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3,11-26; 루카 24,35-48
+ 찬미 예수님
어제 복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에게 나타나셨는데요, 그들이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보니 열한 제자와 동료들이 모여 “정녕 주님께서 되살아나시어 시몬에게 나타나셨다.”하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들도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들이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그들 가운데 서시어 말씀하시는데, 여덟 글자로 뭐라고 하셨을까요?
저 같으면 “니들 다 대가리 박어!”라고 할 것 같은데,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하십니다. 당신을 버리고 달아났던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뒤 끝없이’ ‘쿨하게’ 인사하신 것이 아닙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가 단순한 인사말이 아닌 까닭은, 예수님께서는 평화를 빌어주시는 분이 아니라, 정말로 평화를 가져다주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시던 밤, 양 떼를 지키던 목자들에게 하늘의 군대가 나타나 노래했습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 우리는 이 노래를 부활팔일 축제 내내 대영광송에서 부르고 있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수난 전에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에 사람들은 “하늘에 <평화> 지극히 높은 곳에 영광!”(루카 19,38)이라고 노래했는데요, 예수님께서는 이처럼 하늘과 땅에 평화를 가져오는 분이십니다.
우리에게는 ‘하느님과 함께 누리는 평화’(로마 5,1)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아들을 버리고 도망간 제자들에게, 그분께서 다시 나타나셔서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인사하신다는 것은, ‘나의 아버지께서 이미 너희를 용서하셨다’라는 의미이며, 당신의 십자가와 부활로 이룩하신 우주적 평화를 제자들에게 주신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미사 때마다 듣습니다. 영성체 전에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 사제는 “<주님의 평화>가 항상 여러분과 함께”라고 말합니다. 돌아가시기 전날 “너희에게 평화를 두고 가며 내 평화를 주노라”라고 말씀하신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게 선물로 주신 평화가 늘 우리에게 머물기를 청하며 “주님의 평화가 <항상> 여러분과 함께”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과의 평화, 이웃과의 평화, 피조물과의 평화, 나 자신과의 평화를 고대하며 형제자매와 평화의 인사를 나눕니다.
예수님께서는 “여기에 먹을 것이 좀 있느냐?”라고 물으신 후 구운 물고기 한 토막을 받아서 잡수시는데요, 이는 부활의 증인이 될 제자들 앞에서 당신께서 육신으로 부활하셨음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또 어제 엠마오로 가던 길에서는 빵을 쪼개셨는데, 오늘은 물고기를 드신다는 것도 상징적인데요, 예수님께서는 빵과 물고기로 오천 명을 먹이셨습니다. 이제 제자들더러 그 일을 하라고, 오천 명을 먹이실 때는 당신께서 먹이셨지만, 이제 제자들이 예수님께 먹을 것을 드리듯이, 사람들에게 ‘너희가 그 일을 하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 성경을 깨닫게” 해 주십니다. 통상 마음으로 번역되는 ‘카르디아’가 아니라, 여기에서는 ‘누스’라는 단어가 쓰였는데요, 마음 또는 정신으로 번역됩니다. 성경 말씀을 깨닫도록 정신과 이해력을 열어주셨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1독서를 보면 베드로 사도는 이제 새로운 정신으로 설교를 하고 있습니다. “형제 여러분! 나는 여러분도 여러분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무지한 탓으로 그렇게 하였음을 압니다. … 그러므로 회개하고 하느님께 돌아와 여러분의 죄가 지워지게 하십시오.” 항상 예수님의 말씀을 잘 알아듣지 못하던 베드로 사도는 이제 부활하신 예수님을 뵙고, 그분의 영 안에서 이처럼 당당하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도, 부활하신 당신을 말씀 안에서 알아 뵈올 수 있도록, 이 성체 성사 안에서 알아 뵈올 수 있도록, 그리고 지금 우리와 함께 있는, 또한 오늘 하루 만나게 될 사람들 안에서 부활하여 계신 당신을 알아 뵈올 수 있도록 우리의 정신과 이해력을 열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말씀하시는 주님을, 이 미사 중에 알아 뵈옵기를 청합니다.
두치오, 사도들이 식탁에 있을 때에 나타나심 (1308-1311년)
출처: File:Duccio di Buoninsegna - Appearance While the Apostles are at Table - WGA06738.jpg -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