으면 내려서 넘어야 한다.
도수 파이프가 길을 가로지른다. 파이프와 앞바퀴가 직각이 되도록 통과해야 미끄러지지 않는다(수양쉼터 근처)
두 번째 수양쉼터는 고목이 도열한 개울가에 있다. 종주길에서 개울 건너편에 위치해 종주길과 쉼터를 함께 알리는 안내판이 혼란을 준다. 바닥 안내선도 희미해서 잘못하면 쉼터에서 엉뚱한 도로를 따라 갈 수 있다. 쉼터에는 비교적 깨끗한 간이 화장실이 있으나 자동공기주입기는 어김없이 고장이다.
종주길은 직진인데, 수양쉼터가 개울 건너에 있어 안내판이 혼란을 준다
화장실을 갖춘 수양쉼터
수양쉼터~금성면
올망졸망한 구릉지 사이로 사천이 느릿하게 구불거린다. 하천이 점점 작아지는 것에서 상류를 향해 고도를 높여감을 알 수 있다. 남계리의 작은 들판에는 고목이 홀로 서 있다. 이 길이 갓 열렸을 때 외롭지만 당당한 이 고목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 기억이 있어 경례를 붙여준다.
들판 가운데 외로운 고목(순창 남계리)
독립 고목을 지나 얼마 가지 않으면 종주길은 도로와 합류해 목동리까지 3km 정도 갓길을 따라가야 한다. 갓길이 좁고 노면도 거칠지만 차량 통행은 많지 않다.
남계리~목동리 간 3km는 갓길이 없는 도로구간이다. 다행히 차량 통행은 많지 않다
이목마을 입구에 팔각정 쉼터가 있으나 화장실은 문이 잠겼다. 30가구 정도의 이목마을은 순창군 마지막 마을이다. 70년대에 시간이 멈춘 듯 마을은 낡고 후줄근하지만 작은 우물과 돌담에는 향수가 어려 있다.
목동리 이목마을 쉼터. 화장실은 잠겼다
세월을 붙잡고 응고된 듯 늙어가는 이목마을 뒷골목
마을 뒤편의 고개는 마침내 섬진강과 영산강의 분수령이다. 해발 150m 정도의 고갯마루에는 담양과 순창 경계선을 그어놓았다. 여기에 떨어지는 빗물은 단 1cm의 차이로 섬진강 혹은 영산강으로 나뉘어 종국에는 남해와 서해로 갈라지게 되니 빗방울에게는 운명적인 분계선이다. 물이 나뉘는 ‘분수령(分水嶺)’이란 명칭이 손끝의 현실감으로 와 닿는다.
이목마을 뒤편의 분수령 고개. 저편은 영산강(담양), 이쪽은 섬진강(순창) 유역으로, 여기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단 1cm 차이로 운명이 극명하게 바뀐다
담양방면으로는 무인지경의 다락논 다운힐이다. 파란 안내선은 거의 지워졌지만 헷갈릴 것 없는 외줄기 길이다. 광주대구고속도로 아래를 지나면 담양읍내의 죽녹원 버금가는 ‘대나무골테마공원’이 있으나 기약 없이 문을 닫았다.
분수령 고개에서 담양 방면 다운힐. 안내선은 지워졌다. 앞쪽 고가로는 광주대구고속도로
대나무골테마공원은 휴장중이다(담양 봉서리)
24번 국도를 지나는 봉서교차로에는 안내선이나 표지판이 아예 없어 초행이라면 난감할 것이다. 교차로를 지나서도 길은 완만한 내리막을 그리다가 이윽고 영산강 본류를 낀 와룡마을로 내려선다. 와룡교 입구에서 왼쪽은 하류방향, 와룡교는 상류방향이다. 육십리길은 하류방향으로 2km 떨어진 메타세쿼이아길 입구의 금월교까지다. 하지만 영산강길이 시작되는 담양댐으로 가려면 와룡교를 건너 상류로 가야 한다.
봉서교차로에는 갑자기 안내선이 사라지고 안내판도 없어 초행이라면 혼란을 겪는다
저 앞으로 도로에도 8등신 미녀 같은 메타세퀴이아가 끝없이 줄지어 있다. 석현교를 건너 금성면소재지에서 마침내 영산강길과 합류한다. 여기서 담양댐 인증센터까지는 3km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나오면 담양 영산강에 다 온 것이다
마침내 영산강 자전거길과 조우한다(담양 석현리)
<평점>
항 목 | 평 점 | 특 이 사 항 |
노면상태 | 7 | 도로 구간 제외하면 대부분 농로이며, 상태는 보통 |
안전시설 | 6 | 도로 구간 안내선과 표지판 부족, 잘못된 표지판 |
화장실, 쉼터 | 6 | 화장실 2곳 있으나 이목마을 쉼터는 잠겨 있음 |
인증센터 | 6 | 인증센터는 없고 쉼터 3곳. 쓰레기통 화장실 부족 |
문화시설 | 5 | 특별한 곳 없음 |
숙박시설 | 7 | 순창읍내, 담양읍내, 담양댐 |
식당, 매점 | 8 | 숙박 장소와 동일 |
지선 노선 | 7 | 섬진강길, 영산강길, 순창읍내 |
연계 관광 | 7 | 대나무골테마공원(휴장), 메타세쿼이아길 |
경관 | 6 | 순창 들판, 내륙 전원풍경, 분수령 |
총 점 | 65 | 잔잔한 전원지대를 지나는 짧은 구간. 화장실과 인증센터 아쉬움 |
김병훈 발행인
출처 자전거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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