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周易 下編(주역 하편).
38.火澤睽(화택규).䷥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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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上九 睽孤 見豕負塗 載鬼一車
상구 규고 견시부도 재귀일차
先張之弧 後說之弧 匪寇 婚媾
선장지고 후탈지고 비구 혼구
往遇雨 則吉
왕우우 즉길
[풀이]
[상구]는 睽(규)의 꼭대기에서 고독할 대로 고독하다.
진흙을 덮어쓴 돼지와 수레를 가득 채운 귀신을 보고,
처음에는 활을 당겨 쏴 죽이려다가 나중에 오해가 풀려
화살을 풀었다.
도둑이 아니라 혼인할 짝이었다.
가면 비를 맞아 곧 좋아지리라.
[해설]
나이가 든 어른으로 윗자리에서
주위의 사람들과 반목하니 고독하다[睽孤,규고].
내가 상대하는 자는 모두 진흙을 덮어쓴
돼지 새끼처럼 보이고[見豕負塗,견시부도]
또 수레에 탄 귀신처럼 보인다[載鬼一車,재귀일차].
처음에는 그 흉악한 놈들을 쏴 죽이려고
활시위를 당기다가[先張之弧,선장지호]
마침내 오해가 풀려 화살을 풀었다[後說之弧,후탈지고].
상대가 자신을 해치려는 도둑이 아니라[匪寇,비구],
적극적으로 프러포즈하러 오는 결혼할 파트너였다[婚媾,혼구].
내 눈이 바보 같은 돼지의 눈이었고,
내 눈이 귀신에 덮인 눈이었다.
그런 오해를 비에 흘려보내고 의심을 씻는다면[往遇雨,왕우우]
좋은 날이 올 것이다[則吉,즉길].
睽(규)의 끝자리에서 오랫동안 乖離(괴리)되고
단절되어서 고독할 대로 고독하니,
성격이 비뚤어져 어른답지 못하고,
트집만 잡고 대접만 받으려고 하는 사람의 행동을 보인다.
睽(규)의 시절에는 극성을 부리면 더 어긋나고 더 사이만 멀어진다.
또 성질이 아랫사람들과 화합하지 못하니
燥暴(조폭)처럼 꼴 같지 아니하고,
나이만 들먹이니 壽者相(수자상)만 높아지고,
눈이 뒤집혀 의심의 덩어리만 깊이 쌓여 갈 뿐이다.
[상9]는 [육3]이 있어서 실로 외롭지 않은데,
자신의 성질이 이와 같으니 스스로 睽孤(규고)의 업을 받고 있다.
세상의 사람들은 親黨(친당)을 지으면 지을수록 의심으로
乖離(괴리)를 내고 骨肉(골육) 간에도 늘 고독하다.
그런데도 나의 짝 3이 똥 묻은 돼지로 보이다니 어찌 된 영문일꼬?
귀신은 본시 무형인데 수레에 가득 실은 돼지로 보이다니 妄極(망극)이다.
3은 본시 강한 2와 4에게는 오염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처한 자리가 不正(부정)하고 不中(부중)하며
陰柔(음유)한 듯 하니 더렵혀진 듯 보여 마치 진흙을 울러 맨 돼지
[見豕負塗,견시부도]로 보였을 따름이다.
그 결과로 도둑에게 강탈과 폭행을 당하였으니
어찌 혼인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제 무서운 오해가 자연히 풀리듯
검은 구름이 비가 되어 내리니 길하다.
나의 짝 될 3을 의심하지 아니하면 4와 2에게도 의심이 풀리어
"비를 만나 깨끗이 씻기듯 의심 덩어리가 사라질 것
[象曰 遇雨之吉 群疑亡也, 상왈 우우지길 군의망야]"이라는
공자의 주석이 말끔하게 정리를 해준다.
睽卦(규괘)는 [초9]가 剛正(강정)하기에 睽濟(규제)를 잘하고,
그 여타는 모두 正(정)을 얻지 못하고 不正(부정)하니
반드시 서로가 합을 얻어야 睽濟(규제)가 된다.
한 마디로 睽卦(규괘)는『삼국지』첫머리에서처럼
분열과 이산과 반목과 괴리 그리고 모순과 갈등을 해소하여
화합으로 가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천하의 대세가 갈라선 지 오래면 반드시 합쳐지고,
그 천하가 합쳐진 지 오래면 반드시 또 갈라질 것이다
[天下大勢 分久必合 合久必分,
천하대세 분구필합 합구필분]" 하였으니,
천하가 分合(분합)되는 해결점은 睽(규)에서 찾아봐야 할 것이다.
다음은 선조임금이『주역』을 직접 강하면서
'주역과 兵書(병서)를 함께 깊이 공부할 것을 당부'하고 있는 장면이다.
"돼지는 본디 불결한 동물인데 또 진흙까지 뒤집어썼으니
귀신이 수레에 가득 타고 있는 형상처럼 볼 수 있지 않겠는가?
'噬膚(서부)'라는 말은 그 뜻을 잘 모르겠다.
이 괘는 대체로 서로 어긋난 때를 만났다는 뜻이로구나."
유근이 "이 괘는 처음에는 서로 괴리되는 것을 말하였으나
나중에는 서로 합치되는 것을 말하였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또 상이 "중국에 蜀人(촉인)으로 來氏[『周易集註,주역집주』의
저자 來知德(래지덕, 1525~1604)은 아님]라는
주역을 정통하였다고 하는데, 경은 들어보았는가?"라고 하자,
유근이 "宋(송)나라 때 양만리라는 자가『주역전』을 지었는데
『程傳,정전』과는 다릅니다"라고 하였다.
다시 상이 '"噬膚(서부)'란 물어뜯어 상하게 한다는 말이 아니라
본래의 뜻은 서로 친해지려고 한다는 말이냐?"라고 하자,
이덕형이 "劉禪(유선)과 孔明(공명)이 서로
미덥게 된 것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그리고 귀신이 수레에 타고 있다는 말은
곧 처음에는 소원하다가 나중에는 친밀해진다는 뜻입니다"라고 하였다.
상감도 다시 "우리나라 장수가 조치하는 일이나 서장 등을 보면
전혀 병서를 모르니 놀랍다.
문신도 병사를 아는 자가 없으니
병서도 古文(고문)인데 어찌하여 읽지 않는가.
옛사람이'『손자』와『주역』은 같다'고 하였으니,
옛사람은 참으로 글을 안다고 할 만하다"고 하자,
가신이 "중국 將官(장관)은 아무리 용렬한 자라도
모두 병서를 압니다"라고 알렸다.
마지막으로 '同而異(동이이)'의 諸說(제설)을 덧붙인다.
息山(식산)은 아첨하는 자와 괴이한 자를 살피라 하고,
靜坐窩(정좌와)는 '暌(규)'를 坎离(감리)로,
三山(삼산)은 离兌(리태)로 同異(동이)를 설명하고,
韋庵(위암)은 이치가 같음은 陽(양)이 하나고
일[事,사]이 다름은 陰(음)이 둘이라 하고,
碩齋(석재)는 성인이 아니라면『주역』은
鳥獸(조수)의 무리에게 돌아갔을 것이라며
궁궐의 예와 세속이 같으면서도 다르다고 보았다.
白雲(백운)은 백공이 나라를 위함이 같지만 찬반이 잇고,
만물이 천하를 위하지만 각각 재능이 다르니,
사람의 감정도 다르면 미워하고 같으면 좋아하나,
다르면서도 통하면 과실을 없앨 수 있다고 한다.
당신과 나 또한 귀한 사람이라는 것은 같지만,
생각과 행동, 심지어 식성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