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에 옷깃을 여밉니다.
끝없이 펼쳐진 파란 하늘은 가슴이 탁 트입니다.
눈부신 햇살에 곡식이, 가을이, 새록새록 익어갑니다.
가을날 아침이 행복합니다.
한 때는 대한민국을 부동산 공화국이라 할 때가 있었습니다.
복부인에 졸부란 말이 생겨난 것도 그 때입니다.
둘 다 비아냥거리며 쓰는 말로 이미 3~40년 전 유행했던 말입니다.
7~80년대 나라가 어수선할 때 일입니다.
강남 개발 붐을 타고 땅 투기에 아파트 투기가 극성을 부리던 시절입니다.
강남의 땅을 사기만하면 며칠 새 땅값이 치솟아 돈을 쓸어 담던 시절입니다.
약삭빠른 사람들은 있는 돈 없는 돈 끌어 들여 땅을 샀습니다.
하루아침에 돈방석에 앉게 된 그들이 졸부, 복부인입니다.
외제차에 룸살롱에, 흥청망청 돈을 물 쓰듯이 했습니다.
신문 사회면은 이들의 활약상(?)으로 바람 잘 날이 없던 시절입니다.
부동산이, 부동산투기가, 복부인이 득세하던 가히, 부동산 공화국시절입니다.
소설가 황석영은, 최근 그가 쓴 '강남 몽'이라는 소설에서 그때의 시대상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강남 몽(江南 夢)을.
다 옛날 얘기가 되어버린 부동산공화국에 졸부에, 복부인의 강남 몽이, 여전히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버젓이 살아 있습니다.
형태나 근본은 전혀 딴 모습이지만 그 인기만은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수한 학군에 각종 편의 시설에, 강남의 인기는 세월이 가도 식을 줄을 모릅니다.
소득이 높아진 사람들은 보다 나은 교육환경과 편이성을 찾아 강남으로 줄을 잇습니다.
수요는 집값을 올리고, 강남과 그외 지역의 집값차이는 줄어들 기미가 없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더욱 벌어질 뿐입니다.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말, 강남불패란 말까지 생길 정도입니다.
2천 년대에 들어서 강남재건축이 그 대를 잇습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애칭으로 불리면서 투자의 대명사가 된 것입니다.
부동산공화국의 명성(?)을 되찾는 듯 했습니다.
적어도 2~3년전 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러던 것이 각종규제와 불투명한 경기에 발목을 잡힌 부동산시장이 주춤거리기 시작합니다.
분양시장이 흔들리고 기존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졌습니다.
강남재건축도 피해갈수 없는 복병을 만났습니다.
가격이 떨어지고 거래가 안 됩니다.
묻지마식으로 투자하던 행태가 신중모드로 바뀌었습니다.
게다가 정부의 정책에 따라 춤을 춥니다.
'부동산전성시대'는 끝났다는 말들을 합니다.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의 생각은 꼭 그렇지 않습니다.
과거 부동산투기가 횡횡한 시절처럼 일확천금을 노릴 수는 없다는데 대체로 공감을 합니다.
그렇지만 교육환경과 편이성이 높은 강남지역의 인기는 쉽게 사그러 들것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강남 요지의 대단지 재건축아파트의 수요는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겁니다.
'강남 몽(江南 夢)'은 살아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