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우츠카치아의 경계선에 도착했다.
경비원들에게는 귀족이라며 대충 둘러댔다.
'엘피시아'라는 성을 말하니까 경비원들이 놀라기 시작한다.
그들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곰곰히 생각했다.
우츠카치아의 두번째로 명성이 높은 가문이라나?
난 처음 듣는데.. 언제 엄마가 또 공을 세운거지?
하여튼 유명해지고 싶은 엄마의 욕심이랄까?
마치 연예인 행새라도 하고싶은 듯 보였다.
뭐, 인간계에 유희 나온(이 아니라 가출!!) 나한테는 이익이지.
우리들 앞으로 마차 한대가 보내졌다. 결국, 돈주고 사는거였지만 말이다.
그래도 편하니까 좋잖아? 이게 바로 갑부의 여유라구.
괜히 체력 낭비하지 않아도 되구.. 한국에서는 결코 보지 못할 흔하지 않는 일이라고.
운전석 앞에 올라타려고 하는데 한 경비원이 말했다.
〃오늘은 1년에 한번있는 수확제의 날인데 즐기다 가시지요?〃
〃아아, 그럴까? 얘들아, 어쩔래?〃
〃놀아요! 놀아~~〃
〃나 온천! 루라는 온천 가고 싶어어!〃
〃이틀을 안씼으니까 답답하구나. 허헛!〃
〃..그러게 누가 강물에서 씻지 말랬어요?〃
〃미르야, 이 할애비는 고귀하신 몸이시라..〃
〃벤다인, 시끄러워요.〃
〃꽤액!〃
〃우리들을 제일 좋은 여관으로 안내해 주시오.〃
〃넵!!〃
티격,태격 싸우고 있는데 이엘만이 심각하다.
어이.. 리더는 무조건 나라고!
어느새 도착한 여관. 마차에서 내린 뒤 어마어마한 크기의 여관을 관찰하고 있었다.
나를 잡아 이끌며 여관으로 향하는 이엘.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왠지 믿음직 스럽다.
넓은 어깨, 편안해 보이는 그의 품 속.
흐흐.. 근육은 있으려나.. 나중에 확 벗겨봐?!
갑자기 몸을 흠짓 떨고있는 이엘.
어라, 들켜버렸나? 가다말고 뒤는 왜돌아봐?"
〃갑자기 오한이 드는 이유는 뭐지?〃
〃그, 글쎄..??〃
〃뒤에서 내 욕이라고 한거냐.〃
〃앗, 이엘! 이엘! 온천이있어!!〃
눈을 가늘게 뜨며 노려보고 있는 이엘을 애써 외면했다.
이자식, 이제는 독심술이라고 하나?
마왕 주제에 드래곤의 마음을 알아 버리다니.. 너무 눈치가 빠르단 말야.
우리들은 커다란 여관 안에 들어가 예약을 하며 온천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우츠카치아 제국의 어느 후궁의 방 -
국왕에겐 수많은 후궁들이 있었다.
각각 다른 나라에서 데려온 성품이 고귀한 여성들 뿐이다.
왕과 비를 차치하려고 수많은 후궁들이 경쟁을 한다.
그런데, 정작 국왕의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다.
주인공은 지금의 여왕인 루샤핌 니아 에쉬린.
다들 에쉬 여왕님이라 부르며 그녀를 잘 따른다.
단 한명은 제외였다.
12번째 후궁 루이나.
여왕을 미워하고, 싫어하며, 어릴적부터 영원한 라이벌이다.
루이나의 가문 또한 우츠카치아 제국의 4번째로 잘나가는 가문이다.
어째서인지 사람들은 루이나 가문보다 뒤쳐진 에쉬린 가문을 더욱 선호했다.
무엇이 차이가 나는지..
그녀보다 뒤쳐진 계급임에도 불과하고 에쉬린을 더욱 선호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처음부터 시작이 잘못 되었다. 무언가 뒤틀려버린 인연의 시작부터가 잘못 되었다.
그녀만 없었더라면, 국왕의 사랑도, 권위도 모두 루이나의 것 이었다.
그녀의 아들인 아키루스도 특이한 능력 덕분에 모두에게 인정을 받고 있다.
지금은 흑 마법사 카르안에 의해 조종 당하고 있어 그가 죽으면 자신의 아들을 왕위에 오르게 할
수 있었다.
모든걸 먼저 가로챈 사람은 에쉬린이다.
잔을 들어 향긋한 커피향을 음미하며 그녀는 작게 속삭였다.
〃너는 없어져야해. 처음부터 이랬어야 했어. 넌.. 내 손에 죽어줘야겠어.〃
그녀의 자리에는 루이나가 앉아야 했다.
아무도 모르게 작전을 실행해야 했다.
에쉬린을 미워하는 귀족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을 모아 작전을 하나, 둘 씩 실행해 낼 것이다.
쉽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흑 마법사 카르안이 필요하다.
어느새 그녀의 입가엔 잔인한 미소가 그려졌다.
- 세이 시점 -
역시 천국이 따로 없다. 따뜻한 물과 음유시인의 하프 연주 소리.
그동안 쌓여있던 스트레스와 피로가 싹 풀려온다.
그동안 힘든 여행도, 작은 싸움들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으니까 좋다.
옆쪽에서는 남자들끼리니까 시끌벅적 하다.
이엘은 성격상 조용하다 치고, 요주의 인물.
벤다인과 루라, 로이가 심히 걱정스럽다.
여탕까지 들릴 정도로 정신없는 사람들이다.
그래도 벤다인은 우리들 중 최고령의 할아버지면서 정신연령은 루라, 로이와 똑같다.
미르는 역시 얌전하고, 기품있어 보인다.
누가 귀족의 딸 아니랄까봐.. 어려도 젓가슴은 다 나왔으니 숙녀지 뭐.
순간, 나는 히죽 웃으며 미르에게 다가갔다.
나의 수장쩍은 행동에 흠짓, 놀라는 미르가 너무 귀여워 나도 모르게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우리 미르.. 가슴 얼마나 큰지 볼까아~?〃
〃꺄아아악! 어, 언니!! 간지러워!!〃
〃여자 가슴은 이렇게 만져줘야 커진다구!!〃
〃언니 가슴은 왕가슴이네.. C컵정도 되나?〃
〃그치? 그치? 내 몸매하난 끝내준다구! 근데 이엘은 인정을 안해.〃
〃어~이! 거기 여자들! 이엘 얼굴 빨개졋대요! 허허헛!〃
〃이 망할 노인내!!〃
〃세이 누나! 울 누나 가슴 디게 작지?!!〃
〃이런 변태들.. 로이! 넌 거시기가 너무 작다!〃
〃벤다인.. 당신은 쭈그렁.. 윽! 이엘 왜 때려!〃
〃루라 형, 형 거시기랑 이엘 형의 거.. 으읍!!〃
〃…….〃
아아.. 다 들린다. 한심한 남자들아. 로이.. 마지막엔 분명 이엘도.. 라고..
하려던 참에 이엘의 손 때문에 못 말했을꺼야.
갑자기 이엘의 누드를 상상하자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미르가 옆에서 음흉한 눈으로 날 바라본다. ..역시 무서워. 이 애.
심장은 미친듯이 뛰어대고, 호흡곤란 증세가 오려고 한다.
너무 오래 있어서 그런가? 아님.. 나도 변태끼가 있는거야?
머리가 핑그르르.. 돌면서 별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이 스르륵 감기며 귓가에서 미르의 비명소리가 점점 울리기 시작했다.
- 몇시간 후 -
온통 새 하얀 공간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허공만이 존재하는 무언가의 장소.
여기는 어디지? 설마 또 천국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분명.. 가브리엘이 날 마중나와 줄꺼야!
나는 기쁜 마음에 길도, 목적지도 없는 허공을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온천에서 야한 상상하다 호흡 곤란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면..
아마 가브리엘은 배를 잡고 웃어댈게 뻔하다.
하염없이 뛰다가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다.
철푸더갛고 넘어져서 무릎에 강한 통증이 느껴지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울음 소리의 나는 어른이 아닌 7살짜리 어린애의 목소리였다.
엎어진채로 울고 있는데 누군가가 손을 내민다.
[일어나..]
[가브..리엘?]
[벌써 날 잊은거야? 섭섭한걸.]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너무나 반가운 얼굴 이었기에 나는 활짝 웃었다.
준우다. 내게 처음으로 사랑한다 말해주던 그다.
만나고 싶었다. 그의 고백을 받고 당당하게 그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나도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말이다.
그의 따뜻한 손을 잡으며 힘겹게 일어났다.
그를 와락 껴안으며 나도 모르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 데리러 온거니? 준우야. 보고싶었어..]
[…나도 보고싶었지만. 아니야.]
[흐윽, 날 사랑한다며..!! 나도.. 나도 널..]
[물론.. 네 마음.. 나도 알고 있어. 널 사랑해. 잘 알아.]
[근데 왜.. 왜 같이 안가는거야? 흐어엉!]
[사랑하는 내 세이야.. 우린 아직 할일이 남았어.]
[이 세계에 넌 없어.. 난 기억을 지울 수 없게 되었고.. 난 외톨이가 되버렸어..]
[나의 세이야.. 울지마. 넌 더이상 외톨이가 아니야..]
[주, 준우야.. 어디가!!?]
점점 멀어지는 준우를 보자 다급해진 나는 손을 뻗었다.
서럽게 울며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그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이 나의 얼굴을 감쌌다.
[난 언제나 네 옆에 존재할꺼야. 또한번 너를 사랑할꺼야.
너의 진심이 깨달을 때까지.. 언제나 네 옆에 있어줄게.]
[사랑해.. 가지마.. 나만 두고 사라지는게 어딨어! 이 빌어먹을 놈아!!]
오래전, 한국에서 있을때 보았던 그의 따뜻한 미소가 사라지려 하고 있다.
그에게 달려가는데 마치, 낭떨어지에서 밑으로 떨어지듯..
점점 그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난 이엘의 품에 안겨 있었다.
또다시 혼자 남겨지게 될까봐 두려웠다. 무서웠다.
준우의 말대로 지금의 나는 외톨이가 아니였다.
이 세계에서 처음 사랑에 빠진 남자, 마왕 이엘이 곁에 있으니 말이다.
나를 사랑해주고, 걱정해주는 이 남자가 바로 내 곁에 있다.
혹시 이사람이 준우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했엇다.
하지만 이엘은 이엘. 준우는 준우일 뿐 이었다.
지금의 나는 레드 드래곤이며 세이 엘피시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 읽매이는 이유는..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 때문이다.
이엘의 따뜻함 덕분에 조금씩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제기랄.. 준우와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 나쁜놈..
날 어떻게 책임질래? 마왕 이라는 직위 하나만으로도 힘들텐데..
이런 나를 어떻게 안아주고, 보듬어 줄래?
나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어 주던 이엘의 손이 멈추었다.
그의 부드러운 미소에 나도 모르게 할말을 잃었다.
이번만큼은.. 후회없는 사랑을 하자.
조금씩 용기를 내서..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는거야.
미왕을.. 나에게는 순진하기만 한 나만의 마왕을.. 내 남자로 만드는 거다.
나는 눈을 질끈 감으며 그에게 물었다.
〃내 옷은.. 누가 갈아 입혀줬어?〃
〃..나 말고 믿을 사람이 있겠나?〃
〃그럼..〃
〃??〃
〃잘먹겠(?)습니다!!〃
〃허억!!!?〃
이엘을 넘어뜨리며 그이 두 팔을 붙잡았다.
왠지.. 반대로 덮치는 상황이 되어 버려서 상당히 민망하다.
이왕.. 내 알몸을 다 본 이상.. 시집은 다 갔어.
그리구 원래 처음부터 이엘의 신부로 정해져 있었잖아?
진도가 쬐끔(?) 빠르긴 하지만.. 오늘만큼은 절대로 곱게 못보내!
천하의 대마왕을 드래곤 일족이 잡아먹는다! 대 특종감이다.
무섭게 웃으며 천천히 이엘의 입술을 쓸어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입이 떼어진 그 순간.. 거칠게 열리는 웬수같은 문.
나와 이엘은 짜증나는 듯한 얼굴로 눈치없는 주인공을 노려보았다.
역시나.. 벤다인을 뜯어말리는 세 아이들이 보였다.
아니.. 같이 훔쳐보다가 말리는 척 하는 거겠지.
〃그냥 자면 감기 걸린다구~!! 얼레.. 둘이 뭐하는게냐?〃
〃벤.다.인.??〃
〃아아, 난 몰라.. 세이 언니의 눈이 도끼눈으로 변했어..〃
〃그러게 내가 보지 말쟀잖아.. 헙!!〃
〃허허허.. 이거 참.. 미르야. 미성년자는 나가거라.〃
〃당신도 나갓!!!〃
〃껄껄~ 부부는 일심동체라더니.. 이중으로.. 크헉!!〃
헛소리를 해대는 벤다인에게 배개를 집어던진 두사람.
결국.. 이엘의 순결을 빼앗기 작전은 대 실패로 끝나버렸다.
벤다인을 죽어라 노려보는 이엘에게 뒷처리를 부탁했다.
아.. 오늘 하루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어.
기회는 나중에 또 있겠지. 크크..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말이야.
나는 슬그머니 이엘을 쳐다 보며 미소 지었다.
이엘이 존재하는 한.. 준우말대로 나는 외톨이가 아니야.
내겐 소중한 가족이 있고, 동료들이 있어. 더이상 우울해지지 말자!
이엘에게 호되게 당하는 벤다인을 보자 웃음이 터졌다.
어느새 우리들은 배개 싸움을 하고 있었고, 웃음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밤하늘의 달빛 또한 환하게 웃으며 우릴 비춰주고 있었다.
첫댓글 에잉~ 저것들만 안들어왔어도오오 ~ 아깝다..(도대체 뭐가 아까운건지..)