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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필마단기로 유럽에서 싸우던 시절과 비교해보면 알기 쉽다. 젊은 유나이티드가 차츰차츰 경험치를 상승시키며 월드클래스 강호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던 시절, 유나이티드 이외의 잉글랜드 4위권 클럽들은 유럽 최고 레벨의 경기에서 훌륭하게 싸울만한 역량이 못되었다. 심지어 나아가 싸울 기회를 얻을 수도 없었다. 헤이젤 참사로 인한 5년 징계의 후폭풍은 사실상 90년대 중반까지 계속되었고 따라서 당시에는 “잉글랜드 강호 = 유럽에서도 강호”라는 등식은 결코 성립하지 않았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가 압도하는 시대”라는 잉글랜드 언론의 논조는 너무 성급했다 ― 어쩌면 그러한 주장을 펼친 평론가들은 밀란과 유나이티드의 2차전이 끝난 후 조금은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역사적 개괄에서도 드러나듯 ‘~의 시대’라는 꼬리표는 단기간의 우위만으로 쉽사리 붙여지는게 아니다. 예를 들어 만약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가 준결승 세 팀을 배출한다면 곧바로 “~의 시대가 다시 왔다”고 외치는 것이 타당한가?
“프리미어리그 최강론”에 반대하는 다른 결정적인 이유는 빅4를 앞세운 잉글랜드가 챔피언스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낸 지난 시즌에조차, UEFA컵에서는 라리가가 여전히 두터운 ‘중위권의 힘’을 발휘하며 최고의 모습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중위권의 힘이야말로 리그의 ‘진정한 힘’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다.
다만 “프리미어리그가 최강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정도의 주장은 충분히 허용될 수 있을 법한데, 그 핵심적 이유는 역시 ‘돈’이다.
다음 시즌부터 3년간 적용될 프리미어리그의 중계권 계약에는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 총액은 27억2천5백만 파운드(5조원)에 이르며 여기에는 스카이(Sky) ― 오늘날 프리미어리그가 누리는 인기도에 크게 이바지한 주역 ― 와 세탄타(Setanta)가 담당하는 국내중계권 17억 파운드, 인터넷, 모바일의 하일라이트 권리 4억 파운드, 해외중계권 6억2천5백만 파운드가 포함된다.
다음 시즌 어떤 클럽이 프리미어리그에 속하는 것의 값어치가 물경 6천만 파운드(1천1백억원)라는 이야기는 하나도 과장이 아닌데, 다음 시즌에는 최하위에게조차 2천7백만 파운드(5백억원)의 배당금이 ‘보장’되는데다 설사 강등을 당하더라도 연간 1천1백만 파운드(2백억원) 가량의 퇴직금(parachute payment)이 2년에 걸쳐 지급 ― 이 돈이면 2부리그(Championship)에서는 부자 클럽! ― 되는 까닭이다. 종전의 계약 하에서는 최하위에 지급되는 배당금 1천7백만 파운드, 퇴직금 연간 6백8십만 파운드였다.
물론 프리미어리그로 향하는 거액의 금전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프리미어리그는 이미 외국인 선수와 감독들 뿐 아니라 외국인 구단주들이 득실거리는 리그가 되어있고, 외국으로부터 날아온 부자 주인을 맞이할 잉글랜드 클럽의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다방면으로부터 흘러드는 ‘돈’은 결국 ‘빅4’ 뿐 아니라 프리미어리그 중하위권 클럽들의 멤버 구성 및 경기력 강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법하다. 더구나 강등당하지 않아야만 지금의 ‘대박’을 더 오래 누릴 수 있다는 현실적 명제를 감안하면,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거의 모든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필사적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리고 상황이 이러하다면 스페인 라리가를 선두로서 간주하게끔 만들었던 최대의 근거인 ‘중하위권의 힘’이라는 측면에서 프리미어리그의 ‘맹추격’이 예상될 수 있다. 어쩌면 앞으로는 문화적, 언어적 불편함을 무릅쓰고 잉글랜드로 향하는 남미 출신 선수들의 수도 늘어날지 모른다. 프로 선수를 움직이는 중요한 원동력인 ‘돈’의 측면에서 프리미어리그의 매력이 점점 더 강해지는 까닭이다.
이 글은 '풋볼위클리 28호'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사커라인 한준희(풋볼위클리 편집장/KBS 해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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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역시 영국은 축구종가 이니깐 자본이 몰릴수밖에
그럼 그전에 축구종가는 모했때요 ㅡㅡ
이유가 안맞잖아요 ㅡㅡㅋ
한준희.. 자네는 내 이성과 판단을 깨워주는 안내자 같은 존제일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에 풍기는 아우라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금술사에 나오는 말 같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양들의침묵에 나오는 대사인데;; 아는사람이 아무도없구나..
역시 돈.... 하지만 그거때문에 불안해;;
개념글이다 역시 EPL만 보고 EPL이 최곤줄 아는사람들 정말 ㅡ,ㅡ
이제곧 런던올림픽도있고..영국 계속상한가 치겠삼.ㄷㄷ
EPL이 최고인가? 역시 EPL이 최고다 하악하악
돈 만큼은
담 시즌은 라리가 쪽에서 챔스 잡길 ㅎㅎ 이피엘은 너무 8강에 안착 잘하셔...
참..돈이란게..참..사람을 흔들어버리네효..한준희형..명필이에요..왠지..너무 많은 용병들이 몰리면..대표팀이..망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