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인력난을 해결하려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여러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 중 최근에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조선업 재직자 희망공제' (아래 '희망공제')입니다. 간단히 말해 2년 동안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200만원을 납입하면, 거기에 정부가 200만원 + 거제시가 200만원 + 원청 조선소가 200만원을 보태서 총 8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얼마 전부터 한화오션 하청업체에서 '희망공제' 사업을 위해 하청노동자들에게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동의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업체는 시급제에게만, 어떤 업체는 시급제, 일당제 모두 동의서명을 받는 등 일정한 기준이 없어 하청노동자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이 사업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거제시 일자리창출과를 찾아가 담당 팀장와 주무관을 만나 '희망공제'에 대해 물어보고, 조선하청지회의 의견을 전달하였습니다.
현재 하청노동자에게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동의서명을 받는 것은 위 사업절차 중에 두 번째 단계인 <사업공고, 참여대상자 자격확인>에 해당합니다. 거제시가 원청을 통해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동의서와 신청자 리스트를 받으면 한국고용정보원에 의뢰해서 고용보험 가입 여부와, 또다른 지원제도를 중복해 수혜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게 됩니다. 그 결과 적격하다고 확인된 노동자에 대해서 3월~5월 신청을 받아 통장을 개설하고, 2024년 7월~ 2026년 6월까지 200만원을 분납하게 됩니다.
예산이 정해져 있는 사업이라서, 이번에 신청 가능한 노동자 숫자가 거제시 통틀어 10,850명으로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청자가 10,850명을 초과하면 그 중 우선순위를 정해 대상자를 선정하는데, 1순위를 만 57세 이하의 직접생산직 노동자로, 2순위를 만 58세 이상 직접생산직 노동자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1순위에 해당하는 신청자만 해도 10,580명을 초과하면 또다른 우선순위를 정해 대상자를 선정해야 하는데, 아직 그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희망공제' 사업과 관련해 두 가지 의문이 생겨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첫째는 대상자가 2023년 12월 31일 이전에 입사한 조선소 1차 하청업체 '정규직 근로자'로 되어 있는데 그 내용이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우선 물량팀 등 하청업체 재하도급 노동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청업체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 중에서, 일당제 노동자는 1년 단위 계약을 하지만 실제로는 그 업체게 폐업하지 않는 한 2년 이상 근속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고, 또한 시급제 노동자 중에서도 매년 근로계약서를 다시 쓰는 노동자들이 있어서, 이 둘을 다 포함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도장업체의 경우 대다수 노동자가 일당제(포괄임금) 계약을 하고 있는데, 이들 일당제 노동자를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의견에 대해서 거제시에서는 조선소 현실을 감안해 노동부와 좀 더 협의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적격확인 단계이므로 시급제, 일당제 할 것 없이 모두 개인정보 활동 동의 신청을 받아서 적격확인을 하고, 이후 명확한 기준이 정해지면 그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일당제라는 이유로 신청에서부터 대상에서 제외되면 안 될 것입니다. 그러니 일당제라고 해서 희망공제를 위한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명을 안 받은 업체가 있으면 회사에 이야기해서 희망하는 일당제 노동자는 우선 모두 신청을 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둘째는, 만약 희망공제를 납입하던 도중에 하청업체가 폐업을 하면 어떻게 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조선소는 워낙 업체 폐업이 자주 있고, 특히 현재 호황이라고는 하지만 하청업체는 여전히 힘들어 죽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2년 동안 물량이 많다고 해서 하청업체가 폐업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에 대해서 거제시는 업체가 폐업을 한 경우에 1달 이내에 같은 조선소에서 일자리를 구해 취업하면 '희망공제'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고 답변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는 조선소의 현실을 잘 모르고 만든 제도입니다. 하청업체가 폐업을 하는 경우 원청이 다른 대표자를 공모해서 업체 이름과 대표자만 바뀌고 노동자들은 고용이 승계되어 계속 일하는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다른 대표자를 구하지 않고 그냥 업체를 공중분해 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업체가 공중분해 되는 경우 같은 조선소(한화오션이면 역시 한화오션 안에서)의 동종 업체로 일자리를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한화오션에서 일하다 삼정중공업으로 또는 삼성중공업에서 일하다 한화오션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런데 폐업시 1달 안에 같은 조선소에서 일자리를 구해야만 한다면 그렇게 하지 못해 그동안 '희망공제'를 정상적으로 납입해왔다 하더라도 노동자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업체 폐업 때문에 희망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할 수 있고, 이것이 또다른 지역사회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거제시 담당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실제로 업체 폐업으로 그동안 납입했던 희망공제를 노동자 납입분밖에 받지 못한다면, 거의 600만원의 손해를 보게 되는데, 어쩌면 체불임금액보다, 4대보험 체납액 보다 희망공제 피해가 가장 금액이 클 수도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 거제시 담당자들은 그런 현실적 문제에 대해서 공감하면서도 당장은 뚜렷한 해법이 없어 더 검토해보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앞으로 희망공제를 시행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크게 발생하지 않으려면, 거제시는 노동자들이 업체 폐업으로 억울하게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지금의 제도를 분명히 보완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