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비용만 ‘억’ 소리…폐업 못하는 주유소·목욕탕 ‘속앓이’
국내 목욕탕 등록 10곳 중 3곳만 ‘영업’
주유소 해마다 100~200개씩 줄어 들어
폐업 결정해도 억 단위 철거 비용 ‘부담’
김양혁 기자
입력 2024.02.03 06:00
한산한 서울 시내 한 목욕탕 욕장의 모습. /뉴스1
#서울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50대 A씨는 코로나19 여파 이후 줄어든 손님에 공공요금 인상까지 겹치며 적자를 지속하며 진퇴양난에 몰렸다. 장사를 계속하자니 손실만 늘고, 가게를 받으려는 사람도 없다. 용도 변경을 하자니 상하수도와 굴뚝 철거까지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B씨는 지난해 9월부터 경기도 포천에서 운영하던 주유소를 매각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고 있지만, 좀처럼 연락이 없다. 주유소 인근 일부 부지를 무상으로 얹어주겠다고 했는데 아직 매수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폐업도 고민했지만, 토지 정화와 철거를 위해 1억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고 해 고민이다.
주유소와 목욕탕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과거 주유소나 목욕탕을 운영하면 ‘지역 유지’로 불리던 것도 옛말이다. 해마다 수백개에 달하는 사업장이 수익성 악화로 문을 닫는데, 마음대로 폐업하기도 쉽지 않다. ‘억’ 소리 나는 철거 비용 부담 때문이다.
3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목욕장업으로 등록한 업소 1만7447곳 중 ‘영업’ 중인 곳은 5861곳으로 집계됐다. 전체 10곳 중 3곳만 운영 중인 셈이다. 찜질방 등 목욕장업 등록 업소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2020년 초부터 지난해까지 약 1000곳이 폐업했다.
목욕탕이 폐업했다고 해도 곧바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폐업 이후 용도 변경에 어려움을 겪어 철거를 하지 못하고 자리를 그대로 지키는 일이 허다하다. 한국목욕업중앙회 관계자는 “목욕탕 폐업을 결정해도 비용 문제로 용도 변경이나 철거를 하지 못하는 사례도 더러 있다”며 “이들의 경우 폐업 이후 ‘장기 휴업’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목욕탕을 철거하기 위해서는 시설 내부 설계부터 기계실까지 모두 없애야 한다. 여기에만 수천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굴뚝까지 있는 목욕탕의 경우 비용이 최소 ‘억’ 단위로 뛴다. 서울 시내 한 목욕탕 업주는 “그대로 업종을 물려받지 않는 이상 모두 떼내고 폐기해야 해 비용이 많이 든다”며 “다른 업종은 짐 싸서 나가면 그만이지만, 목욕탕은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서울의 한 주유소. /뉴스1
서울의 한 주유소. /뉴스1
주유소의 상황도 목욕탕과 다르지 않다. 국내 주유소는 지난 2010년 약 1만3000개를 정점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약 1만900개다. 해마다 100~200개 안팎으로 줄어든 것이다. 주유소 업계는 국내 주유소 평균 영업이익률이 1%대에 불과하다며 무분별하게 늘어난 주유소로 수익성이 악화한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국내 적정 수준의 주유소는 8000개 정도로 추산된다.
주유소도 업주 마음대로 폐업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주유소 부지를 일반 용도로 바꿀 경우 토지 정화 비용만 1억~2억원가량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화 업체 관계자는 “주유소의 경우 환경 문제까지 겹쳐 있어 단순 서류 준비 절차부터 토지 정화까지 작업이 까다롭다”고 했다.
주유소와 목욕탕 폐업 비용은 다른 업종과 비교해 5배가량 높은 것으로 추산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폐업에 소요되는 비용은 평균 약 2323만원이다.
비용 문제로 폐업이 늦어지는 주유소와 목욕탕은 ‘흉물’로 변하기도 한다. 수년 동안 방치된 영향이다. 대형 토지 매매·임대를 전문으로 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 도심의 경우 용도 변경을 통해 다른 업종으로 전환해 활용할 수 있지만, 그 외 지역의 경우 매물은 늘지만 거래는 쉽사리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김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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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안
2024.02.03 08:10:19
원자력과 전기차로 빈살만, 호메이니, 푸틴, 쉐브론, 엑손 돈줄을 끊어 버려야 지구가 살고 우크라이나가 살고 트럼프가 개소리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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