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 더위는 물러가야 하는데 아직도 낮최고 32℃를 웃돌고 있어 불쾌지수가 높다. 폭염으로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국가적 망신을 당하고 온열 질환으로 23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더욱더 더워 한국의 대프리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있어 이번 여름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자연냉방법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 중 가장 힘든 시기는 하기휴가 기간인 8월초 9일간이었다. 이때가 가장 더웠고 그래서 휴가가 주어져도 피서를 위해 여행이나 계곡을 가지 않고 집에서 에어컨을 켜 놓은 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반면 집사람은 취향이 달라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고 에어컨 바람도 싫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휴가는 너무나 더워 집에서 보내자고 했다. 9일간 휴가 중 3일간 더위를 피하려고 에어컨과 선풍기를 사용했다. 오전에는 그래도 견딜만해 냉방이 필요 없지만 오후부터 취침 전까지 선풍기는 켜 놓고 에어컨을 켯다 껏다를 반복해야 했다.
그 이유는 실내온도를 26℃로 맞추면 약간 춥고 27℃를 맞추면 어중간하고 28℃를 맞추면 약간 더워 27℃에 맞추고 약 20분 정도 에어컨을 켯다가 끄고 10분 후 다시 켜야 해서 너무 번거로웠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샤워를 하고 타월을 사용하지 않았다. 즉, 팬티만 입을 수 있게 그 부위만 타월로 물기를 닦고 선풍기 바람을 쐬는 것이다.
몸에 물기가 남은 상태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면 에어컨 바람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너무너무 시원하다. 단, 문제는 몸에 물기가 선풍기 바람에 의해 너무 빨리 마르는 것이다. 그래도 약 5~10분간은 시원함이 지속이 된다. 사람은 불편한 것이 있으면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낸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타월에 물을 묻혀 온몸에 문지르고 선풍기 바람을 쐬는 것이다.
이것 역시도 순식간에 물기가 말라 누운 상태에서 젖은 타월을 이불 덮듯이 온몸을 덮은 상태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면 그 시원함이 오래간다. 난 이 방법을 자연냉방법이라고 해 본다. 이 방법의 장점은 에너지 절약으로 전기세를 엄청 줄일 수 있고 냉방병에도 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위로 인해 사망하는 일은 없는 것이다.
단지 단점이라면 자주 샤워를 하거나 물에 젖은 타월로 몸을 닦아 줘야 하는 것인데 그 정도 수고는 피서를 위해 할만한 것이라고 본다. 집에 에어컨이 3대가 있지만 폭염속에서도 거실용과 작은방은 아예 사용하지도 않았고 큰방에 있는 에어컨만 3일 정도 사용했을 뿐이다. 아마도 앞으로는 집에 있는 에어컨은 더 이상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다. 수십년간 샤워를 하면 의례히 몸의 물기를 닦는 것이 자동적으로 행해지는 것이기에 자연냉방법을 알지 못한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아이디어가 떠 올랐는데 수분+바람= 냉방효과라면 수분을 샤워나 물수건이 아닌 스프레이로 몸에 뿌려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름철이 되면 냉방기 사용으로 전력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도 하고 냉방기에서 품어내는 열기로 지구가 뜨거워져 전 세계적으로 천재지변이 잦아지는 것을 보면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자연냉방법으로 우리 모두가 에너지 절감은 물론 환경보호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누구나가 자기만의 여름나기가 있을 텐데 좀 더 참신하고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피서법이 있으면 함께 공유해 주었으면 한다. 8월도 10일 밖에 남지 않았다. 이 기간을 넘기면 무더위를 이겨낸 것을 보상이라도 받듯이 시원한 가을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면서 계절의 맛을 느끼고 몸도 단련되면서 인생이 익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면서 나의 여름나기를 남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