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20:6-12 '좋은'분노,'몹쓸'분노. 영광을 가린 순종은 거룩함을 훼손시킨다
이스라엘은 틈만 나면 끊임없이 원망 불평하며 화냈고 불순종을 거듭했다. 출애굽하여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구제 불능에 가까웠다. 이에 비해 모세의 불순종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시내 산에서 사명을 받을 때 몇 번의 거절이 있었고, 바로에게 하나님의 메시지를 2번째 전하라고 하셨을 때, 첫 번째 메시지를 바로가 완강하게 거절하고 이스라엘의 노동을 가중시켜 이스라엘이 모세와 아론을 저주할 정도로 화난 상태였기 때문에 “이스라엘도 내 말을 듣지 않는데 어찌 바로가 내 말을 듣겠어요?”하며 불순종 의사를 비친 적이 있다. 하지만 모세는 곧바로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했다.
또한 시내 산에서 우상을 만들어 숭배하고, 고라와 이스라엘의 반역으로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진멸하시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모세와 아론은 하나님의 뜻을 거슬러 이스라엘을 불쌍히 여겨 달라고 기도했던 적도 있지만, 하나님을 위하고 이스라엘을 사랑하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탈이 없었다. 이런 사건들을 제외하곤 모세는 하나님의 명령에 불순종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 불순종으로 이스라엘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는 사명을 내려놓으라 하셨다. 사명을 받은 후 출애굽에서 40년이 지난 여기까지 순종만 해오던 모세라 하나님의 심판이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 모세와 아론에게 하나님의 결정은 억울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화 한번 냈다고 사명을 내려놓으라 하신다.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모세의 분노가 이번이 처음인가? 아니다. 애굽에서 사역할 때, 모세는 하나님의 뜻을 매번 거역하는 바로 왕에게 화냈고(출 5:15), 하루치 만나를 남기지 말라고 했는데 남겼다고 화냈고(16:20), 르비딤에선 물 문제로 백성들과 다퉜다(17:2), 이스라엘이 금송아지 앞에서 춤추는 것을 보고 크게 노하여 십계명 판들을 산 아래로 던져 깨뜨렸다(32:19). 기브롯 핫다아와[탐욕의 무덤]에서 이스라엘이 고기 타령하며 울 때, 기쁘지 않아 하나님께 화내며 따지듯이 기도했다(민 11:11-13). 모세는 고라당에게 너무 분수에 지니치다고 비판했고(16:7), 모세가 고라 당원 중 다단과 아비람을 불렀으나 거절하자 심히 분노했다(16:15).
이렇게 모세가 화낸 적이 많은데, 그리고 불순종한 것도 이번이 처음인데, 하나님과 직접 대면하고 대화하는 사이인데, 왜 이번엔 이스라엘을 이끌고 약속의 땅으로 들어 수 없다고까지 하나님은 말씀하셨을까? 가혹한 잣대를 대고 계신 것은 아닐까? 실제로 아론은 20장에 나온 호르산에서 생을 마감한다. 모세가 제사장 옷을 아론에게서 벗겨 아들 엘르아살에게 입히자 아론은 그 꼭대기에서 죽었다(28). 단순히 분노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모세와 아론은 평소 그들이 선택했던 대로 원망하는 이스라엘을 떠나 회막에서 하나님께 엎드려 기도했다(6). 그때 하나님은 어김없이 그들에게 나타나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아론과 함께 회중을 모으고 그들의 목전에서 너희는 반석에게 명령하여 물을 내라 하라 네가 그 반석이 물을 내게 하여 회중과 그들의 짐승에게 마시게 할지니라”(8)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원망해도 반석을 통해 물을 주고[필요를 채워주고] 싶으셨다. 그렇게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고 싶으셨다. 그 물을 200만 명이나 되는 이스라엘과 셀 수 없이 많은 짐승에게 충분히 제공하여 갈증을 해소함으로써(8) 하나님이 얼마나 능력이 많고 인자하신지 그 영광을 보여주고 싶었고, 인내와 자비로 가득한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보호자이심을 알리고자 하셨다. 그렇다면 모세와 아론은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반석에게 “물을 내라”라고 명령하기만 하면 된다. 전달자는 감정이나 또 다른 뭔가를 첨가해서 말하는 자가 아니다.
그러나 모세 속에 꿈틀거리는 미움과 분노가 이를 가로막았다. 40년 동안 애정을 쏟아가며 사랑으로 참고 가르쳐도 바뀐 게 하나도 없었다. 못 알아듣고 변한 것도 없이 한결같이 원망만 하는 이스라엘이 꼴사나웠다. 모세는 이스라엘과 지내면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학습되었다. 자신들의 비위에 맞지 않으면 항상 불평하고 지도력을 흔들어 대는 이스라엘에게 진절머리가 났다. 하나님과 그 말씀을 하찮게 여기는 이스라엘이 정말 징글징글했다. 답답하다 못해 화가 치밀어 올랐다. 모세와 아론의 분노는 정당해 보였다. 화를 낸 그들이 충분히 이해된다. 40년 동안 참아 온 그들이 대단하기까지 하다. 하나님을 대신해서 화를 내줬으니 칭찬받아 마땅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미움과 분노는 반석을 향하여 “물을 내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무시하게 했다. 이스라엘을 향하여 마치 자신들이 하나님이라도 된 듯이 혈기 어린 말투로 "반역한 너희여, 들으라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이 반석에서 물을 내랴?"(10)하며 반석을 2번 쳤다. 물을 줄 수 있는 권한이 마치 모세에게 있는 것처럼 말했다. 그만큼 이스라엘을 격하게 내리치고 싶었다는 뜻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와 경멸의 표시이다. 하나님의 명령[말씀]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던 지팡이가, 회중을 모을 때 사용된 지팡이가 분노의 도구로 전락했다. 마음에 가득한 미움이 분노로 표출되어 하나님의 영광[뜻]을 가려버린 것이다. 자기식대로 순종함으로써, 즉 불순종함으로써 이 모든 하나님의 영광과 거룩함[인자]을 무산/훼손/묵살시켜[짓밟아] 버렸다. 하나님의 영광을 가로챘고, 하나님과 함께 영광을 받으려고 했다. 자기를 과시하려고 했다. 특권의식과 우월의식이 빚어낸 교만이었다.
그래서 모세와 아론이 부리고 있는 이 분노가 몹쓸 분노가 된 것이다. 물론 하나님의 뜻과 결을 같이하는 분노, 하나님을 대변하는 과정에서 생긴 거룩한 분노는 하나님의 영광을 충분히 드러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과거 모세의 분노가 그렇고, 성전에서 매매하는 상인들을 내쫓고 환전 상인의 상과 비둘기를 파는 자들의 의자를 둘러엎으신 예수님의 분노가 그렇다(마 21:12). 하지만 하나님의 뜻을 가리고,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는 미움과 분노는 어떤 모양이라도 하나님은 용납하지 않으셨다. 약 1:20 사람이 성내는 것이 하나님의 의를 이루지 못함이라 하나님의 의를 이루는데 방해꾼 노릇을 한다.
하나님은 이런 모세와 아론을 어떻게 평가하셨는가? 하나님을 믿지 않고 이스라엘의 목전에서 하나님의 거룩함을 나타내지 않았다(12)고 평가하셨다. 그 결과 이스라엘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할 사명을 상실하게 되었다(12). 이스라엘을 향한 꼴사나움, 미움, 분노가 모세와 아론의 마음에 요동칠 때 하나님을 믿고 그 악감정들을 지배하길 원하셨다. 더 나아가 하나님은 모세와 아론이 인내와 사랑으로 불평하는 이스라엘을 끝까지 포용하길 원하셨다.
살전 5:14,15 모든 사람에게 오래 참으라 15 삼가 누가 누구에게든지 악으로 악을 갚지 말게 하고 서로 대하든지 모든 사람을 대하든지 항상 선을 따르라 / 엡 4:2 모든 겸손과 온유로 하고 오래 참음으로 사랑 가운데서 서로 용납하고 / 고전 13:4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 골 3:13 누가 누구에게 불만이 있거든 서로 용납하여 피차 용서하되 주께서 너희를 용서하신 것 같이 너희도 그리하고 죄 많은 우리의 힘으로 불가능하다. 주님 믿고 꺾자. 믿지 못하여 생긴 이런 악감정들은 불순종적 순종을 만들어 하나님의 거룩한 뜻을 훼손시킨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우리를 만족시키는 곳이 아니다. 끊임없이 미움과 분노와 같은 격렬한 감정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믿고 결혼했는데 가장 믿지 못할 사람이 배우자가 되어 버렸다. 새로운 지도자에게 열광해 보지만 금세 실망한다. 기대했던 부모와 자녀에게 기대는커녕 상처와 배신감이 생긴다. 악감정이 수시로 올라오는 죄의 세계에 살고 있다. “왜 저러는 거야?”, “저러면 안 되는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나님을 믿지 못해서 하나님이 심판할 것을 내가 판단하고 심판하려고 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를 절제하고 하나님이 명령하신 말씀대로 하길 원하신다. 말씀의 선을 넘을 때마다 속히 주의 이름으로 회개하자.
결론
모세와 아론이 죽을 만큼 잘못했는가? 이스라엘의 태도를 보면 그들이 화날 만하다. 이스라엘은 충분히 비난받을 만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광야에서 죽게 할 정도로 모세와 아론의 악감정과 불순종에 동의[공감]하지 않으셨다. 판단도 심판도 하나님의 몫이다. 하나님의 뜻대로만 하자. 기분 나쁘다고 선을 넘어 내가 판단하고 심판하려다가 하나님께 불순종하지 말자. 하나님은 교만을 싫어하신다.
감정으로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하나님의 명령대로 감당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성장시키겠다고, 누군가가 하나님의 뜻대로 하지 않았다고, 미워하고 분노하는 것은 불순종에 시동을 건 것이다. 하나님이 나타내고 싶은 영광을 가로막은 교만이 시작된 것이다. 복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죽음과 같은 재앙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따라서 이때를 위해 회개함으로써 십자가에 못 박아야 할 것이다. 미워하고 분노하고 있는 나부터 사랑으로 성장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