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 근처 유타주와 애리조나주 일대에 수백 km 떨어진 곳에서도 볼 수 있는 거대한 '화재 적운'(Fire Clouds)이 일주일 이상 만들어져 그 자체로 화재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일 전했다.
그랜드 캐년의 노스 림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드래건 브라보 산불은 유서 깊은 그랜드 캐년 롯지를 파괴하는 등 지금까지 453km²의 삼림을 불태워 올해 미국에서 발생한 산불 가운데 최악의 산불로 꼽힌다. 이 산불은 극심한 더위와 강풍 때문에 진화율이 9%에 그쳤다.
유타주 먼로 근처에서 더 북쪽으로 번지고 있는 먼로 산불도 피로쿠물루스 구름(pyrocumulus clouds, 일명 '불 구름')을 만들어냈는데 불 위의 공기가 과열돼 커다란 연기가 자욱한 기둥으로 상승할 때 형성된다. 모루(대장간에서 달군 쇠를 올려두고 두드리는 받침대 쇳덩이) 모양과 닮았다.
남서부 사고관리청의 리사 제닝스 대변인은 CBS 뉴스에 "충분히 높아지면 하강 기류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는 화재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고 지상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소방관에게 매우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정말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먼로 화재와 싸우고 있던 여러 소방대원들은 30일 불구름이 지상에 위험한 상황을 조성하자 물러나야 했다.
불구름을 연구하는 유타 대학의 대기 과학자 데릭 말리아는 CBS 뉴스에 "불을 열기구와 같다고 생각하면 부력이 추가되고 결과적으로 사물이 상승한다"면서 "불 위로 우뚝 솟은 뇌우가 내리고, 다른 뇌우와 마찬가지로 그 아래에서는 정말 바람이 많이 불어댄다. 서부이기 때문에 이런 뇌우는매우 건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충분히 무섭지 않다면 유타에서 화재 토네이도가 회전하며 시속 193km로 온 동네를 휩쓸었다.
말리아는 인간이 화석 연료를 태운 결과물인 기후 변화로 인해 불구름이 더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는 우리가 남서부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더 긴 화재 시즌, 가뭄 조건 및 극단적인 기상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남서부의 기온과 기상 여건은 계속해서 화재를 부채질하고 있으며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이룬 성과를 지워버리고 있다. 드래건 브라보 화재는 최근 미국 산림청이 "메가 화재"로 부르는 문턱을 넘었다. 메가 화재는 피해 면적의 크기가 10만 에이커(약 405km²)가 넘을 때 무서운 칭호를 얻게 된다. 그리고 이 산불이 타오르는 모든 지역을 자동차로 달린다면 뉴욕에서 워싱턴 DC까지 거리에 해당한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애리조나의 화재는 계속해서 북쪽으로 밀려나고 있다. 유타주에서는 먼로 화재로 약 202km²가 소실됐으며 스펜서 콕스 주지사는 "끔찍한 상황"이 계속해 화재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콕스는 "우리가 이 화재를 앞서 나갈 수 없게 만드는 이런 끔찍한 상황은 현재 주의 구석구석에 존재한다"면서 "이와 같은 화재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은 매우 쉬울 것이므로 사람들이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로 화재의 진압률은 7% 밖에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