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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유회를 겸한 산행이라 가볍게 '지리산 허브 밸리 → 바래봉 삼거리 → 바래봉 → 덕두산 → 구인월'의 6.2km, 4시간 코스의 철쭉 산행을 즐길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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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봉
높이: 1,165m
위치: 전북 남원시 운봉읍
바래봉은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습과 닮았다 하여 바래봉이라 붙여졌다고 한다. 둥그스름하고 순한 산릉인데다 정상 주위는 나무가 없는 초지로 되어 있다. 바래봉은 능선으로 팔랑치, 부은치, 세걸산, 고리봉, 정령치로 이어진다. 정상에 서면 지리산의 노고단, 반야봉 촛대봉, 맑은 날엔 멀리 지리산 주봉인 천황봉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바래봉은 지리산의 수백개 봉우리 중 산 자체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산이지만 전국 제일의 철쭉 군락지로 유명하다. 지리산에서 가장 유명한 철쭉밭이라면 세석평전을 꼽는다. 그러나 지리산을 속속들이 잘 아는 산꾼들은 바래봉이 더 낫다고 말한다.
바래봉 철쭉은 붉고 진하며 허리 정도 높이의 크기에 마치 사람이 잘 가꾸어 놓은 듯한 철쭉이 무리 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산 중간부 구릉지대, 8부 능선의 왼쪽, 바래봉 정상아래 1,100미터 부근의 갈림길에서 오른쪽 능선을 따라 팔랑치로 이어지는 능선에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특히 가장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곳은 정상 부근에서 팔랑치에 이르는 약 1.5km 구간으로 팔랑치 부근이 가장 많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팔랑치에서 능선을 계속 따라 1,123봉으로 오르는 능선에도 철쭉이 군락을 이룬다.
보통의 산철쭉은 나무 사이 제멋대로 자란 키에 드문드문 꽃이 달리고 연한 분홍빛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바래봉 철쭉은 거의 일률적으로 허리나 사람정도의 키에 군락을 이루어 빽빽하고 둥그스름하게 잘 가꾸어 놓은 것 같고, 진홍빛으로 붉게 물들어 있다. 마치 공원이나 정원에 잘 가꾸어 놓은 철쭉을 옮겨 놓은 듯하다.
바래봉 철쭉의 개화시기는 기온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4월 하순 산 아래부터 피기 시작하여 한 달간에 걸쳐 정상 부근에서 팔랑치에 이르는 능선까지 피어 올라간다. - 한국의 산하
덕두산
높이: 1,150m
위치: 전북 남원시 운봉읍
덕두산은 남원 운봉고원(해발 500m)의 동쪽에 철쭉군락지 바래봉과 함께 지리산국립공원의 서부지역의 북단 가장자리에 솟아 있다.
이 산은 험준한 산악지대요 울창한 산림에다 봄의 철쭉, 약초 등이 많이 자라고 있어 등산객보다는 봄나물, 약초 캐는 아낙네들의 발길이 더 잦은 곳이다.
산행은 중군리 중군마을이나 인월리 용계마을에서 시작할 수 있으나 중군마을에서 시작하여 신인월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 - 한국의 산하
용유담[龍遊潭]
위치: 경상남도 함양군 휴천면 문정리
화강암으로 된 험준한 봉우리가 첩첩이 쌓인 기암괴석의 모습이 용이 하늘로 날아올라가는 형상이라고 하여 용유담(龍遊潭)이라 불린다. 옛날 마적도사가 보았던 용 아홉 마리가 놀다가 싸운 물가라는 전설에서 용유담이라는 이름이 왔다고도 전한다.
엄천강의 상류에 있는 용유담은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과 경상남도 함양군 휴천면의 경계인 송전리에 속해 있다. 지리산의 계곡들에서 흘러내린 물이 용유담에서 합류되는데, 흘러 들어온 많은 계곡물이 용유담에 이르러 폭포수와 같이 큰 소리를 내며 화강암의 암반을 지나 흘러가고 장방형의 평평한 호수를 이룬다. 하천 계곡은 산간 계곡의 아래쪽을 침식하여 흘러내려간 V자 형상의 계곡이다. 화강암의 암반을 지나가 풍화혈(Pothole)과 같은 지형도 보인다. 홍수 시 여러 암석이 물에 실려 가 용유담의 암반들을 침식하며 다양한 형태의 화강암 지형을 형성하였다.
용유담은 여름이 되면 피서객들이 휴식처를 찾아 모여드는 곳이다. 또한 수많은 바위와 기암괴석들 그리고 오목하고 볼록한 반석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인근에 구룡정(九龍亭)이라는 정자가 있다. 이 용유담 가에는 나귀바위와 장기판이라는 바위가 있는데, 이와 관련해 옛날 마적도사에 관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근래에 와서는 울창하던 강변 숲이 적어져 옛날만큼 풍치가 아름답지 못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피서객들의 휴식처, 청소년들의 야영장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소풍 장소로도 많은 사람이 모여드는 곳이다. 용유담을 가로지르는 용유교까지 도로가 정비되어 있어 차를 타고도 갈 수 있다. 최근에는 용유담에 지리산댐을 건설하겠다는 국토부의 입장과 이를 반대하는 환경단체의 마찰이 있었다. 하천의 상류로 그만큼 수질이 좋은 곳이라는 방증이라 볼 수 있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지리산 서북능선 끝자락, 천고지 산 중 하나인 덕두산에 오를 기회를 엿보다가 철쭉 철에 상춘을 겸해 어린이날인 5월 5일에 마누라와 둘이 바래봉과 연계해 다녀올 계획이었다. 해서 2월 초 한 안내 산악회에 회비를 입금하고 두 자리를 배정받았다. 다만 안내산악회의 철쭉 철 바래봉 산행은 덕두산까지 가는 계획이 없어, 들머리인 전북 학생수련원까지는 안내산악회 버스로, 귀경은 인월에서 동서울행 버스를 탈 예정이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어린이날 마누라와 함께하는 산행이 어려워 취소하고 혼자 다녀올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남원 집을 가끔 우리의 베이스캠프로 이용하는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상춘과 보양 산행에 관한 얘기가 나와,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5월 13일 금요일 오후에 남원으로 내려가 다음날 바래봉, 덕두산행 후 보양식으로 흑염소를 안주로 하산주를 마시기로 했다.
이왕 이번 산행을 상춘과 보양 산행으로 정의한 이상 그 자리에 있던 4명뿐만 아니라, 많은 친구가 같이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등산방과 여기저기에 알려 가고자 하는 친구는 같이 하기로 했다. 거의 한 달 전 결정된 거라 막상 산행 당일이 가까워 오자, 참석하기로 했던 친구가 사정이 생겨 못 가기도 하고 새로운 친구가 참석하는 등의 곡절을 겪고 최종 현주(87), 동숙, 미옥, 동완, 영한, 형수, 흥수, 희제에 나를 포함 총 아홉 명이 2박 3일 일정으로 남원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첫날은 불멍하며 술잔을 기울이고 둘째 날은 바래봉, 덕두산 연계 산행 후 인월 흑염소 전문 식당에서 보양. 마지막 날인 일요일 귀경하는 일정이다. 차량은 형수의 9인승과 출발 직전에 합류한 흥수 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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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남원 여행 당일인, 금요일 먼저 선발대로 형수가 운전하는 차에 동숙, 영한 등이 2시 30분에 서울대입구역에서 출발해, 죽전에서 현주와 희제를 태우고, 3시 30분경 최종 동탄에서 동완을 픽업해 갔다. 물론 선발대가 2박 3일 동안 마시고 먹을 먹거리 장을 본다. 후발대는 5시 30분에 흥수가 운전하는 찬에 미옥과 내가 타고 출발했다. 애초 남원 베이스캠프까지 3시 30분 정도의 소요 시간을 예상했는데, 4시간 걸린 9시 30분에 후발대가 '김주열 생가 주차장'에 도착했다. 정확한 시간은 모르나, 선발대는 이미 도착해서 저녁 준비를 끝내고 한잔하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주열 열사 생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짐을 들고 베이스캠프인 희제네를 찾아 들어갔다. 그래도 대여섯 번 왔었다고, 집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9시 33분에 집에 도착해 보니, 마당에 한쪽에 불을 피워놓고, 그 옆에 둘러앉을 수 있게 의자를 배치하고 한잔하고 있고, '류형수테레비'의 주인장인 형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었다. 후발대 3명이 도착해 선발대 6명 포함 총 아홉 명의 성원을 채워, 의자 배치를 다시 해서 이번 여행 구성원 전원이 처음으로 모여 저녁을 겸해 불명을 하며 술을 마셨다. 당연히 불멍을 위한 장작이나, 숯이 없어 장작은 주차장 한편에 버려져 있던 패널을 주워 와 못을 빼고 톱질해서 마련했다.
전원이 모인 게 처음이라 2박 3일의 일정을 논의해 어차피 거의 다 간 1일 차는 불멍과 술로 보내고, 2일 차에는 팀을 나눠 산행팀은 바래봉, 덕두산 연계 산행을, 상춘팀은 지리산 허브밸리 관광을 한 후 검색을 통해 찾은 인월 흑염소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철쭉이 한창인 바래봉이라, 수도권의 거의 모든 안내 산악회가 토요일 새벽에 적은 곳은 버스 한 대, 많은 곳은 거의 7~8대가 바래봉으로 출발하고, 그 외 지역에서도 몰려드는 만큼, 도떼기시장을 피하고자 그들이 도착하기 전인 9시에 산행을 시작할 수 있도록 8시에 형수 차 하나로 베이스캠프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 4·19혁명의 도화선 김주열 열사의 묘를 참배하고 서울로 올라가는 일정으로 결론이 났다.
이후 안주가 부족해 아침용으로 준비한 추어탕과 햇반을 흥수와 나는 아침을 안 먹겠다고 약속하고, 하나씩 받아 푹 끓인 추어탕으로 만들어 안주로 오로라 불멍을 감상하며 빨갱이를 마셨다. 그리고 어는 순간부터 기억이 없다. 다음 날 얘기를 들어보니, 아주 많은 얘기를 하고, 약속했다. 문제는 취중에 87 산악회와 6월 25일 연합 산행을 하기로 했다는 거. 약속했으니, 가야지 해서 가평 축령산과 안양 수리산 중 87이 선택하는 산을 87, 85 연합으로 오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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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인 5월 14일 토요일 아침 7시경 기상해 주변을 둘러보고 나서 친구들의 반응을 보니, 예상했던 바대로 전혀 움직일 분위기가 아니었다가, 애초 계획상 출발 시각인 8시경에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추어탕 팩과 햇반을 들통에 넣고 그걸 푹 끓여 아침을 먹은 시각이 8시 30분경이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애초 지리산 허브 밸리 주차장 도착 시각이 9시경 베이스캠프를 떠나, 9시 47분에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은 이미 많은 승용차와 대형차가 승객을 내려놓고 있었고, 승객은 배낭을 둘러메고 산으로 오르는 부류와 주차장 옆 허브 밸리로 들어가 부류로 나누어졌다. 당연히 우리도, 현주, 영한, 형수, 희제의 상춘파와, 동숙, 미옥, 동완, 흥수에 나를 포함 등산파로 나뉘었다. 해서 산행 소요 4시간을 고려해 1시 30분에 인월 흑염소 식당에서 만나기로 하고 각파의 전투지로로 헤어졌다.
국립공원에서 만든 지도를 보면 허브밸리 주차장에서 바래봉을 찍고, 덕두산을 거쳐 월평마을까지의 거리가 9km, 소요 시간 4시간으로 되어 있다. 국립공원의 시간 기준이 중간 정도 수준의 등산객에게 맞는바, 9시에 산행을 시작하면, 적어도 1시에는 월평마을에 도착할 수 있어, 별도의 점심이나, 간식을 준비하지 않았다. 물론 이런 계획을 등산 전에 산행 팀에 공유했고, 따라서 나는 카메라만 들었고, 오랜만에 산에 오르는 동완이는 스틱 한 쌍만, 동숙이 과일과 본인이 준비한 생수가 든 배낭을(물론 바래봉을 향하는 중에 내가 짊어져 식당까지 갔지만), 흥수는 2L들이 생수병이 든 배낭을 짊어졌다. 고로 몸들이 가벼워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다만, 출발 시각이 늦어 수많은 등산객과 줄 서서 올라가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산행을 시작할 때 지고 있는 등산로 주변의 철쭉을 보고 조금 아쉬워했는데, 임도를 따라 위로 올라갈수록 이제 막 만개를 시작한 철쭉이 반겨주었다. 11시 26분에 철쭉 군락지 삼거리에 도착해 군락지를 다녀오겠다는 동숙을 가봐야 별거 없다는 것으로 설득해 바로 바래봉으로 갔다. 내가 보기에 규모만 놓고 보면 유명 철쭉 군락지 중 바래봉이 가장 적다. 그렇다고 무시할 정도는 아니지만. 정확히는 볼 게 없어서가 아니라, 철쭉 군락지 왕복에 한 시간을 소요하게 되면 오늘 일정이 전체적으로 꼬여서 말렸다. 삼거리에서 바래봉까지는 600m, 300여 미터의 낙엽송 지대를 지나면, 민둥산에 가까운 바래봉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민둥산이 아니라 대부분이 철쭉인 관목이 차지하고 있다. 해서 정상을 둘러싸고 만개한 철쭉을 배경으로 각자 인증을 남겼다.
가끔 뒤로 돌아 성삼재에서 달려오는 지리산 서북능선의 줄기와 바래봉 가까이 붉은 점으로 보이는 산철쭉 군락을 감상하며, 정상으로 향했는데, 데크 길은 50여 미터에 달하는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찍기 위한 줄이 차기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해 인증이라도 남기려면 9시에는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던 건데, 막상 분위기를 보니, 9시에 시작했더라도 인증을 남기기는 쉽지 않았을 거 같았다. 해서 정상석 데크 난간 아래에 자리를 잡고 난간 사이로 정상석만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인증을 찍고 있는 등산객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자리를 잡고, 단체 인증을 남겼다. 당연히 누구에게 부탁할 상황이 아니라, 바래봉 인증에는 관심이 없는 내가 인증 대상이 바뀌는 순간을 이용해 바래봉 정상석이 최대한 나올 수 있도록 친구들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라도 인증을 남기고 바래봉을 떠나 덕두산으로 향하려고 하는데, 꼭 정상석이 아닌 철쭉을 배경으로 모두가 나오는 인증을 남기자는 미옥이 주변에 있던 젊은 등산객에게 부탁해, 천왕봉에서부터 반야봉까지 지리산 주능선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겼다. 물론 철쭉도. 그리고 바래봉을 떠나 초면의 덕두산을 향해 갔다. 다른 친구들은 아니나, 내가 이번 산행을 계획한 이유인 산이다. 바래봉까지의 등산로와는 비교할 수 없었으나, 국립공원에 부끄럽지 않은 등산로로 길 상태는 좋았다. 다만, 바래봉까지는 한 번에 올라왔는데, 덕두산까지는 가는 길은 나름 기복이 있어, 오랜만에 산행에 참여한 몇 친구에게는 힘든 코스였다. 해서 서둘러 가기보다는 친구를 기다리며 간식으로 동숙이 들고 온 사과를 먹거나 하면서 가끔 휴식을 취하며 덕두산까지 가, 12시 36분에 도착했다.
당연히 정상석 같은 건 없고, 이정표 기둥에 "덕두봉"이라 쓴 팻말이 있을 뿐이다. 그 이정표를 배경으로 흥수에게 부탁해 인증을 남기는 거로, 물론 계속 늘어나겠지만, 지금까지 확인한 169개 중 147번째 천고지 산에 올랐다. 앞으로 남은 천고지는 22개다! 이후 저 멀리 보이는 지리산 주능선과 바로 앞으로 보이는 칠암자순례로 유명한 칠 암자가 있는 삼정산 능선에 관해 친구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물론 바로 아래로 보이는 산내 실상사도. 찍을 건 다 찍고, 할 얘기는 다 한 이후 서둘러 하산을 시작했다. 허브밸리 파 친구들과 식당에서 1시 30분에 만나기로 했는데, 덕두산 정상에서 월평마을까지 3.6km, 현재 시각 12시 38분으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서둘러 내려가야 했다.
약간의 기복과 급경사의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자 갑자기 앞에 삼거리가 나타났다. 그 삼거리 각 방향 등산로 주변의 산악회 리본 분포와 서울의 한 안내산악회에서 바닥에 놓은 표지는 계곡으로 하산하는 좌회전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런데, 등산 앱은 직진하라고 한다. 그리고 지도를 보면 직진하는 게 거리를 단축할 수 있었다. 해서 상태가 더 좋은 좌회전하는 등산로를 버리고 직진했다. 물론 뒤에서 따라오는 흥수에게 직진하라고 통화하는 것도 잊지 않고. 그렇게 100여 미터 직진했는데, 아무래도 등산로가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해서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해보니, 삼거리라고 생각했던 갈림길이 사거리고, 우리가 직진이라 여겼던 길이 좌회전 길이었다. 그리고 좌회전이라고 생각했던 길은 앱에 없고. 그럼 직진하는 길이 있어야 했는데, 못 찾아서 발생한 일이다. 일단 들어왔으니, 계속 내려가기로 하고 내려가 보니, 갑자기 등산로가 사라지고 공사장이다. 그걸 보자, 왜 지도에 없는 등산로가 나타났는지 알 수 있었다. 등산로 입구에 전원주택단지를 택지 공사 중이라 등산로를 이용할 수 없어, 계곡으로 내려가는 등산로를 새로 만든 거다. 만든 지 얼마되지 않아 등산 앱의 지도에는 반영이 되지 않았고.
공사판을 뚫고, 계속 가자 앞에 임도가 나타났다. 생각지도 못한 비법정 등산로가 끝나는 순간이다. 그 임도는 구 인월 월평마을을 관통하고 있었고, 그 길목에 두레박을 사용하지 않아도 물을 마실 수 있는 우물이 있었다. 우물에는 바람에 날려온 잎사귀가 떠다니기는 했으나, 물이 계속 솟아나와 물이 맑고 깨끗해, 망설이지 않고 한 바가지 퍼 마셨다. 그리고 길을 재촉해 내려가자 마을 입구에 산악회 버스가 보였다. 내가 알기로 수도권 안내산악회 중에 덕두산까지 달리는 산악회는 버스 3대가 동원된 곳밖에 없어 그 산악회라 생각하고 가까이 다가가 앞 창문을 보니, 소속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 수도권 산악회가 아니다. 그리고 그 버스에서 100여 미터 아래에 버스가 한 대 더 있었으나, 그것도 수도권 산악회는 아니었다.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고개를 갸우뚱하며 계속 길을 가 삼거리에 도착해 반대쪽을 보자, 빨간색 버스 3대가 주차해 있었다. 저 3대가 무박으로 성삼재에서 만복대, 정령치, 세걸산, 바래봉, 덕두산을 거쳐 월평마을까지 20.9km 달리는 산꾼을 서울에서 싣고 온 내가 아는 그 버스다.
처음 허브밸리 파와 바래봉 파가 식당에서 만나기로 한 시각이 1시 30분이나, 먼저 허브밸리 파에서 구경할 것도 많고 놀 것도 많아, 20~30분가량 늦겠다는 연락이 왔다. 사실 그 연락을 받을 당시 우리도 10분 이상 늦을 거라는 판단을 하고 있던 차라 반가웠다. 그리고 남원으로 내려가기 전 식당에 연락해 예약 절차를 물었을 때 도착 30분 전에만 전화를 달라고 했었다. 해서 1시 45분 정도에는 도착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 1시 15분경 30분 후에 9명 도착 예정이라고 전화했었다. 해서 다섯 명이 다 같이 움직이지 않고, 후발대는 흥수에게 맡기고 서둘러 내려왔다. 그런데, 월평 마을에서 내가 잘 아는 산악회 버스를 본 시각이 1시 53분이다. 그리고 식당까지는 아직 많이 남았다. 벌써 시간 초과라 정신없이 달려 2시 3분에 식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직 허브밸리 파도 도착하지 않았고, 어쨌든 식당에 도착하는 거로 바래봉, 덕두산 연계 산행을 마감했다. 목표보다 10여 분 초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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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도착해 먼저 수육 중짜와 맥주, 소주를 주문하고 화장실에서 씻고 나와 소맥으로 147번째 천고지 덕두산행을 무사히 마친 걸 축하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흑염소 수육으로 이슬이를 마시고 있자, 허브밸리 파가 도착했고, 이어서 바래봉 파 후발대가 도착해 허리띠를 풀고 앉아, 수육과 전골을 안주로 하산주를 마셨다. 물론 끝은 국룰인 볶음밥으로. 그렇게 배를 채우고 3시 35분경 식당을 나와 함양 용유담으로 향했다. 지리산 절경 중 하나인 용유담은 찾는 게 쉽지 않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는 곳인데 마침 시간이나 모든 게 적당해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친구들에게 용유담의 절경을 보여주기 그리고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다른 때와는 달리 세족을 할 만한 유도 있을 거 같았다.
전라도를 떠나 경상도에 들어온 차는 4시 7분에 용유담에 도착했다. 차를 빈터에 주차하고, 먼저 다리로 달려가 용유담의 절경을 감상했다. 와중에 바람에 날려 미옥이 쓰고 있던 모자가 용유담에 떨어졌다. 용유담이 아니라 하류로 내려갔을 때 건지면 되나, 다리 위에서 보기에 하류로 가는 게 쉽지 않아 보이는 게 문제였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용유담으로 내려가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 피로한 다리를 차가운 물에 넣어 식혔다. 오랜만의 산행 후 세족이기도 하고, 용유담에서 씻는 건 거의 47년 만인 거 같다. 30분이 넘게 용유담에서 노닥거린 후 4시 40분경 정리하고 용유담을 떠나려고 다시 다리 위로 올라가 아래를 보니, 모자가 하류 왼쪽 바위에 걸려 있는 게 보였다. 해서 그걸 줍기 위해 아래로 내려가려고 이곳저곳에서 시도해봤으나. 절벽이나, 다름없어 포기해야만 했다. 지금 그 모자는 진양호에 도착해 있을 않을까?
용유담을 출발한 일행 중 캠핑 파가 마천면 소재지에 있는 마트에서 저녁과 내일 아침 먹거리를 장 보는 동안 나는 주변을 돌아다녔다. 물론 양조장도 잘 있는지 확인하고. 그리고 양조장으로 들어가 기념으로 막걸리를 한 병 사려고 하자, 원래 양조장에서 직접 소매로 팔지는 않는다고 하며, 막걸리만 필요하냐고 묻는다, 깜짝 놀라 막걸리 말고 뭐가 있냐고 물었다. 예상대로 과거에는 없던(? 내가 몰랐을 수도) 동동주다. 해서 동동주와 막걸리 각 한 병을 사 들고 차로 돌아오니, 장보기도 끝나 차가 막 출발하려는 중이었다. 그 차를 타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각자 정리를 마치고 캠핑팀이 하산주 2차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류형수테레비"의 주인장과 나는 남원의 유명한 육회집에서 사온 육회를 안주로 마천 양조장에서 사 온 동동주, 막걸리를 마시며 노닥거렸다.
저녁 준비도 끝나고 장작 패기도 끝나, 첫날과 다름없이 둘러앉아 불멍하며, 유희를 즐겼다. 그런데 조용한 마을에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자, 5월 13일 "류형수테레비"의 실시간 채팅에 독자 중 누군가 쓴 글과 같이 혹시 "초상"인가 놀라서 이웃 주민이 찾아오는 일까지 생겼다. 초상이 아니라 서울에서 친구들이 놀러 온 거라는 걸 확인하고 돌아가더니, 좀 있다가 부인과 함께 푸짐한 먹거리를 들고 다시 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안주로 빨갱이를 마셨다. 술이 몇 잔 들어가고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하자, 당시에는 몰랐는데, 그날 찍은 동영상을 확인해 보니, 시간이 갈수록 음주·가무의 광란의 장으로 변하고 있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산행이 꽤 힘들었는지, 아니면 술을 많이 마셔서인지, 12시 30분경 광란의 장을 파하고 잠자리에 드는 거로 2일 차 남원 여행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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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캠핑팀이 잠을 설쳐가며, 해장을 위한 백숙을 만드는 걸 잠결에 들으며 같이 잠을 설치고 8시가 넘어 기상했다. 대충 씻은 후 그 백숙으로 해장하고, 3일 차 일정을 다시 논의하기를 먼저 집 안 정리를 끝낸 후 김주열 열사 생가를 다녀온 다음, 차로 열사 묘로 가서 참배 후 서울로 올라가기로 했다. 집 안 정리 후 10시 20분에는 집에서 출발하기로 했으나, 그보다 조금 늦은 10시 35분경 모든 정리를 끝내고 문단속을 한 이후 베이스캠프를 떠나, 가까운 거리에 있는 생가로 향했다.
김주열 열사 생가 이곳저곳 둘러보고 있는데, 한 무리의 관광객? 참배객이 방문했다. 그 모습에 아직도 당시를 잊지 않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동하고, 그들이 떠난 후 우리도 차로 돌아가 생가에서 1km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추모공원으로 갔다. 먼저, 흥수가 운전하는 차에 내가 같이 타고 추모 공원 입구에 도착해 묘 가까이 가려고 하자, 중년의 여성이 차를 가로막았다. 이유인즉 현재 추모 공원 정자에서 인터뷰 중이라, 차량 소음이 들어가면 안 되니, 미안하지만, 입구의 주차장에 차를 세워달라는 부탁이었다. 다른 일도 아니고 열사 관련 인터뷰라면 우리가 방해해서는 안 되는 거라, 입구에 주차하고 형수 차를 타고 오는 친구를 기다려 다 함께 묘로 올라갔다. 묘에서는 묵념 후 추모곡으로 "민주"를 불렀다.
참배가 끝나고 가까운 곳에 있는 시골집을 우리의 베이스캠프 기꺼이 제공하고, 이것저것 챙겨 주셨던 희제의 어머니 묘로 가, 고인을 기리는 걸로, 남원 여행 3일 차의 모든 일정이 끝나,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차기 있는 곳으로 가자, 아까 우리를 가로막았던 여성이 다가와 묘에서 우리가 불렀던 "아우성이다"라는 가사 노래의 제목이 뭐냐고 물었다. "민주"라고 알려주자, 이것저것 묻기 시작하더니, 노년의 신사를 불렀다. 그리고 서로 통성명해보니, 희제 아버님도 잘 아는 마산의 김주열 열사 추모회 사람들이었다. 와중에 지리 조의 마산제일여고 선배도 만나고. 그렇게 미처 예상하지 못한 추모회 사람들을 만나, 20여 분간 대화를 나누느라 12시가 넘어, 방울토마토 수확 노가다를 위해 순창으로 향하는 흥수를 제외한 나머지 친구는 형수 차를 타고 서울로 향하는 거로 2박 3일의 남원 상춘 & 보신 여행을 마감했다.
애초 계획대로 '지리산 허브밸리 주차장 → 철쭉군락지 삼거리 → 바래봉 → 덕두산 → 월평마을 → 인월면'의 14.43km(스마트 워치), 4시간 16분의 산행이었다.
※ 트랭글은 업그레이드 후 트랙이 이어지지 않아 참고 자료로만 의미가 있을 뿐, 산행 데이터로는 의미가 없다!
날씨가 맑아 오랜만의 만족할만한, 상춘 산행이자, 147번째 천고지 산행이었다. 물론 보신도.
코로나 휴지기가 끝났으니, 반야봉 단풍산행 때 베이스캠프를 다시 이용하는 것도 생각 중이다.
첫댓글 잘 놀다 왔구만
2박 3일 원없이 놀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