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롱함을 넘어서>
김창열 화백 별세 3주년을 기념하여 특별 전시회를 “갤러리 현대”가 개최했다. 반평생을 영롱한 물방울만 주제로 해서 그림을 그린 이유는 무엇일까? 전시회에 가기 전부터 나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의문점이다. 전시홀에서는 생전에 김화백의 이야기를 녹화한 영상이 있었다. 영상 속에서 김화백은 사람이 하는 수많은 끔찍하고 무서운 행동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에 그 무서운 기억을 물로 깨끗이 씻어내어 자기 자신을 정화하고 잊어버리고 싶었다고 진술하고 있었다. 화가가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 현대 역사에서 가장 가슴 아픈 6.25 전쟁의 참혹함과 잔인성을 뜻하는 것 같아서 현충일을 하루 앞두고 전쟁의 수많은 희생과 고통에 대한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물방울은 동글동글한 모양새도 예쁘지만 더욱 더 중요한 것은 물이 우리 생명의 근원이 아닌가? 전시회 관람 후 저녁 식사를 하면서 물방울을 보면 무엇이 생각나는지 한 사람 한 사람씩 이야기하였다. 각자의 경험이나 자신이 생각하고 싶은 것들을 연결하여서 표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사람은 격렬한 운동 후 흘린 땀을 시원한 물로 씻을 때 샤워장 유리창에 맺힌 수많은 물방울이 생각나고, 애주가는 물방울 전시회와 물방울 그림이 들어간 소주병을 연관시키며 소주 맛이 순수한 물방울을 마시는 것 같아서 좋다는 너스레를 떨었다. 어떤 사람은 물방울 다이어를 부인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애처가도 있었다. 과학자는 과학자답게 물방울에 빛이 투과되어 반사되어 나타나는 그림자를 화가가 과학적으로 잘 묘사하였다고 설명하였다. 그래도 물방울은 더운 여름날 아침 풀잎에 맺힌 물방울이 가장 영롱하고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한다. 38점의 작품들이 전시되었는데 대부분의 작품들이 처음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많은 작품들이 미공개되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아직 관람하지 않은 분들은 전시가 이번 일요일인 6월 9일까지이니 참조하시기 바란다.
송현공원에는 많은 여름철 꽃들로 장식되어 있고, 흥미로운 조각들도 많이 설치되어서 인파가 많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인근 경복궁 관광 후 예쁜 한복을 차려입고 송현공원에 와서 여기저기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이제 서울도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진정한 cosmopolitan같은 도시로 변화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이번 문예회 행사는 참여 인원은 많지 않았지만 평소 자주 보이던 문예회 회원보다는 아주 뜸하게 모습을 나타내는 비주류(?) 문예회 회원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이 특색이다. 문예회도 이제 변화하여 저변층이 훨씬 넓어지는 바람직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